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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완전자본잠식 위기 아시아나 합병 '산 넘어 산' 앞 뒤

코로나 사태와 해외 경쟁당국 기업결합 심사 악재, 여력 부족 산업은행 "합병주체 지원 나서야"

2022.11.02(Wed) 18:00:55

[비즈한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의 합병이라는 항공업계 최대 빅뱅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항공산업 침체와 더딘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로 골든 타임에서 자꾸만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는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인수 실패 후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한항공 인수가 결정됐다. 하지만 외부 환경 악화에 따른 더딘 인수·합병(M&A) 진행에 아시아나는 재무상태 악화로 올 3분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돼 연말까지 이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기로에 놓이게 된다. 

 

경기침체에 다른 기업들의 구조조정까지 담당해야 하는 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은 합병 주체인 대한항공이 자금 투입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 인수에 대한 부담이 커진 대한항공은 현재로서는 각국 경쟁당국 기업결합심사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 무리한 차입을 통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품었지만 같은 해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에 그룹은 물론 알짜 계열사인 아시아나까지 경영악화에 내몰렸다. 더욱이 2019년부터 항공기 운용 리스비(임차료)를 기존 비용에서 부채로 계상하는 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으로 리스 운용비율이 높은 아시아나로서는 부채비율 급등으로 외부 자금조달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채권단을 구성해 구조조정 운영자금 2조 4000억 원, 영구채 인수 8000억 원 등 3조 3000억 원을 아시아나에 지원했다. 채권단은 2019년 11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아시아나 M&A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2020년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 항공산업을 강타하고 진전 없는 M&A로 같은 해 9월 산업은행은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계약을 해지했다. 

 

결국 2020년 11월 정부와 산업은행은 아시아나를 대한항공에 흡수합병 시키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의 항공시장 독점 우려는 가시지 않지만 아시아나는 자생할 상황을 넘어섰고 대한항공 외엔 마땅히 인수할 만한 기업도 없다는 점에서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대한항공에 인수되지 않으면 기업 정리절차가 불가피한 아시아나에 공적자금을 쏟아 부은 산업은행 등은 이를 회수할 다른 방법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 사진=박정훈 기자

 

10월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외에 플랜B는 없고 대한항공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석훈 회장은 국감장에서 “환율이 너무 올라 아시아나가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다. 합병을 원활하게 하려고 아시아나에 많은 자구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합병의 주체가 될 대한항공에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회장은 “대한항공으로 M&A가 불발됐을 때 플랜B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합병 진행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끼어드는 것이 합병 전체 진행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싶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시아나의 재무상태는 악화일로다. 아시아나는 2022년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6544%다. 이달 중 3분기 재무제표가 공개되면 아시아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아시아나의 자본금은 3720억 원이지만 자본 총계는 2046억 원에 그쳐 이미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올 3분기 고환율 현상이 항공 업종을 강타하면서 아시아나는 이 기간 3500억 원대 안팎의 외화환산손실(환차손)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업의 경우 항공기 리스비, 유류비 등 주요 운영자금을 달러로 결제하므로 환율이 급등하면 타격이 큰 대표적인 업종이다. 올 들어선 국제 유가 상승으로 유류비 부담도 뛰었다. 아시아나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28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환차손이 4163억 원에 달해 2594억 원의 반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나는 올 3분기 환차손으로 인한 결손금 증가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변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사가 회계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면 즉시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12월 결산법인인 아시아나가 상폐를 면하기 위해선 올 연말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 상폐될 경우 외부 자금 수혈은 더욱 어려워진다. 

 

아시아나는 내년 상반기까지 영구채 이자와 회사채 상환 명목으로 4000억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이달에는 9일까지 257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중 잔액 317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당시 계획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후 1조 5000억 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신주와 3000억 원의 영구채를 인수해 아시아나 최대주주가 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M&A 진행 절차가 예상보다 더디면서 대한항공의 인수 전후 비용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264%로 업종 특성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태다. 여기에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조 842억 원, 1년 이내 뽑아 쓸 수 있는 금융기관 등에 예치된 단기금융상품 자산도 4조 1982억 원에 달해 아시아나 인수 관련 추가 비용을 일정 부분 감당할 여력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 건은 현재 9개 필수(의무) 신고국가 경쟁당국 중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튀르키예(터키), 대만, 베트남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두 항공사 모두에게 시장 규모가 큰 나머지 필수 신고국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경쟁당국은 심사 중이며 이중 한 곳이라도 통과하지 못할 경우 기업결합은 무산된다. 

 

공정위는 올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을 결합 확정일로부터 10년 간 일부 노선에 대한 슬롯(시간당 비행기 이착륙 횟수)·운수권(항공사에 배분된 운항 권리)을 제한하는 조건부 승인을 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를 반영해 충돌하는 시정조치 내용을 보완·수정해 전원회의를 열고 의결한다는 입장이어서 국내 경쟁당국 관문을 완전히 통과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양사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 “외교적인 경로로 알아보고 있는데 내년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경쟁당국은 이르면 이달 내 두 회사의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하고 최종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운항 노선이 많은 미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으면 그 외 경쟁당국 기업결합 심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남은 해외 경쟁당국에서 진행 중인 심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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