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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3년] "죽음의 외주화 끝낼까" 베일 벗은 건설안전특별법

발주처, 시공자 등 건설공사 주체들 책임 명확화…매출액 최대 3% 과징금에 건설업계 반발 목소리

2025.07.10(Thu) 17:23:09

[비즈한국] 오늘도 건설 현장에 출근한 노동자가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건설업은 우리나라 전체 산업 가운데 사망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현장이다. 우리 사회는 안전이나 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죽는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어 2022년 1월 본격 시행했다. 하지만 한 해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노동자는 여전히 세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 사회는 ​건설 현장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문진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은 지난달 27일 건설안전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사진은 서울시 정비사업장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최준필 기자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 건설안전특별법안 발의

 

국회에 따르면 문진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은 지난달 27일 건설안전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한 법안이다. 건설공사 참여자에게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여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책임은 하도급업체나 건설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권한이 작은 주체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문진석 의원은 “건설안전특별법안은 건설업에 종사하는 각 주체별로 의무와 책임을 규정한 법으로, 권한이 큰 주체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체계로 구성돼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을 강화해 안전을 제고하는 법이라면, 건설안전특별법은 각 주체별 책임을 명확히 해서 현장의 안전성을 높이는 법이다. 건설업계도 발주자의 불합리한 공사기간과 공사비 책정, 근로자의 지시 불이행에 따른 사고로 불합리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책임을 명확하게 했다”고 전했다.

 

#적정 공사비·공사기간 보장하는 발주자 책임 도입 

 

주목할 점은 발주자에 대한 책임 부과다. 법안에 따르면 건설공사 발주자는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가 안전을 우선 고려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정한 기간과 비용을 제공해야 한다. 연면적 300㎡ 이상인 건축물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공사에서는 발주자가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이 적정한지 기관의 심의나 검토도 받도록 했다. 그간 발주 단계에서 책정된 공사기간과 공사비는 시공사 안전 관리 역량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지목됐지만 발주처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은 없었다. 

 

강한수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발주자에 대한 책임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등 산업 현장 안전 책임을 규정한 현행법에서 빠져있었다. 시공자가 안전 관리를 잘 하려고 해도 발주 단계에서 공사기간이 짧거나 공사비가 낮게 책정되면 비용을 줄이면서 급박하게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 법은 발주자 책임을 규정해 공사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전제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건설사 안전의무 명확화…매출액 3% 과징금에 반발도

 

건설사에 대한 책임도 명확하게 했다. 이번에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안은 발주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시공자가 현장 안전관리를 책임지도록 규정했다. 다수 공종 사업자가 사용하는 안전시설물을 직접 설치하고, 같은 현장에서 둘 이상 시공자가 동시에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 작업이 서로 방해되지 않도록 작업을 실시하기 전에 조정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건설 현장 사망 재해 원인 1위는 추락으로, 안전 난간이나 추락방호망 등 안전시설물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 사고를 낸 건설 주체들에게는 강력한 행정제재를 주기로 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건설사업자,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건축사에게는 △1년 이하 영업정지나 △매출액 3% 이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여기에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가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형사 처벌도 가능하도록 했다.

 

위반 시 영업정지나 과징금 처분 대상이 되는 건설사 안전 관리 의무는 △공사기간과 공사비용, 가설구조물과 안전시설물 등을 포함해 설계도서가 안전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는지 검토하는 일 △안전난간, 추락방호망 등 안전시설물을 직접 설치하는 일 △사고 예방을 위한 시공자 지시를 하도급 시공자가 준수하는 일 △감리자가 공사중지를 명령한 경우 이를 즉시 따르는 일 등으로 건설 현장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다.  

 

건설업계는 과도한 제재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최대 매출액 3%에 달하는 과징금이다. 현재 건설업계 영업이익률이 3% 초반인데, 한 번의 사고로 1년치 이익을 모두 날릴 수 있다.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이나 국가계약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비율은 공사 계약금액(도급금액) 기준”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른 법에서 이미 건설 사고와 관련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데, 중복 처벌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문진석 의원은 “언론과 업계에서 주로 지적하는 내용은 ‘매출액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안’이다. 이 조항은 노동자의 안전을 지킬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작동하는 것”이라며 “법안 발의 직후부터 업계의 의견을 두루 듣고 있고, 차후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면 조문별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세부적인 내용은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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