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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다단계판매업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다단계 판매업 형태로 창업하면 유통비용 절약 가능…업계 침체에도 투자 유치 성공

2025.08.18(Mon) 11:48:44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다단계 판매업은 규제 대상이지만 효용성 덕에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방식이기도 하다.


다단계 판매업은 경계의 대상이다. 업계에서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다단계’라는 말 대신 ‘직접 판매’ 또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다단계 판매업은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 다단계판매 방식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행성과 하방 확장성이다. 일반적인 상품 유통에서는 품질과 가격으로 경쟁하고 상품 판매에서 발생하는 마진으로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다단계판매에서는 판매조직의 운영, 관리만으로도 후원수당을 얻으므로 하위 판매원을 모집하는데 몰두한다. 이를 위해 사행심을 자극하거나 사재기를 유발하는 갖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이렇다 보니 다단계 판매업이 강한 규제를 받는 건 타당한 면이 있다. 방문판매법은 다단계 판매업자의 금지행위를 매우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지방자치단체, 민생사법경찰국 등은 이를 중첩적으로 집행한다. 인구가 많고 경제력이 큰 수도권일수록 집행의 강도는 세다. 필자가 봤을 때 수도권에서는 다단계 판매업을 창업할 유인이 없어 보인다.

 

앞선 칼럼에서 보았듯이 △활동 인구의 고령화 △온라인 유통으로의 전환 △무등록 다단계 영업과의 경쟁 등으로 다단계 판매업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굳이 다단계 판매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그럼에도 사업가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만 하다.

 

다단계 판매업은 인센티브라는 강력한 자극 수단을 사용한다. 자영업자, 전문직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실적에 따라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다단계 판매업은 실적을 본인뿐만 아니라 판매 조직 단위로 계산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다단계 구조가 규제의 근거이면서 동시에 다단계 판매업이 계속되는 원동력인 셈이다.

 

온라인 판매 사이트, 심지어 금융기관에서도 추천인을 입력하면 혜택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 역시 크게 보면 판매 조직을 확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이면을 보면 추천인이나 후원구조가 다단계 방식인 경우도 있다. 판매 조직 확장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유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며 유통업계에서 없어지지 않을 수단이다.

 

소규모 창업에서는 다단계 판매업이 효과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제조업체➝도매상➝소매상➝소비자의 순서로 유통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다. 그러나 다단계판매는 본사 소속 판매원이 곧바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므로 유통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없고, 광고·마케팅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판매원이 발주한 수량만큼 제조하므로 재고 부담이 없고, 판매 조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면 충성고객을 확보한 셈이므로 장기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유통과정에서 비용과 위험을 줄이는 시도는 이상한 모습이 아니다. 제조업체가 직접 유통을 담당하지 않고 총판을 지정하거나 프랜차이즈라는 명목 하에 가맹점을 모집하는 것 역시 본질적으로는 유통비용을 줄이고 유통과정에서 위험을 전이하려는 시도다.

 

소규모 창업에서는 다단계 판매업이 유통, 광고 비용을 줄이는 등 효과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조직을 그릴 수 있다. △​정부 당국의 규제에 대응하면서 재무·회계, 인사·노무를 담당하는 경영자 △​사람의 이목을 끄는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기획자 △​초도 물량을 발주하고 최소 1년간 회사의 운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투자자 △​판매원의 까다로운 요구에 대응하고, 판매 조직 유지에 필수적인 후원수당을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다단계 분야 전문가 등 4~5명이 동업해 회사를 창업한다.

 

상품 제조, 전산 개발, 법무 등도 중요한 분야다. 다만 이 같은 업무는 보통 외주를 주므로 위와 같은 분야의 전문가가 동업자나 창업자로 합류하는 사례는 드물다. 그리고 사무실·강의실을 임차하고 CS, 후원수당 산정·지급, 상품 배송 등의 업무를 수행할 직원 3~4명 정도 확보하면 사업에 필요한 물적·인적 설비를 완비할 수 있다.

 

여러 사례를 봤을 때, 초기 자금으로 3억~4억 원 정도를 확보하고 연 매출 규모를 100억 원 정도 유지한다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일반적인 영업 방식에 비해 다단계 판매업은 유통 조직을 구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판매 조직과, 조직이 응집력을 가질 수 있는 참신한 기획만 있으면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회사를 창업해 운영한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경제 구조의 고도화로 모든 산업이 과점화한 우리나라에서는 위와 같은 비용과 인력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유통비용을 절약해 소규모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업가 입장에서는 다단계 판매업이 유효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사업체 중 상당수는 과거에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상품을 유통한 전력이 있기도 하다.

 

따라서 시장에 신규 진입하거나, 이런저런 배경에서 단기간 내 매출을 확보해야 하는 사업체 등은 다단계 판매업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비록 침체했을지라도 업계 내에서 끊임없이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사례가 있고, 다단계판매 법인은 늘 거래되고 있다.

 

결국 판매 조직은 다단계 판매업의 경쟁력과 매출 창출의 원천이 된다. 업계에서는 판매 조직을 어떻게 유인하고 관리할까? 방문판매법은 후원수당 상한률을 35%로 규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엄중한 처벌을 부과하므로, 후원수당을 직접 지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판매 조직의 상위 사업자를 회사의 임원·본부장으로 임명해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거나, 회사의 중요 업무를 외주로 줘 사실상 매출을 나누기도 한다.

 

다단계 판매업의 이슈와 쟁점은 여기에 집중돼 있다. 다단계 판매업자는 우수한 실적을 내는 판매 조직을 영입하려 하고, 정부 당국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행성을 규제하고자 한다. 그리고 다단계 판매업자는 이를 회피할 여러 방법을 찾는다.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 법인 운영자, 판매 조직을 관리하는 사업자 등은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다. 이 같은 풍경은 다단계 업계를 옆에서 보는 즐거움 중 하나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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