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한국은 지난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직후, 중국 샤먼을 찾았다. 샤먼은 중국의 7대 경제특구이자 대만과 인접한 해양 도시다. 과거부터 분쟁이 잦았던 민감 지역으로, 외교 정세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비즈한국은 현지 국제관계 전문가들에게 최근의 한중 관계와 향후 전망을 물었다.
대선 다음날인 6월 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대통령 당선을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한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라며 “현재 세계는 백 년에 한 번 있을 변화를 겪고 있으며, 국제 및 지역 정세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한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중국은 세계 및 지역 차원에서 중요한 국가로서, 한국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지키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확고히 하며, 상호 이익과 공동 번영을 목표로 삼아,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양국 국민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시 주석의 축전이 단순한 의례를 넘어 외교 기조의 전환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해석했다.
샤먼 지역 대학의 국제관계 전문가 A 씨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시 주석이 바로 축전을 보낸 것은 ‘분명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A 씨에 따르면 당초 중국 내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으나, 4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6월에 대선 결과가 나오면서 한국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한한령 해제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현지 전문가 B 씨는 시진핑 주석의 축전은 한중 간 전면적인 발전을 원하고 있다면서 한중 FTA와 경제 협력을 강조한 점에서 볼 때 중국 정부 정책이 한국 기업들의 기대에 부합할 거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트럼프 2기에 대응해 기존 외교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현지 전문가 C 씨는 중국이 한국, 일본, 유럽 등 미국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며 지금을 미국과 가까운 국가들을 ‘끌어올’ 기회로 본다고 전했다. 과거 트럼프 1기 때는 트럼프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시진핑 주석이 미국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중국의 외교 자세도 달라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C 씨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을 받는 한국, 일본의 입장을 이해하며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주변국들의 공격적인 발언 하나하나에 무게를 두지 않고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것. 또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한번 경험했기 때문에 미국에 의지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현지 전문가 D 씨 역시 한중 관계의 관전 포인트를 10월 APEC 정상 회의로 지목했다. 곧 중국에서 4중전회(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가 열리는데, 남북 관계에 대한 중국의 역할 등 중국의 대외 노선 같은 중요한 결정이 여기서 이루어질 거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거라는 기대감이 중국에서 흘러나온다.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 이후 중국에는 한한령이 발령됐다. 이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K팝 시장도 위축된 채 10년이 흘렀다. 현지 전문가 E 씨는 작년부터 중국과 한국 고위층에서 이를 완화하자는 의견들이 오갔으며 곧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정치적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 E 씨에 따르면 한국이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느냐와 대만 문제로 인해 주한미군이 움직일 가능성 등이 여전히 위험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또 잃어버린 10년 동안 중국 자체적으로 대중 문화,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빈 부분을 상당히 채운 상태이기에 한류가 다시 들어온다고 해도 이전 같은 영향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E 씨는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 외교’를 펼친다면 한중 협력 가능성은 아주 낙관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장영희 충남대학교 평화안보연구소 연구위원은 “오는 10월 31일~11월 1일 경주에서 열리는 ‘2025 APEC 정상회의’가 한중 간 정상외교를 복원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계기로 한중 정상의 외교 채널이 정례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 연구위원은 “재개된 한중 FTA 및 투자 후속 협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양국 배출권거래제(ETS) 연계를 포함한 탄소시장 협의도 심화해 APEC 및 WTO 등 다자 무대에서 실용적 성과를 도출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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