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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구글·쿠팡에 닿은 칼끝, '온플법' 어디로 가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학계 "실효성 의문"…적극적 개입보다 공공적 역할 유도해야

2025.06.18(Wed) 09:34:42

[비즈한국]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을 약속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구글,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등 대형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 제재 방안으로 추진돼 온 온플법은 앞서 업계 반발 등에 부딪혀 불발된 바 있다. 대신 수위를 낮춘 현행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새 정부 들어 여당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등이 거론되며 더 강력한 규제안이 추진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이 사회, 경제 전반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운 만큼 이용자 보호와 시장 내 공정 경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별도법 등 규제가 과도할 경우 플랫폼 산업의 자율성과 혁신이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온플법 ‘반대론’의 대안은 있을까. 학계는 자율규제의 제도화, 실증적 영향 분석을 통한 정책 조합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강경 규제책이 아닌 점진적 접근을 주문했다. 

온플법 제정을 약속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는 가운데 학계에서는 규제 일변도의 접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최준필 기자


플랫폼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일상과 사회 전반의 질서를 만드는 기반 생활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주요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기존 규제 체계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다만 규제 일변도의 접근이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 역시 크다. 강경 규제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국내 플랫폼 시장의 혁신성과 성장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전문가들은 기존 틀을 보완하는 유연한 제도 설계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플랫폼 시대의 법정책 과제와 대응 전략’ 특별 세미나에서 “해외에서는 자국 AI 기업이 글로벌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을 서슴지 않고, 자국 플랫폼 기업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해 육성 중심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도 산업의 흐름을 제시하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미래 지향적인 정책 수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지 상태’ 자율규제, 규칙 명확해야

온플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다. ‘사전지정제’를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은 매출, 거래액, 시장점유율 등을 토대로 시장지배적 플랫폼 업체를 사전에 지정해 국내외 거대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과 독과점 폐해에 빠르게 대응하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안의 경우 평균 시가총액 또는 이에 준하는 공정시장가치가 15조 원 이상 △연평균 매출액 3조 원 이상 △월평균 플랫폼 이용자 수 1000만 명 이상인 사업자 등을 규제 대상으로 한다. 구글, 메타, 애플 등 해외 플랫폼과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이 해당된다.
 
5년간 관련 논의가 이어지며 사전지정제 대신 ‘사후 추정’을 채택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한계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중심으로 4대 경쟁제한 행위의 정당성 입증책임을 사업자에게 부과하고 임시 중지명령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17일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플랫폼 정책 관련 특별 세미나. 사진=강은경 기자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디지털플랫폼경제연구실장은 “참고했다는 독일법의 경우 사전지정 방식이고 연방 대법원 1심제다. 고등법원을 거치며 7~8년이 소요되는 한국과는 차이가 분명하다. 특별법을 만드는 이유는 문제가 있을 때 빨리 규제하겠다는 건데 사후 추정 방식으로는 취지가 퇴색돼 굳이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며 “사전지정의 경우 다른 사업자의 매출액 등 사업 규모를 알아야 정확한 점유율을 알 수 있어, 예측 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에는 자율규제로 풀어야 한다는 시각이 제기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율규제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독과점 문제의 경우 자율 규제로 다루기 어렵지만, 위법성 파악에 이행 점검 등의 별도 조사가 필요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자율 규제의 규칙을 수립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현재의 자율규제는 너무 백지상태다. 투명성, 절차적 공정성 영역에서 자율 규제를 체계화해야 한다”며 “공동 규제나 규제화된 자율 규제는 ‘알아서 하라’가 아니다. 법상 원칙을 가지고 테두리를 만들어, 구체적으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를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켜졌는지 필요에 따라 정부가 들어가서 감독하고 개선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개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산업 영향력에 대한 충분한 ‘실증’ 필요​

온플법 등 플랫폼 규제는 플랫폼 사업자와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인 업계에게는 숙원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달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전자출판협회는 구글과 애플이 강제 인앱결제와 높은 수수료로 불공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두 회사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구글과 애플은 이용자가 앱 내에서 결제할 때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한다. 교보문고 모바일 앱에서 1만 원을 충전하려면 1만 1000원을 내야 하는 식이다. 한국이 2021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시행했지만 두 회사는 이를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 

국내·외 대형 플랫폼 규제에 대한 논의는 2020년 말부터 이른바 ‘플랫폼 3법’으로 본격화했다. 지난 정부 초기 자율규제로 선회했다가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티메프’ 대규모 정산금 미지급 사태를 거치며 법적 규제로 다시 기조를 바꿨다. 쿠팡의 검색 순위 선정 알고리즘 및 리뷰 조작 문제나 3년 전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는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을 환기시킨 계기 중 하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소상공인연합회


다만 규제 논의에 앞서 실증적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통된 제언이 나왔다. 티메프 사태 등 특정 기업의 잘못에 대한 확대 해석을 지양하고 정치적 이슈를 넘어 거시적 산업 흐름까지 파악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실증적 조사와 생태계 영향 분석 없이 사안 중심적 해결이나 정치적 편향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황용성 건국대학교 교수는 “실증적인 접근을 통해 끊임없이 근거가 제공돼야 하고 이에 맞춰 정책이 나아가야 한다. 합리적인 거버넌스를 끌고 가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 개입이 ‘억제’가 아닌 플랫폼의 공공적 역할을 제도적으로 설계하고 유도하는 방향으로 구상돼야 한다는 관점도 있다. 김 실장은 “끼워팔기, 자사우대 등 특정 행위는 법정에서 경쟁제한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데이터를 개방하라’ ‘제3자 앱마켓을 허용하라’와 같이 적절한 산업 환경을 만들어 주는 개입이 필요하다. EU와 일본은 법에서 이 같은 조치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여권은 국회에 계류된 17개 온플법 법안을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 2개로 각각 병합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190석에 달하는 범여권에서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통상 관계나 플랫폼 업계, 학계의 반발에 부딪혀 논의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조영기 사무총장은 “플랫폼에 대한 시각을 보다 확장해서 고려하고, 현재 논의되는 규제 수단들이 문제의 해법인지 심각한 부작용은 없는지 등 본질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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