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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원 걸렸다' AI 국가대표 선발전, 유력 우승 후보는?

네이버·LG·업스테이지 등 10개 팀, K-AI 주도권 경쟁 돌입…2027년까지 단계별 서바이벌 평가 진행

2025.07.29(Tue) 17:35:33

[비즈한국] 국가대표 인공지능(AI) 선발전 예선을 통과한 10개 팀이 기술력을 증명하는 다음 시험대에 올랐다. 오는 30~31일 양일간의 발표 평가에서 승리한 5개 정예팀은 최종 선발명단에 들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다. 이후 AI 모델 개발 등 성과 경쟁을 통해 6개월마다 1곳씩 탈락하는 ‘서바이벌’ 평가가 이어지고, 2027년부터 2개 정예팀에 대한 지원이 시행될 예정이다. 최종 선발된 두 팀은 GPU·데이터·인재 등 핵심 자원과 2000억 원 규모 예산을 집중 지원받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K-AI’ 타이틀을 부여하는 개발 경쟁의 막이 오른 가운데 AI 기술 주도권을 두고 총력전이 예고됐다.  

 

국가대표 인공지능(AI) 선발전이 열리고 있다. 지원 팀들은 스타트업과 주요 대학, 연구기관, 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사진=픽사베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총 2136억 원을 투입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기초 모형) 프로젝트’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국산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버린(주권형) AI’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정부가 세운 기준은 6개월 이내 출시된 최신 글로벌 최상위급 모델 대비 95% 이상의 성능을 갖춘 AI 모델이다. 

 

소버린 AI를 앞세운 기업 다수가 참여한 공모에서 정부는 15개 참가 팀의 사업계획서를 서면 평가해 지난 25일 10개 팀으로 압축했다. 1차 문턱은 넘어선 팀은 △네이버클라우드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카카오 △KT △코난테크놀로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다. 이들은 컨소시엄을 꾸려 선발전에 참가했다. 전문 분야가 각기 다른 기관의 기술력을 결집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대학, 연구기관부터 실제 수요 기관인 각종 정부단체까지 다양한 연합체 구성이 두드러진다. 앞서 정부는 대학·대학원생 참여를 필수 조건으로 내걸며 AI 생태계 전반의 성장과 인재 양성 취지를 명확히 했다. 평가 기준은 △기술력 및 개발 경험(40점) △개발 목표 및 전략·기술(30점) △파급효과 및 기여 계획(30점) 등이다.

 

#​네이버·LG, 기술력과 정책 연계성으로 무게감 더해

 

가장 주목받는 곳은 하정우 초대 AI 수석과 배경훈 과기정통부 신임 장관을 각각 배출한 네이버클라우드와 LG AI연구원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 시리즈를, LG는 엑사원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다. 인프라와 데이터 기반, 네트워크 등에서 다각도로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하 수석과 배 장관은 각 사에서 AI 개발 방향성과 전략을 직접 설계하고 실행한 인물로, 이들이 정책 결정권을 가진 위치로 이동했다는 건 두 조직의 기술·비전이 정부의 전략적 로드맵과 상당 부분 일치하거나 앞으로 그렇게 조율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정우 AI 수석(위)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비즈한국DB


두 회사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초거대 AI 모델 개발 경험에서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4월 하이퍼클로바X 경량 모델 3종에 이어 지난 22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경량화 추론 모델 ‘하이퍼클로바X 시드 14B 싱크’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네이버는 이 모델의 학습 비용이 동일 크기 해외 모델 대비 100분의 1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투자 대비 효율이 높다는 의미다. 

 

같은 날 LG AI연구원은 ‘LG AI 토크콘서트’를 열고 ‘엑사원 생태계’를 공개했다.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AI ‘엑사원 4.0’, 정밀 의료 AI ‘엑사원 패스 2.0’, 이미지를 이해하는 멀티모달(이미지·소리 등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 AI ‘엑사원 4.0 VL’ 등과 함께 최신 AI 기술과 서비스, 기업간거래(B2B) 사업 모델 다변화 전략 등이 제시됐다. 

 

업스테이지도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력을 꾸준히 입증하고 있다. 업스테이지의 차세대 LLM ‘솔라 프로2’는 최근 글로벌 독립 분석기관의 성능 평가에서 국내 유일의 프런티어(최상위권) 모델로 선정됐다. 추론, 종합지식, 수학, 코딩 등 7개 대표 벤치마크로 평가하는 지표에서 △미스트랄 스몰 △GPT-4.1 △라마 4 매버릭 △GPT-4o 등 빅테크 LLM와 딥시크 등 중국 모델을 제쳤다. 일론 머스크가 업스테이지의 성과를 견제하는 발언을 하면서 이목이 쏠렸다. 지난달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와 손잡고 국산 NPU에 국산 LLM 솔라를 탑재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네이버는 영상 멀티모달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와 국내 주요 대학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LG는 LG유플러스와 LG CNS 등 계열사 중심의 컨소시엄으로 경쟁한다. 업스테이지는 컨소시엄 구성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스타트업·학계·주요 기관 협력 돋보여

 

인프라와 실사용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AI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 통신사들도 다채로운 구성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 SK텔레콤은 국내 최대 게임 상장사 크래프톤,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사 포티투닷, AI 추론용 신경처리장치(NPU) 개발사 리벨리온 등과 협력하고 있다. 선발 경쟁이 진행되던 24일에는 자체 LLM ‘에이닷엑스 3.1’을 오픈소스에 공개했다. 한국어 대화 성능을 넘어 수학·코딩 추론에 특화된 모델이다. 

 

‘믿음 AI’를 보유한 KT 컨소시엄의 경우 실제 수요 기관과의 협업이 눈에 띈다. LLM ‘루시아3’의 솔트룩스 등 기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 외에 경찰청, 고려대학교 의료원, 해양경찰청, 헌법재판소, 국내 대표 법무법인 등이 참여한다. 

 

국가대표 AI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된 가운데 예선을 통과한 10개 팀이 2차 발표 평가를 앞두고 있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NC AI는 ‘바르코 LLM’의 기량과 개발 경험을 바탕로 자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NC AI는 엔씨소프트가 올해 2월 출범한 AI 전문 자회사다. 기업으로서의 업력은 짧지만 2011년 본사에 조직된 전담 연구 부서에서 시작했다.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먼저 AI를 만들어냈고 자체 개발한 바르코를 콘텐츠 제작, 게임, 패션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자체 LLM로 공공기관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코난테크놀로지는 사이냅소프트, 알체라 등 AI 전문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3곳과 국내 대학 4곳 12명의 AI 전공 교수와 손을 잡았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모기업인 AI 인프라 기업 모레, 삼일회계법인, 서울대 등 법조계, 학계와 함께 경쟁에 나섰다. 모티프는 엔비디아가 아닌 AMD GPU 기반의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도 대학 연구실 중심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참여 기업의 한 관계자는 “기업별로 기술 철학과 생태계 접근 방식이 극명하게 갈린다”며 “기술력 경쟁을 넘어 얼마나 협력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에도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생태계 전체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상징적 이정표가 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기술 개발뿐 아니라 협력 구조와 산업 역량 전반을 끌어올리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5개 정예팀으로 선정되는 기업은 3년간 정부로부터 GPU, 데이터, 인재 등의 자원을 지원받는다. K-AI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당장 오는 12월 말에 1차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AI 모델은 오픈소스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내 우수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학계가 여러 방면에서 활용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사업 취지를 밝힌 바 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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