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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점포 폐점·무급휴직, "매각 위해서"라지만 불안감 증폭

15개 점포 폐점, 9월부터 본사 무급휴직 방침에 직원들 동요…"인수협상 속도 내기 위한 MBK 전략" 비판

2025.08.20(Wed) 15:16:25

[비즈한국] 지난 3월 기업회생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최근 대규모 폐점과 본사 직원 대상의 무급휴직을 시행한다고 밝히며 직원들이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점포 직원들과 노조는 홈플러스 폐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본사 직원 사이에서는 무급휴직 압박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홈플러스 시흥점 입구에 설치된 피켓.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추진하는 폐점과 구조조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직원들, 고객들에 ‘폐점 반대 서명’ 호소

 

“폐점 반대 서명 부탁드립니다.” 19일 찾은 홈플러스 시흥점 입구에 모인 직원들은 오가는 고객들을 향해 서명지를 들고 다가섰다. 고객들은 “시흥점이 폐점하는 것이냐”며 “그러면 안 되는데”라며 아쉬운 표정으로 서명에 동참했다. 

 

점심시간을 반납한 채 폐점 반대 서명을 받기 위해 나왔다는 홈플러스 직원은 “폐점 결정 보도가 나온 뒤인 15일부터 고객 서명을 받고 있다”며 “이미 폐점이 확정됐다고 하지만, 어떻게든 막아보자는 마음에 반대 서명 운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근처에 대형마트가 없다 보니 홈플러스가 문을 닫는 것을 아쉬워하는 고객이 많다. 서명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홈플러스는 임대료 조정이 되지 않은 15개 점포의 순차 폐점을 결정했다. 폐점이 예정된 점포는 시흥점, 가양점, 일산점, 계산점, 안산고잔점, 수원 원천점, 화성동탄점, 천안신방점, 문화점, 전주완산점, 동촌점, 장림점, 부산감만점, 울산북구점, 울산남구점 등이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 돌입 후 전국 68개 임대 점포를 대상으로 임대료 인하 협상을 벌였다. 지난 5월에는 41개 점포와 임대료 조정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후 나머지 점포들과의 협상을 이어오다 결국 조정이 불발된 15곳에 대해 폐점을 결정한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점포는 임대료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라며 “올해 새로 입점하게 될 점포는 없다”고 밝혔다.

 

폐점 결정에 점포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한 점포 직원은 “아직 회사에서는 폐점 시 인력 이동 등에 대해서 아무 말이 없다. 점포당 정규직 인원이 평균 100여 명에 달하는 만큼 전원 인근 점포로 재배치 하기가 쉽지 않다. 직원들이 매우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조에서도 이번 폐점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지부장은 “수천 명의 직영 노동자와 수많은 입점 업주가 생계를 이어온 터전이다.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되면 지역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노동자와 입점 업주의 생계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MBK는 홈플러스 폐점을 즉각 중단하고, 회사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 자구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폐점 점포 직원들의 고용 문제와 관련해 “직원들이 희망하는 인근 지역으로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필요시에는 고용안정제도 등으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가 15개 점포의 순차 폐점을 결정하면서 직원들의 고용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자발적 퇴사 유도하려는 전략?

 

홈플러스가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시행 방침을 밝히면서, 본사 직원들에도 고용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9월 1일부터 3개월간의 무급휴직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사내 공지로 알려진 정도인데, 벌써부터 직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회사에서는 희망자에 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직원들은 사실상의 구조조정이 될 수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홈플러스 본사에 근무하는 A 씨는 “무급휴직 공지가 나온 뒤 사내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기업회생 절차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동요가 느껴진다”며 “공식적으로는 희망자 신청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우회적인 압력이 따르지 않을까 하는 의심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회생절차 돌입 이후 떠날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은 퇴사했다. 지금 남은 직원들은 생계와 직결된 상황이라 무급휴직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회사 측이 기대하는 규모만큼 신청자가 나오지 않으면 간접적인 압박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팀장급부터 저연차까지 모두 긴장 상태이고, 사내 분위기도 예민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작전이 아닐까 싶다. 직접적인 구조조정 대신 점포 축소와 무급휴직을 통해 자발적인 인력 감축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인력, 점포가 줄어들수록 홈플러스의 영업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무급휴직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게 없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생존경영을 하려는 목적이며, 그에 따라 점포 폐점과 무급휴직, 임원의 일부 급여 반납 등이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무급휴직과 점포 폐점이 인수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직원은 “회사에서는 8월 중순쯤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도 찾지 못한 상태”라며 “회사 측에서 이번 조치를 내부 공지할 때, 정부나 시장에 강하게 어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식의 설명도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사모펀드식 관점’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한다. 고객 편의나 직원 고용 안정 같은 브랜드 지속성보다, 재무 개선 효과를 잠재적 인수자에게 보여주는 데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원이나 고객에게 보여줄 전략은 없고, 매입자 시각만 고려한 행보”라며 “MBK는 홈플러스의 지속 운영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유통기업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인가 전 M&A 추진 허가를 받았고, 매각 주간사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다. 오는 9월 10일까지 채무 변제와 영업 정상화, 인수자 확보 계획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인수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힌 기업은 없다.

 

이종우 교수는 “MBK가 전체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사되려면 상당히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대로 상황이 이어진다면 수도권 핵심 점포부터 분할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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