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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가 무려 3%" 소상공인 울리는 테이블오더 무상 설치의 함정

'무료 설치', '정부 지원' 내세워 고율 수수료 계약…불공정 거래지만 법적 구제 어려워

2025.09.11(Thu) 15:21:23

[비즈한국] 인건비 절감을 위해 ‘테이블오더’ 기기를 도입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비용을 아끼려 선택한 테이블오더 기기가 되레 수익성을 악화시켰다며 푸념하는 자영업자도 상당수다. 업체 측의 ‘무료’라는 설명을 믿고 서명했지만, 계약서 한 구석에 적혀 있던 ‘PG수수료’ 조항이 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일부 테이블오더 업체가 무료 설치 등을 앞세워 계약을 진행한 뒤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해 자영업자 사이에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해나 기자


#“‘샘플링 매장’, ‘정부 지원금’에 속았다” 자영업자 항의 빗발친 까닭

 

카페를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는 지난해 11월 매장에 테이블오더 기기 10여 대를 들였다. 김 씨는 “직원 없이 혼자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런데 어느 날 A 업체 영업사원이 매장에 찾아와 ‘테이블오더 샘플링 매장으로 선정됐다’고 말했다”며 “다른 자영업자들이 기기 설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도록 매장을 운영하는 대신, 테이블오더 기기를 무료나 다름없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마침 필요하단 생각이 들던 터라 잘됐다 싶어 계약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영업사원은 월 렌탈료가 약 17만 9000원이지만 월 매출이 일정 기준(매장마다 상이)을 넘어서면 회사가 16만 원가량을 환급해 준다고 안내했다. 김 씨 매장은 기준 매출이 1200만 원으로 정해졌는데, 그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면 16만 원을 환급받아 월 2만 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테이블오더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설치 과정에서 영업사원은 기존 포스기(결제 단말기)가 테이블오더 기기와 호환되지 않는다며 포스기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테이블오더 설치 후 2주가 지나 매출 정산을 하던 김 씨는 매출의 3.15%가 ‘PG(결제대행사) 수수료’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계약서를 다시 들여다보니 ‘PG수수료 3.15%’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계약 당시에는 이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고, 숫자의 의미조차 알지 못했다. 영업사원은 계약서 내용을 설명해 주면서도 수수료 관련 내용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포스기 교체 이후 김 씨의 수수료 체계는 크게 달라졌다. 기존 포스기는 VAN(부가가치통신망사업자)과 연결돼 0.4%대의 카드사 수수료만 부담하면 됐지만, 새로 교체한 포스기는 PG와 연동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카드사 수수료에 결제대행 수수료가 더해지면서 3%대에 달하는 PG수수료가 빠져나가게 된 것이다.

일부 테이블오더 업체는 PG 결제의 수수료율 상한선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그중 일부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때문에 ‘기기 호환성’을 이유로 포스기를 교체하고 PG사 전용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자영업자 사이에서 테이블오더 기기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PG수수료 부담에 렌탈비 내며 기기 꺼둔 업주들도 많아

 

특히 문제되는 것은 테이블오더 기기 업체들이 계약 과정에서 PG사 수수료율 적용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약을 진행할 때는 관련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서명 직전에 계약서에 수기로 수수료율을 적거나, 계약자가 물어도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뒤늦게 수수료 부담을 인지한 자영업자들이 해지를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 씨 역시 같은 피해를 입었다. 이 씨 매장의 기준 매출은 4000만 원, PG수수료는 3.3%로 정해졌다. 기기 렌탈비는 48만 원가량인데, 4000만 원의 매출을 채워야만 일부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4000만 원의 매출이 발생했을 때 부과되는 PG수수료만 130만 원가량이다.

 

그는 “업체에서 찾아와 ‘테이블오더 기기 값이 무료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해 설치를 했다. PG수수료에 대한 설명은 전혀 듣지 못했다”며 “영업사원은 계약서에 서명을 요구한 뒤 원본을 가져가 버렸다. 이후 문제를 제기하자 계약서를 사진으로 보내왔는데,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직원이 자필로 내용을 덧붙여 놓았더라. 이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피해자 중에는 기준 매출이 8000만 원으로 책정된 사장님도 있다. 그분은 한 달에만 수수료를 250만~300만 원을 낸다고 한다”며 “업체가 의도적으로 기준 매출을 높게 잡는 건 수수료를 더 많이 챙기기 위해서다. 렌탈비 환급을 받으려면 매출 목표를 채워야 하고, 그만큼 수수료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영업자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중 일부는 법적 대응까지도 준비 중인 상황이다. 한 피해자는 “법적으로 구제받기가 쉽지는 않다. 서명한 계약서가 있는 이상 계약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지 않았다는 것이 실수지만, 의도적으로 수수료 관련 내용을 숨긴 채 계약을 진행하도록 유도한 업체의 영업방식은 너무나 악의적이다”라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을 취재한 결과, 최소 3곳 이상의 테이블오더 기기 업체가 PG수수료를 명확히 알리지 않은 채 계약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즈한국은 테이블기기 업체에 이러한 영업방식에 대해 질의를 하고자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테이블오더 수수료와 관련해 계약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고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는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하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법원이나 경찰서를 오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비용이 되다 보니,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해지 위약금 부담 때문에 렌탈비만 내면서 기기는 꺼둔 채 방치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이러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소상공인들이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며 “‘무상’이라는 말만 믿고 약관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채 계약하는 일은 피하고, 여러 업체를 비교해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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