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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독일 경제기후부 '스타트업 전략'에 담긴 내용은?

연금기금 투자길 열어주고, 외국 인재 유치·여성 창업 지원 등 10가지 방안

2022.06.07(Tue) 09:26:33

[비즈한국] 지난주 독일을 가장 뜨겁게 달군 뉴스 중 하나는 새로 출범한 독일 정부의 경제기후부 장관이 발표한 스타트업 장려 정책이다. 무려 28페이지에 달하는 독일 경제부의 ‘스타트업 전략’은 독일 경제에서 스타트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독일 경제기후부 장관 로베르트 하벡(Robeck Habeck)은 녹색당 출신의 정치인으로 스타트업과 젋은 기업가들이 “미래를 위한 좋은 생각을 실현하는 원동력”이라고 표현하며, 오랫동안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펼쳐야 한다고 피력해온 인물이다. 

 

독일 경제기후부 장관 로베르트 하벡. 사진=독일 경제기후부

 

독일에서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약 41만 5000명이며, 2021년 독일 스타트업에 투자된 벤처캐피털(VC) 자금 규모는 약 150억 유로(약 20조 원) 규모다. 전통 산업의 디지털화가 더딘 독일에서 스타트업이 디지털화로 가는 좋은 매개 산업이 되겠다고 판단한 독일 정부는 지난 3월 31일까지 스타트업 적극 육성 정책안을 만들기 위해 민간 및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다. 또 ‘젊은 디지털 경제 자문위원회(Young Digital Economy Advisory Board)’를 결성해서 정보통신산업과 디지털 혁신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독일 기업의 74%가 디지털화 전략을 갖고, 70%가 직원의 디지털 교육에 직접 투자할 만큼 ‘디지털화’는 현재 독일 산업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자동차, 화학, 기계 산업이 그간 독일 경제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스타트업이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 아이디어로 디지털 경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에 독일 경제부가 발표한 ‘스타트업 전략’의 내용을 소개한다.

 

#연금 기금 투자 등 다양한 투자 계획

 

독일 정부는 독일의 공공 연금뿐만 아니라 민간 연금 보험 회사가 앞으로 보험료 수입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벤처 캐피털에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후기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들에 이러한 기금이 투자되어 스타트업이 탄탄하게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동안 미국, 중동, 북유럽, 영국 등의 국가에서는 연금 기금의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했지만, 독일은 여러 규제로 인해 시행하지 못했다. 

 

또 ‘기후 및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술’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2022년 중반부터 2025년까지 유럽투자기금(European Investment Fund)의 20%를 지속 가능성, 기후 관련 기술 또는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와 관련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약 100억 유로(13조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기존의 스타트업 펀딩 프로그램 ‘인베스트(INVEST)’는 개선하여 더 활성화할 계획이다. 인베스트 프로그램은 7년 미만, 직원 50명 미만의 스타트업과 엔젤 투자자를 연결하여 초기 스타트업의 시작을 지원한다. 엔젤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최소 2만 5000유로(3300만 원)를 투자하면 투자 금액의 20%를 세금 공제해줘 투자를 장려한다. 2013년부터 시작한 인베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에 평균적으로 7만 5000유로(1억 원)를 투자했다.

 

투자자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자금 지원 프로그램 인베스트(INVEST). 사진=독일 경제기후부

 

여기에 VC 펀드에 대한 부가세 면제까지도 검토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중요 키워드 ‘다양성’…외국 인재와 여성 창업자 지원

 

이번 스타트업 전략의 중요 키워드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먼저 외국 인재를 스타트업으로 유치하기 위해 이민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특히 외국인의 전문직 경력과 대학 학위 인정 기준을 완화하고, 출입국 관리법상 IT 분야 특별 규정의 실효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외국에서 온 인재들이 독일 생활에 잘 정착하도록 무료 독일어 학습 프로그램도 만든다. 

 

또 중학생부터 IT 및 컴퓨터 관련 수업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교육 과정을 개편할 예정이며, 학생들이 스타트업에서 직접 실무를 경험하는 산학연계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2021년 스타트업에서 여성 창업자의 비율은 17.7%에 불과했다. 독일 정부는 여성이 과소 대표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여성 창업자를 위한 ‘익시스트 위민(EXIST Women)’ 펀딩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학문 기반 창업을 지원하는 독일의 익시스트 프로그램. 사진=exist.de

 

익시스트 프로그램은 1998년부터 공과대학들의 경진대회로 시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학문 기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학과 연구기관 출신의 창업자들의 창업지원금, 기술이전 지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번 ‘스타트업 전략’에서 ‘익시스트 위민’ 론칭 계획을 발표하며, 여성 창업가와 여성 교수로 이루어진 멘토링 시스템 등도 개발하면서 여성들이 창업가로서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다양성을 강화하고자 한다. 

 

#산업계에서도 “환영”  

 

이번에 발표한 스타트업 전략(Start-up Strategie)는 자금 조달 강화, 인재 유치 지원, 창업 과정의 단순화와 디지털화, 여성 창업가와 다양성 강화, 학문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 지원 등 크게 10가지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에 대한 독일 산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독일 스타트업협회의 크리스티안 밀레(가전 회사 ‘밀레’의 3세)는 협회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스타트업 전략에 대해 “새로운 정부가 임기 100일 만에 스타트업 전략을 시작한 것을 환영한다. 이는 올바른 방향이며,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조치는 좀 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스타트업 전략이 지속적으로 실행된다면 스타트업은 독일의 경제적, 생태적, 사회적 변혁에 더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스타트업협회 대표 크리스티안 밀레. 사진=startupverband.de

 

독일 정부의 스타트업 전략이 발표되던 날, 독일 기술그룹 보쉬는 로버트 보쉬 벤처 캐피털(RBVC, Robert Bosch Venture Capital)을 통해 2억 5000만 유로(3350억 원) 규모의 펀딩을 발표했다. RBVC의 다섯 번째 펀드다. 

 

RBVC​는 AI, 사물인터넷(IoT), 반도체·양자 컴퓨팅 분야의 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투자가 완료되면 스타트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런 면에서 국가 기관의 펀드와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 최근 RBVC는 AI와 3D 인쇄 기술을 이용한 주문형 제조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소메트리(Xometry)와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이온큐(IonQ)의 IPO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독일 정부와 기업의 스타트업 육성정책, 그리고 벤처 캐피털의 스타트업 투자가 독일과 유럽 경제를 다시 살아 숨 쉬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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