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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서계동·장위동 취소…서울 도시재생사업 사실상 폐지 수순, 왜?

오히려 난개발·슬럼화 부추겨…"우리나라 도시에 부적합" vs "지속 필요성 있어" 엇갈린 평가

2022.06.27(Mon) 14:30:20

[비즈한국] ‘원형 보존’에 중점을 둔 도시재생사업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올해 초 주민 요청에 따라 처음으로 사업을 철회하는 사례가 나온 이후, 최근까지 기존 사업 선정지의 사업 철회가 이어졌다. 지난달에는 장위동 동방골목길도 골목길 도시재생사업을 취소했다. 설계까지 진행된 단계였지만 주민들은 사업 2년 만에 백지화를 택했다.


창신동, 서계동 등 사업을 철회하거나 중단한 지역의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이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노후 주택과 도로 정비가 시급한 동네에서 기념관을 짓고 주민공용시설을 만드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을 벌였다는 것. 이 지역들은 신속통합기획 등 다른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 추진 8년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사진=강은경 기자

주거 환경 개선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 도시재생사업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위치한 감나무집(위)과 재정비된 계단. 사진=강은경 기자


#주민 활용 적은 ‘앵커시설’ 건립에 집중

22일 찾은 서울 용산구 서계동. 언덕진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자 청파노인복지관 옆 벽면에 붙은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감나무집’, ‘빌라집’, ‘은행나무집’ 등 서계동 도시재생 거점시설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주택가 사이에 이어진 계단을 오르면 굳게 닫힌 하얀색 2층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은 2019년 11월에 개관한 감나무집이다. 서계동과 청파동이 인접한 세 갈래길 모퉁이에 위치해 건물 주변은 낮 시간에도 주민들과 차량 이동이 잦았다. 서울시는 마당에 감나무가 있는 이 건물을 서계동 도시재생의 거점 공간 역할을 할 핵심 시설(앵커시설)로 정하고 공유 부엌·서가로 탈바꿈했다.

60대 주민 A 씨는 “리모델링을 여러 번 했다. 시설은 한 번 방문해봤지만 주민 편의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진 않았다”며 “서울시가 개발 말고 보존을 하겠다며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 것인데 낙후된 주택가 사이에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이런 시설을 세운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계동은 서울역 뒤편 구릉지역의 주택가다.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좁은 골목과 비교적 넓은 골목이 번갈아 나오는 전형적인 달동네 모습이다. 기반시설이 낙후해 2007년 뉴타운 후보지로 지정되며 재개발 가능성도 떠올랐지만 2012년 박원순 전 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후보지에서 해제됐고, 이후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다. 

감나무집 인근에는 문화예술공간인 은행나무집, 마을상담소 겸 목공소인 빌라집이 있다. 이 공간들은 서울시가 일반 주택과 건물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과 신축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은 서울시정 환경변화와 계약종료에 따라 2022년 4월 1일부터 이 거점시설들의 운영을 중단했다.

서계동 골목 곳곳에는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주민 B 씨에게 도시재생사업 이후 서계동이 어떻게 변화했냐고 물으니 “이 시설들이 만들어졌고 일부 구간의 계단과 도로가 깔끔해진 것, 페인트칠을 한 것밖에 없는 것 같다. 바뀌어야 할 것들은 그대로고 나중에라도 재개발이 될 것을 기대하며 분양권을 노리는 ‘쪼개기’ 신축 빌라들만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건물 외부에 화장실…“열악한 환경 더 악화됐다”

도시재생 ‘1호’ 서울 종로구 창신동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창신동의 노후 주택 비율은 서울 최고 수준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창신동의 노후 주택 비율은 72.2%로 성북구 정릉동(74.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차 한 대도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골목길에는 노후 주택이 밀집했다. 방치된 빈집, 일부 골목에서 나는 악취 등은 열악한 환경을 실감케 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은 도시재생 1호 지역이다. 봉제역사관 등 각종 시설이 건립됐지만 주민들의 주거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아래 사진은 건물 외부에 있는 공용 화장실. 사진=창신동 재개발추진위원회 제공

서울 종로구 창신동은 도시재생 1호 지역이다. 봉제역사관 등 각종 시설이 건립됐지만 주민들의 주거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아래 사진은 건물 외부에 있는 공용 화장실. 사진=창신동 재개발추진위원회 제공


박원순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는 원형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낙후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4년 창신동과 숭인동 일대를 선도 지역으로 지정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창신동 도시재생사업에는 약 11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마중물 사업 예산 약 200억 원 중 78%는 앵커시설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원각사도서관 23억 6000만 원 △봉제역사관 18억 원 △백남준기념관 14억 원 △채석장 전망대 7억 6000만 원 등이다.

강대선 창신동 재개발추진위원장은 “예산 1100억 원을 들였는데 서울 한복판에 아직도 외부 공용 화장실이 딸린 건물이 있다”며 “기념관 같은 앵커시설들은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시설이다. 도시재생사업 8년 동안 오히려 더 낙후한 동네가 됐고 이 때문에 주민 이탈도 많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된 경우에는 공공재개발 등 정비계획 입안 자체가 불가능했다. 도시재생에 투입된 예산에 더해 비용이 중복되면 예산낭비 문제가 불가피해서다. 이 때문에 창신동을 중심으로 장위11구역, 자양4동, 서계동 등 12곳이 도시재생사업 해제 연대를 꾸려 목소리를 냈다.

창신동 재개발추진위는 ‘수선’에 그치는 도시재생이 아닌 전면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주민 의견을 모았다. 신통기획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지도 재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리면서 창신동도 신통기획 2차 공모를 준비 중이다.

사진은 창신동(위)과 서계동의 모습. 사진=강은경 기자

창신동 골목길(위)과 서계동 전경. 사진=강은경 기자


전문가들은 8년간의 사업이 처음 목표했던 ‘보전과 재생을 통한 낙후 환경 개선’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데에는 동의했지만, 도시재생사업의 의의는 다르게 평가했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유럽은 보존 중심의 주거재생 방식을, 미국은 전면 철거를 통한 랜드마크 조성 방식을 택한다. 도시 재생은 문화 중심으로 이뤄져야만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 역사가 짧아 지역별 문화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며 “취지는 좋지만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업이었다. 보존보다는 철거를 통한 정비가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백인길 대진대학교 도시부동산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은 세입자 등 원주민 보호 등 재개발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출발한 사업이다. 분명 지속될 필요성이 있다”라며 “다만 현재까지는 주거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적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재개발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기반 시설 등 환경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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