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올해 초 미국 법인 ‘한국타이어아메리카’에 1439억 6000만 원을 출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을 위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관세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타이어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다. 이런 가운데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테네시 공장이 증설되면 미국 시장 공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53)이 최근 구속돼 경영 공백이 발생한 것이 변수로 꼽힌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향후 미국 시장에 추가로 투자하는 등 투자 계획을 조정할 때 관련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7년 미국 테네시주에 공장을 준공했다. 테네시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550만 본이다. 2022년에는 테네시 공장 증설에 나섰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당시 “테네시 공장의 생산량 증가 결정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북미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균형 잡힌 글로벌 생산기지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2022년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단계별로 15억 7500만 달러(약 2조 1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증설이 완료되면 테네시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현재의 두 배인 1100만 본으로 늘어난다.
테네시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에 대응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수입차 판매 감소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입차 판매량이 감소하면 수입차에 장착되는 타이어 판매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부터 자동차 부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타이어도 자동차 부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만으로는 북미 지역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완성차 업체에 장착되는 일부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관세를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올해 4월 3일부터 2026년 4월 30일까지 미국에서 조립한 완성차 가격 기준 15%에 해당하는 부품에 관세가 면제된다. 2026년 5월 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는 이 비율이 10%로 줄어든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서는 유예 기간에 공장 증설을 완료하면 관세 정책에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다.

물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테네시 공장 증설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에 결정된 일이다. 당시는 미국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게 급박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인해 테네시 공장 증설이 늦어지면 그만큼 북미 지역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최대한 빨리 증설을 완료해야 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미국 법인에 1439억 원을 출자한 것도 증설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관계자도 이번 미국 법인 출자와 관련해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려고 출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타이어앤테크롤로지에 대해 “미국의 수입 관세 부과로 한국·인도네시아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에 대한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며 “테네시 공장은 2025년 말까지 예상 투자금액의 90%를 집행하고, 올해 3분기에 PCLT(승용차·경트럭용), 4분기에 TBR(트럭·버스용) 제품을 초회 생산한 후 내년 4분기 모두 양산을 완료한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앤컴퍼니그룹에 뜻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했다. 서울중앙지법은 5월 29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총수의 경영 공백이 발생한 만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향후 미국 시장에 추가로 투자하는 등 투자 계획을 조정할 때 관련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당분간 전문경영인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맡을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의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을 총수와 의견 교환 없이 전문경영인 단독으로 진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총수가 부재한 관계로 여러 투자 기회를 놓친 기업을 셀 수 없이 많이 봤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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