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홈쇼핑 업계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TV 시청자 수가 감소하며 시장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송출수수료 부담은 날로 커져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푸념한다. 매번 반복되는 송출수수료 문제에 홈쇼핑 업계는 방송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사업 방향을 모색한다는 방침인데, TV 밖에서의 성적마저 부진해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도 침울’ 실적 악화 거듭

롯데홈쇼핑이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시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만 45세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가 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2년치 연봉과 재취업 지원금, 자녀 교육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롯데홈쇼핑 측은 “업계 상황이나 회사 실적이 좋지 않다 보니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많지만 좋은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본다. 권고사직처럼 인원의 몇 프로를 조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에둘러 표현했으나 희망퇴직 시행은 실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매출이 1조 780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1030억 원)보다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부터 내리막길이다. 2020년 1250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21년 1020억 원으로, 지난해에는 780억 원으로 줄었다. 올해 실적은 더욱 부진하다. 롯데홈쇼핑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4620억 원으로 전년(5472억 원) 대비 18%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587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58억 원으로 90%나 감소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TV 시청률이 감소 추세인 데다 라이브커머스 등 경쟁자도 늘면서 전반적으로 홈쇼핑 업황이 좋지 않다. 특히 새벽 방송정지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악화는 롯데홈쇼핑만의 일이 아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상반기 홈쇼핑 부문 매출액이 5308억 원으로 전년 동기(5433억 원)보다 2.3%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622억 원에서 259억 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NS홈쇼핑도 상반기 매출액은 3126억 원, 영업이익은 13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8%, 24.4% 줄었다.

특히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송출수수료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계는 이미 성장세가 정점을 찍었다. TV 시청률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없는 현 상태에서는 홈쇼핑 시장의 확대 가능성은 전무하다”며 “방송을 통한 매출은 감소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송출수수료 부담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TV홈쇼핑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 9065억 원으로, 2018년(1조 4304억 원) 대비 33.3% 증가했다.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은 2018년 46.1%에서 지난해 65.7%로 확대됐다.

#송출수수료 때문에 실적 악화? ‘탈TV’ 전략도 지지부진

올해는 송출수수료를 두고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 간의 갈등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8월 서울 강남 지역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TV에 10월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현대홈쇼핑은 케이블TV 사업자 LG헬로비전에 송출 중단을 공지했고, CJ온스타일은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 

갈등이 커지자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 간 계약 공정성을 따지는 대가검증협의체를 열기로 했다. 정부가 특정 인상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양사 제안(최종 수정안)을 놓고 분쟁중재위원회에서 다수결로 결정하는 메이저리그(MLB) 방식으로 해결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송출 중단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분위기로 봐서는 송출 중단 통보가 단순히 협상을 위한 카드라기보다는 살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매출액과 송출수수료를 따져봤을 때 남는 것이 없으니 부득이하게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재개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롯데홈쇼핑의 경우 딜라이브 강남 채널에서 발생하는 판매 수수료 이익보다 송출수수료 지급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딜라이브 강남 채널은 계속해서 적자가 나는 상황이었다. 지난해부터 송출수수료 부담이 커져 채널을 뒷번호(뒷번호로 갈수록 수수료가 낮아지는 상황)로 빼달라고 요청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10월 1일부로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이후 방송 중단을 고지한 상태다. 아직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으니 대가검증협의체를 통해 (협의를) 진행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송출수수료 부담에 수익성 악화를 거듭하던 홈쇼핑 업계는 결국 TV​를 떠날 결심을 하고 있다. TV 방송 의존도를 낮추고 인터넷이나 라이브커머스, PB사업을 확대해 생존 방향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TV홈쇼핑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홈쇼핑 업계 전체 매출액 중 방송을 통해 발생한 매출 비중은 49.4%로 나타났다. 2018년 60.5%였던 매출 비중은 점차 감소해 지난해 처음으로 50% 이하로 낮아졌다. 

문제는 TV 밖에서의 성적마저 부진하다는 것이다. 현대홈쇼핑은 올 상반기 인터넷 판매 부문의 영업이익이 13억 원으로 지난해(203억 원)와 비교하면 93% 줄었다. 현대홈쇼핑은 라이브커머스와 온라인몰 등 판매 채널을 다양화해 수익성을 확대한다는 전략이지만, 인터넷 판매 부문의 성적 저조로 올 상반기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현대홈쇼핑 통합 온라인몰인 H몰의 매출이 하락했다. 업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홈쇼핑 시장의 침체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이 나름의 전략을 모색 중이긴 하나, 현재 상황만 봐서는 갑자기 시장이 성장할 만한 요소가 없다. 큰 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 업계의 위기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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