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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조 "라인야후 지분 매각 반대" 나선 결정적 이유

고용 불안에 글로벌 역량 축소까지 우려…노조 "내수기업으로 회귀 위기감"

2024.05.21(Tue) 18:27:19

[비즈한국]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협상이 장기전으로 접어든 가운데, 라인 계열 한국법인이 술렁이고 있다. 이들의 우려는 라인 기반 글로벌 역량 약화라는 사업적 측면과 고용 불안정 문제로 요약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국내 대표 IT 기업이 일본 기업이 된다는 반감도 있다. 대통령실이 7월 ‘라인야후 보고서’에 지분 매각 내용을 제외할 것을 시사한 데 이어, 라인플러스 경영진이 전 직원 대상 설명회를 통해 임직원을 달래려 했지만 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라인야후 지분 매각 결정이 유보된 가운데 라인 한국법인이 술렁이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라인플러스 서현오피스. 사진=박은숙 기자

 

#글로벌 교두보 기술 쥔 ‘라인플러스’ 지키기 나선 노조 ​ 

 

네이버 노조의 공식 입장은 ‘라인야후 지분 매각 반대’다. 임직원 보호를 위한 가장 최선의 선택은 네이버가 지분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라인 사태 국면에서 네이버 노조는 전체 법인 단위로 대응하고 있다.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종료하고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는 상황이 한국 법인 라인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네이버의 라인처럼 국내 기업이 글로벌 IT 서비스를 성공시킨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네이버의 글로벌 서비스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지분 매각에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라고 말했다.

라인플러스는 현재 일본 외에도 미국, 중국, 대만, 태국 등 모회사 라인야후의 해외 법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라인플러스, 라인파이낸셜, 라인넥스트 등 라인플러스 계열사만 8개로 직원 수는 2500여 명 규모다. 네이버 안팎에서는 라인 사태 이후 네이버가 내수 기업으로 회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왔다. 라인은 일본 사용자 9600만 명 외에도 태국과 대만에서 각각 5500만 명, 22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메신저 서비스 외에도 금융과 콘텐츠 사업 등과 연계되어 글로벌 진출의 전초기지로 여겨진다.

라인플러스는 라인야후의 완전자회사 Z인터미디어트글로벌(옛 라인코퍼레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한국의 네이버가 개발한 메신저 라인과 일본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현지 최대 포털 야후를 서비스하는 회사다. 2021년 경영 합병으로 양 사가 A홀딩스를 통해 지분을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전경. 사진=박은숙 기자


노조는 지난 10일 라인 계열 직원들 대상 비공개 온라인 간담회를 개최하고 3일 뒤 사측에 “라인 계열 구성원과 이들이 축적한 기술, 노하우에 대한 보호를 최우선 순위로 삼으라”고 공식 요청했다. 2018년 IT업계 최초로 설립된 네이버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에는 네이버 본사부터 라인플러스, 네이버클라우드, 엔테크서비스(NTS), 엔아이티서비스(NIT) 등 ‘팀네이버’ 법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분 매각 유예됐을 뿐” 노조 행동 본격 시작 

 

국내 라인 관계사 직원들 사이에서 고용 불안 우려에 동요하는 분위기가 확대되며 노조의 움직임도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가 결산설명회에서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 종료하고 기술적인 협력 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직후 내부에선 불안감이 고조됐다. 이 발언이 사실상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라인야후 공동 경영 종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네이버 노조는 지분 매각 시 국내 인력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까지 소프트뱅크에 넘어가게 되며, 구성원들이 중장기적인 고용 불안에 놓일 수 있다고 본다.

라인플러스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주요 IT 기업을 묶은 ‘네카라쿠배’의 한 축을 담당한다. 다른 기업들이 국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반면,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차별화된 근무 환경이나 성과 관리 시스템은 IT 업계에서 개발자 이탈을 막고 외부 개발자를 유인하는 경쟁력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라인플러스 없이는 라인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협상에서도 라인플러스에 대한 논의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 상태에서 라인야후 지분 일부가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면 라인플러스 경영권도 소프트뱅크가 갖게 된다. 네이버 노조 측은 “매각으로 불안감을 느낀 라인 구성원들의 인재 유출은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네이버 라인야후 지분매각 사태 관련 노동조합 간담회에서 오세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의 공식 입장은 결산설명회 이후 이틀 만에 나왔다. 지난 3월 일본 총무성이 행정 지도에 나서면서 촉발된 라인 사태가 ‘네이버 지우기’로 구체화되는 양상 속에서, 한국 법인 직원들은 언론 보도 내용에 의존하며 사측의 입장 발표를 기다린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는 지난 10일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성실히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대통령실과 네이버가 오는 7월 1일 라인야후가 일본 총무성에 제출할 행정 지도 조치 관련 보고서에 지분 매각 내용을 포함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지분 매각 결정은 유보됐다. 하지만 노조는 21일 국회에서 네이버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나서줄 것을 요청하는 등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대통령실 입장문이 나오면서 사태가 일단락된 것 아니냐는 기사가 쏟아지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는 매각이 유예된 상황으로 정부와 경영진이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히지 않는 이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노조는 매각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라인플러스와 소속 구성원 보호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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