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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재팬' 재점화 조짐, 전범기업 손잡은 대기업 성적표는?

롯데·삼양·농심 등 전범기업과 합작사 '부진 혹은 적자'…NO재팬 시즌2 벌어질까 촉각

2023.03.31(Fri) 09:28:24

[비즈한국] 우리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하고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전면적인 관계 복원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역사 관련 왜곡 기술을 강화하면서 양국의 관계 개선 움직임에 부정적 기류도 감지된다. 앞서 일본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대한국 수출 규제 등 경제보복에 나서자 2019년 우리나라에선 일본제품 불매운동인 ‘노재팬(NO재팬)’이 전개되기도 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일본 전범기업과 세운 합작사는 아직까지 부진한 영업실적을 보이고 있다.

 

# 호텔롯데 상장 빨간불로 ‘원롯데’ 요원해진 롯데…전범기업 세 곳과 합작사

 

노재팬 운동 당시 가장 마음 졸이던 대기업은 롯데다. 롯데지주 위에 ‘호텔롯데→일본롯데홀딩스→광윤사’가 있는 옥상옥 형태의 지배구조로 인해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7년 10월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롯데 지분을 희석시키고 롯데지주 중심의 지배구조를 완성하는 ‘원(ONE)롯데’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호텔롯데의 상장은 경영권 분쟁과 검찰 조사 등으로 연기됐으며, 최근에는 호텔롯데가 인천공항 면세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더욱 요원해질 조짐이다. 

 

롯데그룹은 일본기업 꼬리표 외에도 전범기업과의 합작사 세 곳을 보유하고 있어 노재팬이 재점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5대그룹 가운데 전범기업과의 합작사를 보유한 곳은 롯데와 SK(SK쇼와덴코) 두 곳이지만, 롯데그룹은 유통사업군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롯데그룹 화학 계열사 롯데케미칼은 ‘롯데엠시시’와 ‘롯데미쓰이화학’, ‘롯데 우베 인조고무(Lotte Ube Synthetic Rubber Sdn. Bhd.)’ 등 세 개 일본합작사의 지분을 50%씩 보유 중이다. 

 

롯데엠시시는 일본 미쓰비시그룹 산하 계열사인 미쓰비시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의 합작사다. 미쓰비시그룹은 하시마섬(군함도)에 해저탄광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조선인을 대거 강제 노역시킨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기업이다. 롯데미쓰이화학은 3대 전범기업 중 하나인 미쓰이그룹과 설립한 합작사다. 미쓰이그룹은 219개 작업장을 운영하며 조선인을 강제동원했다. 확인된 피해자만 1251명에 달한다. 롯데엠시시와 롯데미쓰이화학은 지난해 각각 135억 4407만 원, 3억 6153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이 전범기업인 우베흥산, 미쓰비시그룹(미쓰비시상사)과 설립한 ‘롯데 우베 인조고무’는 상황이 좋지 않다. 우베흥산은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전범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 우베 인조고무’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71억 441만 원을 기록했다. 더불어 2021년 24억 1349만 원, 2022년 274억 5754만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손상차손이란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산의 가치가 장부가격보다 떨어졌을 때 이를 손실과 비용으로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 창업주 ‘친일파’ 논란에도 미쓰비시그룹과 합작사 세 곳 유지 중인 삼양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한일경제협회장으로 참석하면서 향후 한일 양국간 경제협력 활성화의 가교 역할을 맡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이 2014년 한일경제협회장으로 추대될 당시에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과거 창업주의 친일 행적으로 친일기업이라는 오명 때문이다. 삼양그룹의 창업주인 김연수 전 회장은 일제에 국방헌금을 내고, 학병 권유연설에 참여하는 등 친일행위를 해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됐다. 

 

삼양그룹은 창업주의 친일행위 이외에도 전범기업 미쓰비시그룹과 네 곳의 합작사를 설립해 운영하며 비난을 샀다. 삼양화인테크놀로지와 삼남석유화학, 삼양화성, 삼양이노켐 등이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양화성과 삼남석유화학 두 법인이 미쓰비시그룹에 보낸 배당금만 48억 원에 달한다. 

 

삼양화성은 삼양이노켐과 미쓰비시케미칼·미쓰비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코퍼레이션이, 삼양화인테크놀로지는 삼양사와 미쓰비시케미칼이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합작사다. 삼남석유화학은 삼양그룹 지주사인 삼양홀딩스와 미쓰비시케미칼이 각각 지분 40%를,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가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삼양이노켐의 경우 미쓰비시그룹과 설립한 합작사이지만 지난해 미쓰비시 측 지분을 삼양홀딩스가 사들이며 삼양홀딩스 단독주주로 변경됐다. 설립 당시 20%이던 미쓰비시 측 지분은 지난 2014년 2.71%로, 지난 2021년 2.32%로 점차 줄어들다. 이와 관련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지난해 이소소르비드(ISB) 상업화 공장을 준공하는 등 삼양이노켐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키로 하면서, 삼양이노켐의 완전 자회사화를 통해 사업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합작사는 사업적인 판단으로 진행되는 만큼 경영진에서 판단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농심은 전범기업 아지노모도와 합작사 '아지노모도농심푸즈'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농심 사옥. 사진=최준필 기자


# ‘아지노모도농심푸즈’ 매년 영업손실 기록에 정치권발 불똥까지

 

농심이 전범기업과 합작사 운영하고 있는 사실은 최근 정치권발 이슈로 재조명됐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일본 전범기업과 업무협약(MOU) 맺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소부장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비난하자 이를 반박하며 2018년 경기도가 일본 기업과 맺은 업무협약 내용을 지적한 것이다. 

 

박 의원은 “경기도의 MOU 이후 행정지원 등을 통해 45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일 공동 출자회사가 설립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박 의원이 말하는 ‘한일 공동 출자회사’는 농심과 일본 종합식품기업 아지노모도가 49:51 지분으로 출자해 지난 2017년 말 설립한 ‘아지노모도농심푸즈’다. 아지노모도는 조선인을 강제로 동원해 노역시킨 전력이 있는데다,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제작을 후원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2006년부터 아지노모도의 보노스프를 수입해 판매하던 농심은 합작사를 통해 경기 평택에 공장을 준공하고 국내 생산을 시작했다. 당초 농심은 공장을 통해 2019년 즉석스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9년 국내에서 노재팬 운동이 전개되면서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공시에 따르면 아지노모도농심푸즈의 매출액은 2019년 4억 2493만 원에서 2021년 56억 9021만 원으로 증가했으나, 설립 이후 지난해 3월까지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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