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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내 최초 '집사카페', 씹고 맛보고 즐기고 뜯어보니

"모두 들어드립니다, 단 유료" 기본 3만 원에 서비스마다 추가 요금…대표 "다양한 콘텐츠 선보일 것"

2024.01.31(Wed) 11:20:03

[비즈한국] 최근 SNS를 중심으로 유명세를 얻는 곳이 있다. 바로 ‘집사카페’다. 21세기에 집사라니. 다소 생소한 단어지만, 이곳을 방문하면 대저택의 ‘아가씨·도련님’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최근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카페가 증가하고 있다. ‘메이드카페’, ‘집사카페’뿐 아니라 미술관, 드로잉, 낚시 등 테마카페 비중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페’의 개념이 확장됐다고 분석한다.

 

올해 1월 오픈한 집사카페는 오픈 전부터 큰 화제가 됐다. 사진=루치펠 인스타그램 캡처


#집사카페 가보니…집사 팬덤도?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서울시 연남동 집사카페 ‘루치펠’은 지난 12월 가오픈을 거쳐 올해 정식 오픈했다. 국내 첫 테마 집사카페로 이번 달 예약은 모두 만석이다. 저택에서 집사가 아가씨와 도련님의 귀가를 기다린다는 콘셉트. 자칫 오글거릴 수 있지만, 집사도 방문하는 아가씨들도 모두 콘셉트에 ‘몰입’해야 한다.

 

예약 내역을 보여준 후 문을 세 번 두드리면 “아가씨들 귀가하셨습니다”는 멘트와 함께 문이 열린다. 가방을 집사에게 맡긴 후 좌석에 착석할 수 있다. 배정 받은 ‘집사’가 와서 주문을 받는다. 예약금 1만 원과 함께 필수 주문해야 하는 애프터눈티 세트 2만 원 등 기본 요금이 3만 원이다. 여기에 SNS 업로드가 가능한 인증사진(1만 2000원), 노래 또는 춤 공연이 있는 라이브쇼(2만 원) 등을 추가할 수 있다.​ 

 

‘주인님’이라고 불리는 메이드카페와 달리 집사카페는 ‘서비스업’임을 명시하고 있다. 미성년자도 출입 가능하다. 영상 촬영은 불가능하다. 사진 촬영도 집사 얼굴이 나오면 안 된다. 사진=전다현 기자

 

전적으로 ‘갑’이 되어 대접만 받을 것 같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차를 직접 따르면 집사에게 ‘혼’이 난다. 집사들은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아가씨와 도련님에게 말을 건넨다. 다만 집사마다 편차가 컸다. 자연스럽게 농담을 건네는 집사도 있지만, 다소 퉁명스러운 집사도 있다. 응대 방식도 집사마다 차이가 있다.

 

콘셉트에 몰입하는 건 손님의 몫도 있다. ‘승마수업을 방금 마치고 돌아온 아가씨’ 등 자신의 콘셉트를 고민해서 오는 손님도 있고, 코스프레 복장을 해 몰입감을 더하는 손님도 있었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 집사들이 공연하는 ‘라이브쇼’도 관람할 수 있다. 춤, 노래 중 선택할 수 있다. ‘풀’은 2만 원, ‘하프’는 1만 1000원이 추가된다. 외출 시간도 정해져 있다. 입장 후 1시간이 지나면 “아가씨 이제 외출하실 시간입니다”는 멘트가 들려온다. 저택에 오래 머무르고 싶으면 7000원을 추가해야 한다.​ 

 

집사카페 메뉴판. 애프터눈티 세트(1인 2만 원)는 필수로 주문해야 한다. 사진=전다현 기자

 

1만 2000원을 내면 선택한 집사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구입한 사진은 SNS에 업로드할 수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집사의 ‘팬덤화’도 보인다. 집사카페에 두 번째 방문을 했다는 후기도 있고, 특정 집사에게 ‘선물’을 가져오는 손님들도 있었다. 손님 A 씨는 “두 번째 방문인데, 이번엔 선물도 가져왔다”며 집사에게 인형을 선물했다.

 

집사들은 개인 공개 SNS 계정을 운영한다. 각자 스토리도 있다. 모두 인간은 아니다. ‘악마’, ‘드라큘라’, ‘구미호’ 등이 이들의 ‘본체’. 아이돌 그룹이 가진 ‘세계관’과 콘셉트가 유사하다. 집사들은 ‘휴무’날에도 자발적으로 게시물을 올리며 본체의 일상을 공개한다.

 

집사 계정에 올라온 손님에게 받은 선물 사진. 사진=루치펠 집사 인스타그램 캡처


#루치펠 대표 “어른들에 위안 주고파”

 

한국에 대저택 집사라니. 코스튬 문화를 찾기 힘든 국내에 ‘집사카페’를 차린 이유는 뭘까. 지난 30일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루치펠 대표 노 아무개 씨는 “어렸을 때는 모두 왕자님, 공주님으로 불렸던 시기가 있다. 어른이 되면서 사회인으로 자라지만, 모두 마음속에 소년, 소녀의 시절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삶에 지칠 때 한 번씩 와서 이런 대접을 받으면 위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대인 노 대표는 교육업, 숙박업, 카페 등 여러 업종을 운영했으며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집사카페’를 차려야겠다는 결심을 한 후 영국의 집사에 관한 모든 책을 섭렵했다고. 그는 “국내 최초니까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일본을 가봐도 메이드카페는 정형화된 틀이 있지만, 집사카페는 카페마다 모두 달랐다. 그러다 보니 ‘애프터눈티 세트’ 하나만 가지고 어떤 식으로 한국화할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집사카페에서 판매하는 1인 애프터눈티 세트. 사진=전다현 기자

 

집사마다 개인 팬덤이 형성되는 현상도 자연스럽다. 노 대표는 “아무리 똑같은 교육을 받아도 집사들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집사마다 서비스 편차가 다르다는 지적도 있는데, 당연하다. 놀이공원에 갔는데 신데렐라와 백설공주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 이상하지 않는가. 집사마다 응대에도 차이가 있고, 그러다 보면 취향에 맞춰 팬덤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골만을 겨냥하진 않는다. 노 대표는 “추후 방문횟수나 누적금액 등에 따라 단골 손님들에게는 스페셜 메뉴를 주문 받을 예정이다. 다만 경영을 할 때는 한쪽에만 맞추지는 않는다. 단골 손님도 잡고 일회성으로 오는 손님도 많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집사 모집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루치펠은 가오픈 후 ‘SNS’로 집사를 공개 모집했다. 집사들은 모두 섭외나 면접으로 선발했다. 집사마다 콘셉트가 다르다 보니 겹치지 않는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 주말에만 2명을 채용했다. 집사는 더 늘릴 예정이다.

 

노 대표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집사마다 콘셉트와 스토리를 처음에 만들어주지만, 그 이후에는 각자의 몫이다. 집사들이 SNS 계정에 업로드하는 일상도 모두 자발적으로 한 거다. 제 손을 떠났다고 생각하지만, 나쁘지 않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앞으로 보여드릴 것도 많다. 여러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다.”

 

#지속 가능할까? 전문가들 “특색 있어야”

 

‘국내 최초’ 타이틀로 주목 받고 있지만, 얼마나 오래 갈지는 의문이다. 테마카페 특성상 반짝 인기에 그칠 우려가 있다. 집사카페를 방문한 20대 B 씨는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두 번은 모르겠다. 가격도 비싸고, 같은 체험을 ​굳이 ​또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재방문 요소가 없더라도 희소성을 유지한다면 수익성은 보장된다고 분석했다.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이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이 아니다. 이것만으로는 수익성이 없다. 하나의 체험 공간이 되고 있는데, 테마카페가 나오는 건 카페의 개념이 발전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잘되는 곳을 ​단순히 ​따라 할 것이냐, 본인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곳으로 만들 것이냐에 지속성 여부가 달려 있다. 단골이 없고, 유명세 덕분에 손님이 일회성으로 온다고 하더라도 유지될 수는 있다. 이런 곳은 가성비를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 특별한 체험, 서비스, 콘셉트를 경험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똑같은 카페가 양산될 우려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은 욕구 때문에 가는 것인데,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가 됐다고 본다. 다양하게 변형해서 구성을 하면 재미로 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최근에는 평범한 카페도 애프터눈티 세트를 파는 사례가 늘었는데, 이런 서비스도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하는 욕구 때문에 생긴 것이다. 다만 특색 있게 변형할 필요는 있다. 비슷한 카페가 생기더라도 변형을 해야 한다. 소비자가 계속 방문할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갑 교수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성은 있다. (집사카페가)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데, 대중화되기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이런 종류의 테마카페는 희소성과 특별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외부로 내용을 잘 알리지 않는 전략을 쓰는데, 일본은 카페뿐 아니라 음식점도 희소성에 중점을 둔다. 그런데 유사한 공간들이 많이 생기면 희소성이 떨어지고, 여러 콘텐츠를 통해 간접 체험도 하게 된다. 이용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하나가 유행을 하면 똑같이 따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따라 하더라도 카페마다 특색이 있어야 한다. 한국적인 느낌으로 바꿔 한국화한 테마카페도 가능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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