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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vs "부족"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두고 극과극 목소리

2018년 대비 53~61% 감축…산업계 "배출권 부담 증가" vs 시민사회 "기후위기 대응 미비"

2025.11.12(Wed) 15:51:16

[비즈한국]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의 53%~61%를 감축하는 안을 최종 확정했는데, 목표치에 대한 산업계와 시민사회 양측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산업계는 탄소 감축 기술 상용화가 미흡한 상황에서 현 목표치가 철강, 석유화학 등 난감축 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특히 막대한 배출권 구매 비용 증가를 호소하고 있다. 반면 시민사회계는 법적 강제력이 있는 하한선인 53%가 실질적인 목표치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으로도 ‘성장’과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2035 NDC 세부 실행 계획을 놓고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력, 수송, 건물 분야 감축률 상대적으로 높아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2035 NDC를 확정했다. 사진=대통령실

 

정부는 11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2035 NDC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변경안을 최종심의·의결했다. 

 

정부는 2035 NDC를 2018년 순배출량(약 7억 4230만 톤CO2eq) 대비 53~61%를 감축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NDC는 파리협정에 따라 5년마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수준을 정하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하는 목표다. 정부는 확정된 2035 NDC를 21일까지 브라질 벨렝에서 개최되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공식 발표하고 올해 안으로 UNFCCC 사무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9월 8일에 4개의 감축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2035 NDC 최종 확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당시 감축 시나리오는 △48%(산업계 안) △53%(탄소중립 목표연도인 2050년까지 일정하게 감축하는 선형감축안) △61%(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안) △65%(시민사회 안)이 제기됐다.

 

정부는 6일 열린 최종공청회에서 △50~60% △53~61%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결국 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53~61% 감축에 합의했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고통이 따르더라도 지속가능한 성장, 또 글로벌 경제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며 “정부는 재생에너지 전환, 온실가스 감축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국민과 기업의 어려움을 다방면에서 살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세부 감축목표를 살펴보면 △전력(68.8~75.3%) △수송(60.2~62.8%) △건물(53.6~56.2%) 등의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감축률이 높다. 전력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건물 부문은 제로에너지 건축 및 그린 리모델링 확산과 열 공급의 전기화, 수송 부문에서는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등이 활발해질 예정이다.

 

2018년 기준 약 2억 7630만 톤CO2eq의 순배출량을 배출해 전력(약 2억 8300만 톤CO2eq) 다음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 분야는 24.3~31.0%의 감축 목표가 잡혔다. 정부는 혁신 지원을 바탕으로 한 연·원료의 탈탄소화 및 저탄소 제품 생산 확대를 주요 감축 수단으로 발표했다.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후속 조치로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세부 추진과제를 담은 ‘대한민국 녹색전환(K-GX, Green Transformation)’ 추진안. 자료=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계 “인센티브 방식으로 전환” 시민사회 “독일, 일본의 절반 수준 불과”

  

산업계에서는 2035 NDC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다. 경제 6단체와 업종별 협회 8곳을 포함한 14개 단체는 10일 ‘2035 NDC에 대한 산업계 공동입장문’을 냈다.

 

산업계는 입장문에서 탄소 감축 기술이 충분히 상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2035년 감축 목표를 53~61%로 잡은 것은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산업의 80%는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 감축이 어려운 난감축 산업으로 구성돼 있다”며 “단순한 감축 의지나 기술 선언만으로는 현실적인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규제보다는 인센티브 중심의 제도적 기반 강화도 요구했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센터장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규제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 방식으로 성장, 육성해야 한다”며 “일본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소환원제철 상용화가 2037년으로 예정되는 등 탄소 감축 기술 발전 시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큰 업종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과 무탄소 에너지 공급 인프라 확충 등 지원책 마련도 강조했다. 발전 분야의 감축목표가 높은 만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우려되는 전기 요금 인상을 자제할 것도 요구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 11월 6일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최종 공청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2035 NDC 정부안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기후위기비상행동 홈페이지


반면 시민사회는 법적 강제력이 있는 하한선인 53%가 실질적인 감축 목표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수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를 위배하며 비과학적인 수치라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청소년기후행동이 낸 기후위기 헌법소원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는 미래의 환경적 조건에 대한 책임을 고려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요청된다”며 탄소중립기본법 일부 조항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IPCC는 2035년까지 2019년에 비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60%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시민사회는 이에 더해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크고 선진국에 해당하는 한국의 역량을 고려해 더 높은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감축량이 12.3%에 불과해 2035 NDC의 목표를 고려하면 감축 속도를 두 배가량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환경단체 플랜1.5는 논평을 내고 한국과 비슷하게 제조업 비중이 높은 선진국 일본은 산업 부문 감축목표가 40~43%이고, 독일은 60% 수준이라며, 유사한 산업 여건을 가진 주요 경쟁국에 비해 2분의 1~3분의 1 수준인 감축목표조차 실행 불가능하다는 산업계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NDC 목표를 높게 설정할수록 관련 분야로 기업의 투자나 금융, 정부의 재정 등 돈이 흐를 것”이라며 “앞으로 나올 탄소중립기본계획과 감축 기술 로드맵 등에 나올 세부적인 실행 계획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배출권 무상할당 등 놓고 산업계-기후부 옥신각신

 

산업계는 2035 NDC와 연계되는 4차 배출권 할당계획으로 인한 배출권 부담 증가를 특히 우려한다. 2035 NDC의 감축률을 적용한 할당량 산정이 기업의 실제 감축역량을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출권 할당계획은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따라 각 기업에 할당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한도와 그 할당 기준 및 방법을 정한 것이다. 한도를 초과하면 배출권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8개 업종별 협회는 4일에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및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 관련 산업계 공동 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배출권 가격이 5만 원으로 증가할 것을 가정하면 4차 계획기간에서 총 배출권 구매 비용이 5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산업계가 주장하는 배출권 부족량이 과다 산정되었다고 반박했다. 기후부는 4차 할당계획에서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등 탄소누출업종은 국제경쟁력을 고려해 100% 무상할당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산업계의 추산은 생산량 회복으로 배출량이 증가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이라며 3차 할당계획에서 배출량 감소 추세를 보았을 때 4차에서도 배출권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최근 어려움을 겪은 석유와 철강 산업 등이 회복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배출권 구매가 회복세를 더디게 하는 규제로 기능할 수 있다며 재반박했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센터장은 “기후부가 배출권거래제에서 산업계의 입장을 많이 듣는 것은 사실”이면서도 “다만 무상할당이 유지되더라도 발전업종 유상할당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분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무상할당 유지는 오염자 부담이라는 대원칙을 위배하며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럽에서도 유상할당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의 배출권 부족량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사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배출권 가격과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며 “유리한 것만 취사선택해서 비용을 뽑아내, 과도하게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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