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둘러싼 논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규제 면제·유예)를 통해 렌즈 온라인 판매를 조건부 허용한 정부 조치에 반발해 안경점들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신기술 검증 취지와 타당성을 인정해 정부 행정처분을 취소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
‘눈 건강 보호’를 주장하는 기존 안경사·안경점과 ‘소비자 접근성 강화’를 띄우는 플랫폼의 갈등은 수년째 반복돼왔다. 현행법은 안경사를 포함해 누구든 콘택트렌즈를 인터넷으로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번 행정소송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관련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진행됐다. 렌즈 판매 중개 플랫폼의 실증 기간이 내년 상반기 한 차례 연장되면, 3년 뒤 정부는 관련 제도를 개선하거나 법 개정 여부 검토 절차를 밟게 된다. 관련 업계에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향후 렌즈 온라인 판매 여건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안경점의 특례 취소 청구 ‘기각’…“한시적 실험 문제 없다”
콘택트렌즈 판매 안경점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기한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 지정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과기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안경과 렌즈 판매는 원칙적으로 오프라인 안경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과기부가 지난해 규제를 열어준 콘택트렌즈 판매 중개 플랫폼 픽셀로의 ‘내눈N’ 서비스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지난달 31일 서울행정법원은 과기부가 이 업체를 실증 특례 업체로 지정하고 관련 사업을 허용한 처분에 조건·절차·내용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콘택트렌즈의 전자상거래 판매를 금지한 법 취지가 무시되고 국민의 눈 건강을 저해한다는 안경사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료기사법은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를 통해 거래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제품 이름과 도수만으로 택배 요청을 하거나 배송 대행, 온라인 주문을 넣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안경을 맞추려면 매장을 방문해 시력 검사(검안) 등을 거쳐야 하는 구조다.
픽셀로가 운영하는 ‘내눈N’은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돼 온라인 판매가 한시 허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제34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픽셀로에 대한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비대면 구매에 따른 소비자 편의성 증대와 해외-국내 역차별 문제 해소를 위한 조치다. 미국 아마존, 일본 라쿠텐, 중국 티몰 등 해외 쇼핑몰은 현재도 국내 소비자에게 렌즈를 판매하고 있다.
운영 조건은 제한적이다. 애초에 픽셀로는 검안 기록을 남긴 안경점에서 렌즈를 재구매하는 경우에 초점을 맞춰 기획됐다. 과기부 규제특례지정서에 따르면 픽셀로는 “1년 이내 구매이력이 있는 콘택트렌즈 소비자와 안경업소 간 동일한 렌즈를 온라인 판매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서비스”로 정의된다. 원데이(매일착용) 소프트렌즈로 판매대상이 한정되고 연령 제한도 설정돼 성인만 구매 가능하다. 렌즈 도수를 변경하려면 다시 안경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전성과 적합성 확인을 위해 마련된 이 같은 장치와 관련해 법원은 “지정조건 내용이 불분명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안경사들의 우려를 일축했다. △정확한 렌즈 착용 법 및 관리방법 미안내 상황을 방지하는 예방조치가 이뤄졌고 △그 판매대상도 의료기기 품목 규정에서 잠재적 위해성이 낮은 2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 렌즈 종류로 한정하고 있는 점 △배송 시 제품 변질·훼손에 대해 예방·대응할 것을 명시하면서 실증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적극 협조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허용돼도 안경점 얼마나 참여할지는 미지수
이번 판결은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가 온라인 판매 금지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한 뒤 나온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헌재는 이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국민 건강을 위한 기존 규제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안경사가 고객을 직접 대면해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적절히 보관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사고 위험을 줄이고 책임 소지를 분명히 할 수 있어 국민 보건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해석이다.
헌재 판단이 나온 뒤 앞으로 과기부 실증 특례 등 규제 완화에 제약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정부와 사법부 간 엇갈린 판단이 업계 혼란을 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과기부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는 혁신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적용을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로서 현행 규제가 합헌임을 전제로 한다”고 선을 그었다. 헌재의 결정이 궁극적으로는 규제특례와 충돌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안경점들은 무엇보다 렌즈 판매의 주도권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것을 경계한다. 단순 영업상 불이익을 넘어 장기적으로 기존 유통 질서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 온라인 렌즈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차후 대형 플랫폼까지 가세할 경우 안경사 직역의 전문성과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적지 않다. 실제로 네이버와 쿠팡, 카카오 등은 지난해 국회에 온라인 판매 허용을 공식 요청하며 시장 참여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행정법원은 실증특례가 안경사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과기부 처분은 온라인 서비스의 제한적 시험·기술적 검증을 위한 것”이라며 “플랫폼 판매가 안경업소 측에서 새로운 판로개척의 의미를 가질 수 있어 일률적으로 안경사에게 불리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안경사 제도를 참탈하거나 이익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실제 시장 참여율은 또 다른 문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당초 서울·경기 지역 안경업소 중 1년 차 500곳, 2년 차 추가 500곳을 대상으로 실증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안경업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발 기류가 강해 참여 의지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증 특례는 기본 2년 유지되고, 기업이 임시 연장 신청을 하면 규제 부처 검토를 통해 2년 연장된다. 과기부 관계자는 “연장 요청이 수용될 경우 최대 4년 기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법령 정비 검토와 요청 등의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면서 “규제부처가 실증 기간의 데이터를 확인하고 연장 및 법령 개정 필요성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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