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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WWDC25서 '애플 인텔리전스' 본격 시동…온디바이스 AI로 승부수

'사생활 보호' 기술 차별화, 앱 경험·AI 인터페이스 통합…2026년의 과제는

2025.06.10(Tue) 17:58:52

[비즈한국] 애플이 WWDC(세계개발자회의)25를 열고 키노트를 통해 새로운 운영체제와 기술을 선보였다. 애플의 가장 큰 행사인 WWDC는 다음 1년, 그리고 길게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의 애플이 바라보는 기술의 방향을 공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끈다.

 

특히 올해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윤곽에 대한 기대가 컸다. 애플은 지난해 WWDC를 통해 인공지능 모델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고, 각 기기와 운영체제에 통합해왔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은 무르익는 데에 다소 시간이 필요했고,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의 약속했던 모든 것을 꺼내놓지는 못했다. 특히 음성 비서인 시리를 고도화하고, 개인의 맥락을 통해 반응하는 서비스가 완성되지 못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애플이 WWDC 25에서 키노트를 통해 새 운영체제와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애플


#사생활 지키며 개인화 강화

이번 WWDC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애플 인텔리전스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전 세계 언어로 수준 높은 AI 모델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 부사장은 키노트 앞부분에서 “시리의 개인 맥락 이해에 대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운을 뗐는데 “높은 수준을 위해서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에둘렀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챗GPT 같은 서비스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초거대 언어모델과 경쟁하는 모델이 아니다. 불과 8GB의 시스템 메모리를 가진 PC에서,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운영되는 소형 온 디바이스 AI 모델이기 때문이다. 애초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애플은 아이폰의 개인화를 노려왔고, 이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이 머신러닝이라는 것을 일찍이 알았다. 애플의 생성형 AI는 이렇게 학습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이용자와 기기가 소통할 수 있도록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도구로 접근한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소형 온 디바이스 AI 모델로 챗GPT 같은 초거대 언어모델과는 방향성이 다르다. 사진=애플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온 디바이스 AI를 바탕으로 온전한 사생활 보호가 전제된다. 키노트에서 시연한 ‘ARS 대기’를 예로 들 수 있다. 아이폰은 ARS 상담 전화에 연결된 것을 파악하고, 이용자에게 대신 연결을 유지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잠시 후 상담원이 연결되면 아이폰은 이용자를 불러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파악하는 것이 기기 안에서 처리되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역할이다.

 

ARS 대기를 클라우드 기반의 대규모 언어모델로 처리한다면 대화 내용이 모두 외부로 전송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통화를 전송해서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도청에 가깝다. 이는 반드시 기기 안에서 처리되어야 할 일이다.​ 

애플은 페이스 타임으로 영상통화를 하는 동안 실시간 자막 번역도 처리한다. 사진=애플


마찬가지로 애플은 음성 통화 중에도 순차 통역을 바탕으로 다른 언어로 말해주기도 하고, 페이스 타임으로 영상 통화를 하는 동안 자막으로 실시간 번역도 처리한다. 메시지를 통해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각자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모두 온 디바이스 AI로 처리된다. 사생활에 치명적인 소통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키노트에서는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놀랄 만한 큰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사실 이번 키노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디자인을 비롯한 운영체제를 가다듬는 데에 있다. 애플은 iOS, 맥OS, 워치OS, tvOS 등 모든 운영체제의 버전을 기존의 순차적인 숫자 대신 26으로 이름붙였다. 2026년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애플은 매년 운영체제를 새로 내놓고 다음 한 해의 기술 트렌드를 담아낸다. 이를 설명하기에 연도별 버전명 표기는 적절한 방법이다. 모든 기기의 운영체제를 통합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애플은 운영체제의 디자인을 싹 갈아 엎는다. 새 디자인은 ‘리퀴드 글래스’라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기반으로 한다. 리퀴드 글래스는 물방울처럼 둥근 모서리의 투명한 버튼들이 중심이 된다. 애플은 운영체제의 버튼들이 콘텐츠 영역을 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를 투명하게 만들면서 콘텐츠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WWDC25의 핵심은 앱 생태계에 애플 인텔리전스가 열렸다는 점이다. 사진=애플


#앱 생태계에 애플 인텔리전스 열렸다, 내년은?

 

현재의 애플 운영체제 디자인은 2013년에 공개된 iOS7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후 애플은 모든 기기와 운영체제의 경험을 통합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쏟았고, 이제 연속성을 비롯해 통합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 디자인 위에 하나씩 요소들을 얹어왔기 때문에 디자인의 정리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특히 애플 인텔리전스를 비롯한 AI 기능들이 또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디자인의 변화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애플은 현재 전화, 메시지, 메일을 비롯해 지도와 메모, 녹음 등 거의 모든 앱에 애플 인텔리전스를 접목하고 있다. 애플 인텔리전스의 역할은 챗GPT 같은 범용적인 정보를 파악하기보다는 철저히 개인정보에 깊이 접근하는 데에 목적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온 디바이스 AI 처리와 함께 앱에 적절하게 파고들 수 있는 적절한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애플은 새 디자인을 통해 운영체제의 경험을 통합하는 과정을 마무리하고, 애플 인텔리전스를 전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이를 애플 스스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갖가지 API와 개발 도구를 통해서 앱 생태계에 개방했다.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WWDC25의 핵심은 바로 이 앱 생태계에 애플 인텔리전스가 열렸다는 점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기기 안에서만 처리되고, 사생활 보호를 전제로 처리된다. 대신 같은 권한과 보안 정책을 바탕으로 앱 생태계에 인공지능 기반의 개인의 맥락 분석을 개방한 것이다. 앱 개발사들은 더 적극적으로 아이폰 속, 맥 속의 개인정보에 접근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더 나은 답을 내어준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이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되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앱스토어가 열리는 것과 비교할 만한 부분이다. 

 

WWDC25를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의 방향은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사진=애플

 

물론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당장 만족도를 논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머신러닝 모델은 결국 시간과 비용을 통해 가다듬어지게 마련이고, 언젠가는 만족스러운 수준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 사이에 애플의 생태계는 맥락에 기반한 개인화가 확대될 수 있고, 이용자들도 사생활 보호에 대한 불안을 덜어내면서 개인정보의 분석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WWDC25를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의 방향은 명확히 정해졌다. 대신 외부의 정보는 챗GPT를 비롯한 외부 서비스로 더 유연하게 연결하도록 디자인됐다. 이 역시 새로운 디자인의 역할이다. 지금은 이 역시 사생활 보호 때문에 조금은 소극적이지만 이용자의 동의와 충분한 인지를 바탕으로 외부 AI 모델을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의 방향성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모두 AI라는 말로 압축되지만 내부와 외부의 정보를 다루는 인공지능을 분리하는 애플만의 정책이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 더 적극적인 개인정보 활용이라는 답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게 바로 2026년의 애플 운영체제와 앱 생태계에 떨어진 혁신이자 과제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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