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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영등포, 서울 부동산 지형의 마지막 퍼즐

산업화의 심장에서 금융·문화·주거의 허브로 진화하는 서울 서남권의 프라임 시티

2025.09.22(Mon) 11:46:45

[비즈한국] 서울의 지도가 오늘날처럼 다채로운 색채를 띠게 된 데에는 강남 개발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강남이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서울의 경제와 문화를 이끄는 중심지로 부상하기 전, 이미 한강 남쪽에서 산업화의 기폭제 역할을 한 지역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영등포다.

 

#산업지대의 기억과 서울 서남권의 심장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경성공업지구로 지정된 영등포는 방직·제분·식품공장이 빼곡히 들어서며 ‘서울의 공장지대’로 성장했다. 한강을 통한 수운과 경인선 철도라는 천혜의 물류 조건은 산업의 집적을 부추겼고, 광복과 전쟁을 거친 1960~70년대에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으로 불렸다.

 

강남 테헤란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거와 업무가 밀도 높게 얽힌 여의도는 서울의 동서남북 어디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갖는다. 사진=연합뉴스


이 시절의 영등포는 경제성장의 상징이자 서민의 삶을 지탱하는 토대였다. 영등포시장 일대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상인들로 밤낮없이 붐볐고, 인쇄·제분·금속가공 등 다양한 공장이 연기와 소음을 내뿜었다. 사람들은 ‘영등포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서울의 내일을 밝힌다’는 말로 이곳의 활력을 묘사하곤 했다.

 

그러나 산업 구조가 빠르게 고도화된 1980~1990년대, 이 굴뚝도 서서히 꺼져 갔다. 공장들은 인천과 경기의 신공업지대로 이전했고, 남겨진 준공업지역에는 노후한 창고와 소규모 공장이 듬성듬성 남았다. 산업도시로서의 화려했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공업지대의 흔적만이 도심 한복판에 남아 있는 기묘한 풍경이 영등포의 일상이었다.

 

이 시기 영등포의 주거환경은 오래된 공장지대와 뒤엉켜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 여의도라는 금융 중심지가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한강을 사이에 두고 주거·산업의 격차가 극명했다. 강남의 고급 주거지, 마포와 성수의 문화적 부활과 비교하면 영등포는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낙후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이는 곧 새로운 변화를 위한 잠재력이기도 했다. 서울의 공간이 한정되고, 구도심이 재개발의 순환을 거듭하는 가운데 영등포의 잠재적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부각되기 시작했다.

 

#현재의 영등포–복합개발과 주거재생의 분기점

 

오늘날 영등포를 걷다 보면, 과거의 공장지대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마주한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단연 여의도다.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금융감독원,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한화63빌딩, IFC와 파크원 등 초고층 업무·상업시설이 줄지어 서 있는 이곳은 이미 ‘대한민국 금융 1번지’라는 타이틀을 넘어, 글로벌 자본이 모여드는 국제금융 허브로 성장했다. 강남 테헤란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거와 업무가 밀도 높게 얽힌 여의도는 서울의 동서남북 어디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갖는다.

 

2·9호선과 더불어 GTX-B 노선, 신안산선, 그리고 경전철 연계 계획까지 겹치며 서울 전역과 수도권을 잇는 영등포의 접근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고 있다. 자료=아실


여의도의 주거시장 역시 장기 상승 압력을 품고 있다. 30~40년을 넘긴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연한을 채우며 하나둘씩 리모델링 혹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목동·반포와 마찬가지로 대단지의 희소가치가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규제의 칼날이 닿는다고 해도 공급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여의도의 주거 수요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다.

 

여의도에서 한 정거장만 이동해도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당산동은 2호선과 9호선이 교차하는 더블역세권으로, 올림픽대로와 서부간선도로가 관통한다. 서울 서남권 교통의 허브라 불리는 이곳은 과거 유통·상업 중심지로만 여겨졌으나, 노후 다세대·다가구 밀집지가 재개발·재건축의 바람을 타며 고급 주거지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당산역 일대의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는 ‘제2의 성수동’으로 불리며 투자자의 주목을 끌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이 보여준 가격 상승의 사례는 당산에도 유효한 레퍼런스다.

 

양평동과 문래동의 변신은 더 극적이다. 한때 제철·기계·인쇄 공장이 즐비했던 이곳은 2000년대 이후 빠르게 문화예술지대로 바뀌었다. 문래창작촌에는 카페, 갤러리, 디자인 스튜디오가 들어서며 ‘서울의 브루클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양평동 일대 역시 복합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공업지역 해제를 통한 주거·상업 복합단지 조성이 구체화되면, 도심 속에서 희소한 대규모 개발 여지를 가진 땅이기에 가치 상승의 잠재력은 막대하다.

 

이 모든 변화의 밑바탕에는 ‘교통망 혁신’이 있다. 기존 2·9호선과 더불어 GTX-B 노선, 신안산선, 그리고 경전철 연계 계획까지 겹치며 서울 전역과 수도권을 잇는 접근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고 있다. 교통망의 혁신은 곧 주거 수요의 확대로 이어지고, 이는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재차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낳는다.

 

#미래를 향한 시선–영등포, 서울 부동산의 다음 주인공

 

영등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가격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공간적 제약과,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정책적·경제적 환경이 만들어낸 ‘다음 성장 축’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첫째, 풍선효과다. 강남3구·용산·마포·성동 등 서울 핵심지가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투자 수요는 자연스럽게 비교적 덜 주목받았던 영등포로 이동하고 있다. 규제의 압력은 단기적으로 시장을 잠재우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요를 주변으로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영등포는 바로 그 수혜지다.

 

둘째, 정비사업의 가속화다. 재개발·재건축은 단순히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꾸는 차원을 넘어, 지역의 생활 인프라를 재편하고 인구 구조를 바꾸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다. 특히 준공업지역 해제와 복합개발은 서울 도심권에서 희소한 대규모 주거·상업 공간을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로 평가된다.

 

셋째, 한강벨트 가치의 재평가다. 여의도·당산·양화·합정으로 이어지는 한강변 개발은 이미 서울의 고급 주거지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강북의 한강변이 마포·성수·용산으로 재편되었다면, 강남의 한강변은 반포·잠원·압구정이 대표적이다. 영등포는 이들 양축을 잇는 새로운 프리미엄 주거지로 부상할 조건을 충분히 갖추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명확하다. 여의도의 재건축 단지는 장기적으로 서울 핵심 재고 아파트의 가치 상승을 주도할 것이다. 당산·양평의 재개발은 준공업지 해제와 복합개발을 통해 중대형 아파트와 고급 주거단지가 새롭게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문래창작촌 일대는 문화·예술·상업 기능이 결합된 라이프스타일 복합지로, 수요층 다변화에 따른 상업·주거가치가 동시에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리스크도 분명하다. 가격 급등 시 강력한 규제지역 지정이 뒤따를 수 있고,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인허가 지연이나 조합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경기와 금리의 변동은 자금조달 비용을 높여 투자 수익률을 압박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동성은 오히려 장기적 투자자의 체력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늘 주기적이다. 강남에서 시작된 불씨가 마포와 성수, 그리고 용산으로 옮겨 붙었듯이, 투자 수요의 물결은 다시 한 번 새로운 해안을 찾고 있다. 그 해안이 바로 영등포다. 과거 산업화의 심장에서 현재 금융·문화·주거의 삼박자를 갖춘 복합도시로 진화한 이곳은, 서울 부동산 지형의 ‘마지막 퍼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서남권의 심장이 다시 뛴다. 과거의 공업지대가 내일의 프라임 시티가 된다.”

 

이 문장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영등포의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 변화를 읽는 자에게 이 도시는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서울의 미래를 예견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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