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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뭐지, 이 신박한 '돌아이' 청춘물은? '최종병기 앨리스'

독특한 하드코어 액션 로맨스…송건희·박세완 두 젋은 배우에 대한 기대감 만발

2022.07.04(Mon) 15:41:11

[비즈한국] 이병헌을 좋아한다. 배우 이병헌 말고(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1600만 관객 끌어 모은 영화 ‘극한직업’과 1%대 시청률이었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감독 이병헌. B급 감성이라고도 하고, ‘병맛’이라고 하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그 톤을 좋아한다.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최종병기 앨리스’를 우연히 보면서 ‘뭐지, 이 신박한 돌아이물은?’ 생각하며 이병헌 감독이 연상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연출을 맡은 서성원 감독과 함께 이병헌 감독이 공동 대본을 쓴 데다 총감독도 맡았단다. 이병헌 감독을 좋아한다면 시작할 이유가 충분하단 소리다.

 

스틸만 보면 빤한 하이틴 로맨스물 같지만 여학생 한겨울의 정체는 킬러, 남학생 서여름은 어머니의 죽음이란 트라우마를 잊고자 제 몸 바쳐 폭행을 당하는 독특한 인물이다. 하드코어 액션 로맨스, 핑크빛 아닌 핏빛 로맨스물 ‘최종병기 앨리스’. 사진=왓챠 제공

 

한 남학생이 있다. 어릴 적 어머니의 죽음 이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며 죽고 싶어하는 서여름(송건희). 어디로 튈지 몰라 미친 왕따라는 뜻의 ‘미왕’이라 불리던 여름은 우연히 ‘삥’을 뜯던 일진들 앞에 스스로 샌드백처럼 나선다. 고통을 고통으로 잊기 위해, ‘한 번만 더 때려줘’라는 마조히스트 같은 말을 남발하면서. 덕분에 졸지에 비폭력으로 일진들을 평정한 상태지만, 여전히 잠을 잘 수 없고, 삶에 의욕이 없다. 그러던 그 앞에 서늘한 얼굴의 한겨울(박세완)이 나타난다. 여느 때처럼 고통을 잊기 위해 거리의 불량배들에게 쥐어 터지고 있는 중인 그를, 엄청나게 압도적인 실력으로 구해주곤 잊으라며 기절시켰던 여름이 같은 고등학교 같은 반으로 전학을 온 것. 그리고 겨울의 정체는 ‘앨리스’란 이름으로 통하는 킬러다.

 

전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킬러들을 길러내는 ‘컴퍼니’에서 최고의 성적을 자랑하지만 누군가를 죽이지 못하는 겨울. 그에게 도망가자고 제안하고 조력자가 되어주는 건 ‘컴퍼니’에서 딸을 잃은 ‘미스터 반’이다. ​사진=왓챠 제공

 

정체를 숨기고 전학 온 고등학생 킬러와 비폭력으로 학교를 평정한 고등학생의 조합, 킬러의 세계와 고등학교 세계를 오가는 조화가 재미난데, 덕분에 하이틴 로맨스와 피 튀기는 액션 사이를 독특한 장르를 보여준다. 장르와 장르 사이 붕 뜰 수 있는 간극을 메우고 순식간에 톤을 바꾸게 하는 건 이병헌 감독 특유의 독특한 유머. 1화의 “사랑은 무릎 반사 같은 거야”를 시작으로, “뭐지, 이 잘생긴 또라이는” “(전교) 1, 2, 3등은 눈에 띄고 5등은 자존심 상하니까” “일진한테 무슨 서사를 바래” 같은 키득키득 웃게 만드는 명대사들이 곳곳에 넘친다. 대사보다 더 재미난 건 독특한 캐릭터들과 이들이 빚어내는 상황들. 세상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날라리 기숙사 룸메이트의 시답지 않은 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X발것들, 죽여버릴까?’라고 되뇌는 여름, 도망치는 와중 너(여름)라도 살라며 겨울이 떠나라고 했으나 떠나지 않은 여름이 “뭐랄까, 모텔까지 왔는데 그냥 가면 좀”이라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는 장면들이 웃음을 유발한다.

 

정체를 숨긴 채 평범한 대한민국 고3으로 지내고자 하지만 상황은 도무지 겨울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겨울의 대사처럼, 참 대한민국 고딩들 힘들다. 사진=왓챠 제공

 

차진 대본과 완급 조절에 능숙한 연출도 돋보이지만 이 독특하기 그지없는 드라마를 생생하게 완성하는 건 배우들. ‘SKY 캐슬’에서 비극의 방아쇠를 당겼던 서울대 의대 합격생 ‘박영재’ 역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송건희는 죽고 싶어 하는 잘생긴 또라이 서여름의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우면서도 무료한 표정과 찰떡같이 어울리고, 드라마 ‘도깨비’의 ‘고시원 귀신’으로 등장한 뒤 ‘땐뽀걸즈’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등 주연급으로 성장한 박세완의 연기가 천연덕스럽다. 향후 두 배우가 나오는 작품을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다. 신선한 마스크의 젊은 배우들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조연 배우들도 일품. ‘컴퍼니’에서 도망친 앨리스에게 자신의 죽은 딸 이름을 부여하고 키다리 아저씨처럼 멀리서 보호하는 미스터 반 역의 김성오, 킬러 앨리스를 길러내고 도망간 그에게 복수하고자 쫓는 미치광이 킬러 스파이시 역의 김태훈,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를 절묘한 톤으로 잡는 서여름의 보호자이자 형사 남우 역의 정승길이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사로잡는다. 양현민, 허준석 등 이병헌 감독 사단이라 부를 만한 친숙한 얼굴들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컴퍼니’의 비밀이 담긴 리스트를 갖고 도망친 앨리스를 잡고자 혈안이 되어 있는 미치광이 킬러 스파이시. 앨리스 때문에 다시 태어나게 된(!)지라 처절한 복수를 꿈꾸고 있다. 사진=왓챠 제공

 

‘좋좋소’ ‘시맨틱 에러’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최종병기 앨리스’는 지난 6월 24일 1~3화를 공개한 것에 이어 6화까지 공개한 상태. 회당 30분 내외의 짧은 미드폼 콘텐츠라 총 8부작을 4시간가량이면 시청할 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 볼 만하다. ‘좋좋소’ ‘시맨틱 에러’처럼 왓챠 오리지널이 지향하고자 하는 독특함을 자랑하는 만큼 취향만 맞는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 유사한 제목의 애니메이션 ‘최종병기 그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서여름 역의 송건희와 한겨울 역의 박세완은 차근차근 역할을 넓혀가며 얼굴을 알리고 있는 젊은 배우들. ‘최종병기 앨리스’를 보고 나면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감을 갖게 된다. 사진=왓챠 제공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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