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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네카오, 구시대적 지배구조가 자본시장 신뢰 위협" 성토

국회 토론회서 지배구조 개선론 대두…네이버·카카오 이사회가 의장 의중 맞추기 '급급' 지적

2025.09.09(Tue) 18:03:01

[비즈한국] “현재 네이버의 이사회는 관계 법령과 운영 규정에서 정한 이사의 의무를 위배하고 있다.”(오세윤 네이버 지회장) “경영진이 장기적인 회사의 성장을 고려하기보다 단기적, 재무적 이익에만 집중하고, 결국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바로 경영진이 사라져버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서승욱 카카오 지회장)

 

7년 만에 복귀한 ‘은둔의 경영자’ 이해진 네이버 의장. 미등기 임원이지만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김범수 카카오 미래 이니셔티브 센터장. 국내 양대 IT 기업의 이사회가 두 창업자 중심으로 짜인 거버넌스 체제에서 독립적인 견제 기능을 잃고 창업자의 권한을 떠받치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네이버의 인사 리스크, 카카오의 잦은 분사·합병, 매각설이 반복되는 경영 패턴 역시 이 같은 구조적 한계 속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지적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책임을 회피하는 경영 방식에 대한 개선 요구가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9일 국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신뢰를 흔드는 IT 거버넌스, 네이버·카카오를 말하다’ 토론회 현장. 사진=강은경 기자


#이해진 김범수 두 창업자에 권한 집중

 

9일 오전 박주민·오기형·김남근·김현정·신장식·이용우·차규근 의원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동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민주노총 전국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와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배구조 개선과 책임경영을 촉구했다.

 

토론회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책임을 회피하는 경영 의사결정이 자본시장 신뢰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창업자 중심의 권한 집중과 불분명한 책임 구조, 이를 작동시키는 형식적인 이사회 운영 등이 IT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카카오의 성장 공식으로 꼽히는 인수·합병(M&A)과 분할상장, 외부 조달 등의 전략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본사 조직에서 출발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9년 카카오의 사내 독립기업(CIC) AI랩에서 분사해 출범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3년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같은 해 클라우드 CIC(사내 독립기업), 검색 CIC로 분리됐고 이듬해 1월 비즈서비스 사업 부문 케이이피(KEP)를 물적 분할, 시스템 통합(SI)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에 흡수 합병했다. 현재 검색 CIC는 지난 6월 신규 법인 AXZ로 이동이 결정됐는데 노조는 이를 사실상 해체로 본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7월부터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검색 CIC의 고용 불안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외에도 카카오커머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타파스·래디시 등 일부 카카오 계열사가 최근 몇 년간 M&A와 분사가 번복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을 겪었다.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메이커스 분사(2017년) 후 재합병(2019년), 카카오로의 합병(2021년) 후 커머스 CIC 운영, 커머스 CIC(2022년) 해체 등 경영 구조가 계속 바뀌었다.​

 

2022년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범수 창업자(위)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사진=이종현, 박은숙 기자

 

서승욱 카카오지회 지회장은 “여러 법인들에서 분사와 합병 등이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연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게 특징이다. 문제는 지배구조나 경영 전략 차원에서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카카오 임직원들은 거버넌스의 문제가 노동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경험을 수차례 해왔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는 최인혁 전 COO의 복귀 문제를 거론했다. 이 사안은 이해진 의장이 이사회 수장으로 복귀하며 구축한 친정 체제에 대한 내부 불만과 불신을 한꺼번에 분출하는 계기가 됐다. 최 전 COO는 2021년 5월 발생한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책임자로 지적되는 인물이다. 최 전 COO는 올해 5월 테크 비즈니스 대표로 복귀했는데, 해명 설명회 등 복귀 결정 과정에서 적절한 견제 조치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세윤 네이버 지회장은 “이사회는 이사회 및 사내의 규정과 절차 근거 없이 회사의 감사 조직과 법무 조직을 동원해 최 대표에 대한 해명 설명회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감사 조직에게는 최 대표를 변호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해명 설명회는 지극히 최 대표의 관점에서 작성된 내용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이사회 정관과 운영 규정, 특히 사내 인사 리스크를 관리하는 이사회 내 전담 기구인 리스크 관리위원회는 감독·설명·중지 요구 등을 요청하고 심의 및 의결할 수 있으나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창업자와 초기에 같이 일했던 멤버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네이버와 같은 기업의 거버넌스로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9일 국회 토론회 현장. 사진=강은경 기자


#어떻게 바꿀까

 

네이버 노조는 개정 상법을 통해 노조가 주관하는 다수 소액주주의 주주권 청구를 보장하고, 동시에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이사회를 감시·견제해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카카오 노조는 IT 기업의 투자 심의 절차 강화, 주주총회 ‘Say on Pay’(임원 보수 정책과 실제 지급 수준에 대한 찬반 투표) 제도, 장기 성과 기반 보상 구조 확립 등을 강조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번 최 대표의 복귀를 막지 못한 건 이해진 의장의 지배력이 작동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는 좀 더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김범수 의장은 대표이사도 아니고 등기 이사도 아니지만 최대 주주로서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을 좌우한다.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라고 봤다.

 

지배주주, 소수 창업자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기존 대기업도 가지고 있는 문제다. 창업자가 60년대생인 두 회사에서는 지배력을 자녀에게 ‘승계’하기 위한 직접적인 행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IT 대기업에서 고착화한 창업주 중심 의사결정 독점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을 맡고 있는 천준범 변호사는 “전문성이 낮은 일반 주주들은 창업자 등의 경영상 판단에 대해 사전적 통제를 할 만한 능력이나 의지를 갖추는 것이 어렵다. 이는 비단 한국 IT 회사뿐만 아니라 테슬라, 메타 등 미국 빅테크에서도 보이는 문제”라고 짚었다.​

 

네이버(위)와 카카오의 지난 5년 주가 그래프. 사진=구글 금융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IT 대표주 주가는 몇 년간 변동성이 매우 컸다. IT·플랫폼 호황기였던 2020~2021년 팬데믹 당시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이후 2019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등 전반적인 약세가 지속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 AI 기술 경쟁 심화 외에도 검색 광고 역성장, 신사업 성장 둔화, 경영진 리스크, 분사·매각 논란 등으로 IT 업계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낮아진 모습이다.

 

천 변호사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계기로 전문성 높은 이사 1인을 선임하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고 스타트업 등에 더 많은 기회와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시장 경쟁이 강화되도록 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네이버와 카카오 내 특정 인물 문제에 접근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임원 보수와 관련해서는 임원 보수 한도 공시를 요청하는 등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설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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