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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프랜차이즈 본사가 창업자금 대부업을 한다면

본사와 동일한 대주주가 설립한 대부업체의 대출 문제 횡행…기묘한 사업방식의 피해는 가맹점주에게

2025.06.24(Tue) 11:15:21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박정훈 기자


“사업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데.” 필자가 변호사를 시작했을 무렵 선배 변호사에게 들었던 말이다. 어느 사업가가 획기적인 사업 모델을 청산유수로 풀어내고, 필자가 그 모습에 감탄하자, 선배 변호사가 정신 차리라며 한 얘기다. 이 때문인지 사업가와 상담할 때 필자는 대단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바로 앞에 앉은 상담자가 실망하고, 필자는 그 표정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일이 수도 없이 반복된다.

 

변호사는 왜 보수적인 의견을 낼까? 여러 이유가 있다. 사업 모델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하거나. 혹시 모를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사업가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법·관행을 포괄하는 기존의 제도를 깨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려고 하나, 변호사는 그 제도를 깬다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타당성은 사안별로 따져야 하므로 누구의 태도가 맞고 틀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각자 입장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그러한 경향성이 보일 뿐이다.

 

서두에 이러한 얘기를 장황하게 꺼낸 건, 다단계 판매, 가맹사업 사건을 많이 맡은 필자가 보기에도 기절초풍할 만한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서다. ‘네트워크 효과’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상품·서비스 자체의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맹사업을 총괄하는 가맹본부도 같은 효과를 누린다. 가맹점 수가 증가하면 브랜드 파워가 커져 집객 효과를 누릴 수 있고, 가맹점에 공급하는 품목이 증가해 더 많은 물류 마진을 얻을 수 있다. 과거 이를 노리고 가맹점 개설의 허들을 낮춰 가맹점 모집에 주력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있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의 주된 업종인 요식업, 카페 등은 우리나라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어찌나 경쟁이 치열한지 2년 내 50%가 폐업한다는 통계도 있다. 또한 자영업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장에 내놓을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점주의 지속적이고 헌신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가끔 자산가라 뽐내는 사람들이 ‘카페 여러 곳을 오토로 돌리고 있다’고 자랑하곤 한다. 정말로 운영을 종업원에게 전적으로 맡겨 돌리고 있다면 이는 카페를 내버려두는 것이어서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엑셀로 손익을 분석하고, 카카오톡, CCTV 등으로 종업원에게 상시 업무를 지시하는 등 카페 운영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 수 있듯, 가맹본부가 가맹점 모집에만 열중한다면 서비스 관리에 실패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서 소멸한다. 앞서 언급한 그 커피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였다.

 

관점을 달리해서 사업 모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러한 가정을 해본다. 한의사, 변호사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했다. 따라서 한의사, 변호사가 직원에게 업무를 맡기고 관리에 소홀한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그러한 방식은 법에 저촉된다.

 

창업시장이 포화하면서 탈법과 회피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사업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렇다면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한의사, 변호사들을 모집해 네트워크 로펌, 네트워크 한의원을 만들어보자. 이를 총괄하는 네트워크 본부는 병원·사무실을 개설할 부동산 물색과 인테리어 시공을 알선하며, 경영 컨설팅 및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한의사와 변호사는 어떻게 모집할까? 막 개업해 창업 자금이 부족하거나 운용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의사 등에게 법인 자금을 일시에 입출금하는 방법으로 자력이 보이게끔 하여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발급 받게 하고, 이를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알선하는 때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으로 한의원과 로펌을 결합한 기묘한 형태의 사업체가 전국에서 절찬리에 운영된 적이 있다. 이는 한의사, 변호사 각각의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다만 앞서 언급한 한의사에게 법인 자금을 일시에 입출금해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발급하게 한 것이 문제가 되면서 현재는 사기 대출 등의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이다.

 

해당 사업 모델에서 사기 대출 이슈를 해소하면 어떨까? 프랜차이즈 본부가 국책은행으로부터 저리로 사업 자금을 대출(연 3.85~4.44%) 받는다면 어떨까.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국책은행은 대출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일단 여기서는 넘어가자.

 

프랜차이즈 본부는 그 돈을 대부업체에 장기 대여하고, 대부업체는 그렇게 자금을 확보한 후 예비 가맹점주에게 창업 자금 명목으로 고금리(이자 연 10% 중반)의 돈을 빌려준다. 짐작할 수 있듯 대부업체와 프랜차이즈 본부의 주주는 같다. 프랜차이즈 본부는 돈가스, 막국수, 이탈리안, 뷔페 등 업종별로 별도의 프랜차이즈 본부를 계열회사를 설립해 이 같은 수법을 반복한다.

 

내수 시장은 포화 상태다. 시장에 안착하려면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데, 대체로 탈법과 회피 사이 아슬아슬한 영역에 존재한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는 상상 속의 사업 모델을 구현해 단기간에 엄청나게 인지도를 올리고 사업적으로 성공했다. 지금 같은 사회 분위기라면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때 별다른 문제 없이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유사 수신, 다단계 판매, 대부업 등의 관계자를 많이 만나본 필자는 다음과 같은 짐작을 할 수 있다. 돌려막기의 끝은 있다. 그 시점은 사업을 운영해서 얻는 수익보다, 신규 회원을 모집해서 얻는 수익이 더 커서 사업 자체가 의미를 잃어버린 때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한다면 이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겠으나 요식업은 트렌드 변화가 심해 창업과 폐업이 잦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누굴까. 기상천외한 사업 모델에 동원된 한의사, 변호사, 가맹점주다. 자산과 노하우가 충분하다면 굳이 이러한 사업 모델에 탑승할 필요가 없다. 대체로 이들은 이제 막 일을 시작해 젊고 의욕도 크다. 그런데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문제 되는 행위에 관여했거나, 적어도 사업 모델의 문제점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므로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피해자가 아니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애매한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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