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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M&A 세력 몰아낸 '좋은사람들', 세코그룹이 '좋은 사람' 될까

배임·횡령 전 대표 구속 후 회사 회복 순항…"건실한 새 주인 만나면 내년 상반기 거래재개 가능성"

2022.07.22(Fri) 14:32:57

[비즈한국] 국내 1세대 속옷 브랜드로 유명한 코스닥 상장사 ‘좋은사람들’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무자본인수 의혹과 횡령 혐의를 받는 이종현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5월 16일 좋은사람들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인가했고, 한국거래소는 2020년도 감사의견 비적정성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 중이다. 좋은사람들이 건실한 새 주인을 만나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회생절차를 졸업하게 되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 거래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좋은사람들 사무실. 사진=최준필 기자


좋은사람들은 지난해 5월 소액주주들(박시형 외 278명)이​ 직접 나서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이례적인 사례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종현 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며 법정관리를 통한 경영정상화 및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 보존을 위해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좋은사람들은 지난해 3월 2020년도 사업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받으며 거래가 정지돼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외부감사인 의견을 받지 못한 재무제표에 따르면 2020년 좋은사람들은 당기순손실 247억 8400만 원을 기록했다.  

 

소액주주연대와 노조는 회사가 벼랑 끝에 내몰릴 때까지 이 전 대표의 전횡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좋은사람들 감사와 사외이사, 노조 등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소·고발당했다. 개인적인 용도로 자금을 차입하며 좋은사람들을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워 60억 원의 우발부채를 떠안게 하고, 약 255억 원의 사내유보금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잠적, 도주 3개월 만인 지난달 18일 체포됐다.  

 

거래소는 지난 6월 2일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한 결과, 오는 8월 31일까지의 개선계획 이행내역 등을 반영해 이후 개최되는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심의를 속개하기로 결정했다. 좋은사람들은 다음달 31일까지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좋은사람들은 2020년에 이어 2021년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서도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 

 

현재 좋은사람들은 이 전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없애고 새 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소액주주들이 이종현 전 대표를 몰아내고 최재영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주주명부 확인을 통해 최대주주 또한 제이에이치리소스(이 전 대표·0.01%)에서 스위스 투자은행인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 AG·1.12%)로 변경됐다. 지난 3월 28일에는 원활한 투자자 유치 및 재정건정성을 꾀하기 위해 대표집행임원으로 김상현 경영본부장이 선임됐다.

 

회사는 지난달 20일 주주 문의 게시판을 통해 현재 상황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통해 회사를 안정화하고, 동시에 2020년과 2021년 회계감사 부적정에 대한 재감사를 진행해 주권 거래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는 것. 최종적으로는 건실한 자금을 가진 기업에 인수합병해 완전한 정상화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실제로 좋은사람들은 거래소에 (이 전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 해소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기업회생과 재감사 계약 체결에 중점을 둔 개선계획을 제출했다.

 

좋은사람들 측은 “이 모든 게 정상적으로 흘러간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거래가 재개될 것으로 보이며, 임직원은 이를 목표로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회사의 부실은 전 대표이사의 횡령, 배임으로 발생했다”며 “그로 인해 악영향은 일부 있겠으나 현재까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해외 라이선스 사업이나 해외 공장도 전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가 떠나간 좋은사람들의 개선 계획은 순항 중이다. 지난 5월 16일 서울회생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졌고, 2020년 사업연도에 대한 재감사 계약도 완료됐다. 최재영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종현 전 대표가 회사 자금을 유용하며 제대로 된 자금 사용 자료를 확보하지 않아 회계자료를 복구하는 중”이라며 “건실한 새 주인을 만날 경우 빠르면 올해 말 (거래재개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좋은사람들은 공시를 통해 우리파인우드컨소시엄과 인가 전 M&A를 위한 조건부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우리인터텍스의 모회사는 세코그룹 대주주 배석두 회장 개인회사로 세코그룹은 서진산업 등 21개 계열사를 보유한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이다. 사진=세코그룹 홈페이지 캡처


새 주인을 만날 날도 머지않았다. 좋은사람들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지난 4월께부터 투자 의사를 밝힌 투자자가 등장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지난 11일 좋은사람들은 공시를 통해 우리파인우드컨소시엄과 인가 전 M&A를 위한 조건부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리 인수예정자를 선정한 후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이다. 스토킹호스 방식은 계약 무산을 막고 신속하게 법정관리를 종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는 25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 받고 다음 날인 26일부터 내달 8일까지 예비실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좋은사람들 노조는 지난 21일 회생법원에 경영 의지가 확인된 인수주체가 좋은사람들을 인수하고, 과거 이 전 대표가 해지한 단체협약의 효력 발생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노조에 따르면 투기자본 세력인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전횡에 걸림돌이 되는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노조파괴 전문가를 채용하고 조합원에 대한 부당징계, 인사차별을 진행했다. 또 지난해 12월 1일자로 단체협약마저 해지했다.

 

노조는 탄원서를 통해 “기업매각 완료 전 불법투기 세력에 의해 해지됐던 단체협약의 효력이 원상회복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좋은사람들지회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어떠한 인수주체가 인수하더라도 회사 경영정상화와 고용안정을 위해 협조하고 노력하며 함께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사람들 160여 명 직원과 2000개의 대리점주 및 다수 협력업체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도록 좋은사람들 인수자금에 대한 자금출처 검증 및 경영 의지가 확인된 인수 주체 및 자본에 인수될 수 있도록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인수예정자로 등장한 우리파인우드컨소시엄은 우리인터텍스를 주축으로 인베스터유나이티드, 파인우드프라이빗에쿼티로 구성됐다. 우리인터텍스는 인베스터유나이티드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국내 의류·이너웨어 업체다. 등기부상 사업목적으로는 트렁크팬티 및 란제리 완제품 제조 도매업, 원단직물류 제조 및 납품 도매업 등이 명시됐다. 우리인터텍스는 좋은사람들, 이랜드, 트라이 등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기업으로 좋은사람들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인터텍스의 모회사 인베스터유나이티드는 세코그룹 대주주인 배석두 회장이 지분 59.8%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인베스터유나이티드는 우리인터텍스 외에도 자회사로 오투저축은행과 흥국저축은행, 라디안홀딩스, 파인우드프라이빗에쿼티, 나루, 서진오토모티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인베스터유나이티드 지분 26%를 보유한 2대주주 주식회사 연합 또한 배석두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배 회장은 기아자동차 창업주 고 김호철 회장의 외손자다. 세코그룹은 서진산업과 서진오토모티브, 서진캠, 코모스, 에코플라스틱, 아이아 등 21개 계열사를 보유한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이다. 

 

문경주 전국화섬노조 좋은사람들지회장은 “우리인터텍스의 경우 OEM 생산도 일부 진행했던 거래처인 데다, 세코그룹이 객관적으로 봐도 나쁜 자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새로운 투자자가 등장한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재영 소액주주 대표는 “다음 주 인수의향서를 접수 받은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물러난 이후 회사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인수의지가 있는 좋은 기업이 인수해 회사를 성장시키면 거래재개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이 전 대표의 무자본인수 의혹은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와도 연관돼 귀추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10월 좋은사람들을 인수할 당시 라임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인광 에스모 회장이 실소유한 회사 3곳으로부터 100억 원을 끌어다 썼으나, 이 사실을 2020년 1월 기재정정 공시를 통해 뒤늦게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앞세운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에 100억 원을 출자한 KTP투자조합의 출자자가 이인광 회장이 실소유한 코스닥 상장사 동양네트웍스와 에스모, 디에이테크놀로지였던 것. 이에 좋은사람들 안팎에서는 재작년부터 이종현 전 대표가 라임 자금을 통해 회사를 무자본인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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