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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방송에 고작 5만원" 라이브커머스 '열정페이' 이 정도까지…

대행사 회당 수백만원 받고선 출연자엔 '쥐꼬리' 지급…단가 후려치기에 '무페이' 관행마저

2024.05.17(Fri) 17:24:27

[비즈한국] 실시간 소통 방송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는 서비스 출시 3년여 만에 10조 원 시장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판매자 입장에서 접근성이 높고 비용 부담은 적어 TV홈쇼핑을 위협하는 쇼핑채널로 떠올랐다. 방송진행자 구인이 활발해지면서 라이브커머스 전문 쇼호스트 양성 학원부터 라이브 대행사까지 연계된 산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거침없는 외형 성장과는 별개로 현장에서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몸값 높은 연예인, 인플루언서까지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갈수록 심해지는 출연료 ‘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악습도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인건비 단가 후려치기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진행된 라이브 방송. 사진=연합뉴스


#‘라방’​ 구인 쏟아지지만 까보면 ‘5만 원’​ 

“3년 전에는 진행 경험이 적더라도 출연료는 기본 30만 원이었습니다. 이제는 5만 원짜리 구인이 허다합니다. 경력 한 줄이 아쉬운 입장이니 5만 원이라도 받는 걸 다행으로 여기라는 거죠.”

프리랜서 중심인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의 연봉 기준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연봉 기준은 프리랜서, 정규직 등 계약 형태별로 다르고 프리랜서의 경우에도 경력, 인지도, 브랜드 전속 여부, 고정 계약 등에 따라 수익이 크게 갈린다. 하지만 ‘표준’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1시간 단위 방송 한 회당 출연료가 5만~10만 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0~2021년 무렵 기본 30만 원 정도였던 페이가 점차 낮아져 ‘수고비’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다.       

라이브커머스 방송(라방)은 보통 한 시간 동안 진행된다. 1~2명의 쇼호스트가 상품을 소개하고 직접 착용해보는 등 시연을 하며 방송을 이끈다. TV홈쇼핑에 비하면 스튜디오 규모가 훨씬 작고 방송 장비나 진행 인력도 단출하지만, 모바일 라이브 스트리밍 환경 기반인 만큼 시청자의 궁금증을 바로 해결해주며 더 가깝게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2년 차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정 아무개 씨(29)는 “카메라 하나만 있으면 1인 업체가 집에서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업체들이 라방에 뛰어들었고 쇼호스트들도 포화 상태다. 그래도 초기에는 쇼호스트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경력을 웬만큼 갖춰도 페이를 올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쇼호스트 채용은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구인 구직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쇼호스트와 업체(셀러), 대행사 관계자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는 SNS 오픈채팅방에서는 하루에도 수차례 구인 글이 올라온다. 이 채팅방은 항상 정원 1500명이 차 있는 주요 채널 중 하나다. 실제로 관절의료기기부터 뷰티, 아기 용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에서 라방 진행자를 구하며 회당 5만 원을 제시하고 있다. 대행사가 ‘예산이 넉넉지 않다’거나 ‘다음에는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오겠다’며 양해를 구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은 코로나 펜데믹 시기 라이브커머스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사진=네이버 쇼핑, 무신사 캡처


#대행사에 수백 만원 써도 매출 효과는 ‘글쎄

방송계에서는 오랫동안 ‘열정페이’ 문제가 반복됐지만 라이브커머스는 정도가 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과 3~4년의 단기간에 시장이 급성장한 탓에 부작용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판매 업체가 회사 내부 전담 부서를 두는 경우는 극히 소수다. 영업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규 조직을 두기에는 유지비용도 부담되고, 방송 편성부터 구성, 사후 판매 데이터 관리까지 운영 노하우를 가진 중소·중견기업도 많지 않다. 

대부분은 대행사에 맡기는데 1회 방송에 300만~5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라방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접근하면 마케팅비 출혈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라이브커머스 전담 부서를 둔 한 브랜드사 관계자는 “대행사를 끼고 수백만 원을 투자해도 정작 매출을 확인해보면 10만 원, 20만 원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 대행사는 ‘배너 광고 등으로 트래픽을 꽂는 게 중요하다’는 말로 추가 비용 투입을 권한다. 비용 압박은 커지는데 수익에는 영향이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3만 원, 5만 원을 부르는 회사와는 일하지 말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판매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져 투자비 대비 매출 효과가 미미해지자 인건비가 낮게 책정되는데 여기에 제작사나 대행사가 5만 원 이하로 가격 후려치기를 하면서 시장이 기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 

삼성전자는 전속 쇼호스트 계약을 맺고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운영 중이다.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아예 돈을 받지 않는 ‘무페이’ 라방도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초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일을 시작한 20대 이 아무개 씨는 일반 방송 외에도 이른바 ‘실습 방송’을 나가고 있다. 학원에서 수강생에게 방송을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본원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지역 방송, 리포터, 장내 아나운서 직무를 ‘알선’하는 아나운서 아카데미의 ‘추천 채용’과 흡사하지만 아예 출연료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 

라방 쇼호스트 전문 유명 학원들의 주요 강의 코스는 세 달에 400만~600만 원대에 달한다. 그보다 가격이 낮은 곳에서도 일반적으로 350만 원 안팎의 수강료를 받는다. 교통비에 더해 학원 제휴 업체에서 5만 원대 헤어·메이크업을 받으면 실습 방송에 일을 하러 가는 것만으로도 6만 원 이상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쇼호스트들 사이에서는 투잡, 스리잡이 흔하다. 이 씨는 “학원에서는 경험이 적은 쇼호스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카메라나 음향 환경이 열악한 경우도 부지기수라 포트폴리오용 방송인 걸 감안해도 아쉬운 점이 많다”며 “일찍 자리 잡은 경우 말고는 보통 5만~10만 원, 경력을 제대로 쳐주면 20만~30만 원 정도다. 전업으로 주에 고정 2~3개를 소화해도 부수입이 없으면 계속 이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모바일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요 이커머스들도 아직 헤매고 있는 곳이 많다. 현재는 대행사만 재미를 보는 구조”라며 “시장이 급성장한 상황에서 당분간은 플랫폼과 브랜드, 쇼호스트 간 옥석 가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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