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간편결제 점유율 1위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최대 코인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합병 절차에 돌입한다. 양사의 주식 교환이 내년 6월 완료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완전 자회사이자 네이버의 손자회사로 공식 편입된다.
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 3사의 최고 경영진은 이번 ‘빅딜’이 단순 기업 결합에 그치지 않는다고 일제히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AI) 역량과 정보통신(IT) 인프라에 웹3(블록체인 기반 사용자 중심 분산형 인터넷)를 결합해 차세대 글로벌 시장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관련 생태계에 향후 5년간 10조 원 이상의 투자도 약속했다.
#‘은둔형 리더’ 이해진·송치형 나란히 “지금이 적기”
3사는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네이버와 두나무의 기업 결합을 공식화하며 두나무를 네이버 계열로 편입하는 ‘기업융합’의 취지와 비전을 설명했다. 3사는 전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을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편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네이버 공식 석상 노출을 자제해 ‘은둔형 경영자’로 불리는 두 리더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함께 단상에 올라 합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I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자산 시장이 격변하는 가운데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
송치형 회장은 시장 선두에 있는 코인베이스, 서클 등 글로벌 경쟁자와의 격차가 아직은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결제·스테이블코인·토큰화 등 ‘거래소 밖’ 경쟁을 위해서는 네이버와의 동맹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송 회장은 “글로벌에서는 지급 결제를 시작으로 여수신, 투자, 자산 관리, 자본시장 등 전 영역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며 “이 시점에 두나무와 네이버, 네이버 파이낸셜이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고 시너지를 낸다면 기술력, 신뢰, 고객 기반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글로벌 경쟁자들의 선전을 따라가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진 의장은 ‘PC 시대’ 온라인 게임 서비스 ‘한게임’과의 합병, ‘모바일 시대’ 검색 엔진 ‘첫눈’ 인수를 언급하며 기술 기반 서비스 기업과의 협력이 그간 네이버의 핵심 동력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자신이 송 회장 측에 기업 결합을 먼저 제안했다는 사실도 시사했다.
이 의장은 “글로벌 빅테크에 견주면 네이버는 시가총액이나 연구개발 투자 측면에서 100분의 1 수준인 정말 작은 회사다. 25년간 매년 생존을 고민할 만큼 굉장히 어려운 경쟁을 해오고 있다”며 “AI와 웹3라는 거대한 파도가 또 생겨났다. 여기서 살아남고 의미 있는 경쟁을 하려면 웹3의 가장 좋은 기술과 이해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와 힘을 합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수연 대표는 “AI와 웹3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들이 기업 융합을 시도한 사례는 미국이나 중국 등 IT 강국에서도 매우 드문 시도”라며 “AI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금융 거래를 만들고 블록체인 기반의 독자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규제·심사 부담 여전, 산업 재편 이끌지 주목
‘1+1’ 그 이상을 그리는 양사의 공언대로 양사 결합 이후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의 포시마크 M&A 등은 투자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했지만 이번 통합은 누구나 인정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 원칙에 따라 증권사 인수 등 금융업 진출 및 사업 확장에 제약이 있던 두나무는 네이버 계열 합류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 발행 등 새로운 사업 영역 개척 조건을 마련했다.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과 업비트를 통해 가상자산 인프라를 단숨에 확보하게 된 네이버로서도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기반이 확보된 셈이다. 네이버의 검색, 커머스 등 핵심 사업에 웹3 기술을 접목해 NFT, 토큰 증권(STO) 등 디지털 자산 관련 신규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네이버페이 온·오프라인 결제망에 스테이블코인을 탑재해 실제 상거래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다만 독과점 우려와 금융 시스템 리스크 등 금융당국·경쟁당국의 심사는 넘어야 할 산이다. 네이버페이는 연간 결제액 80조 원대의 업계 1위 간편결제 서비스다.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70% 수준이다. 합병법인 탄생까지 앞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및 금융감독원 심사 △신용정보법상 대주주 변경 승인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 신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박상진 대표는 “합병 마무리까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 등에서 심사, 승인 절차가 있다. 섣불리 입장을 밝히기는 조심스럽지만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해서 당사의 시장 규모와 글로벌 전략 등을 설명드리며 토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가상자산과 핀테크 사업 역시 제도권 안으로 더 들어오면서 많은 규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이 같은 규제의 틀이 기업의 성장을 다소 완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안전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입장을 소통하면서 맞춰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향후 5년간 10조 원을 투자해 국내 블록체인·웹3, AI 기술 생태계 확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0조 원은 최소 규모”라며 “네이버나 두나무는 생태계가 굳건해야 사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 회사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비롯한 생태계에 대한 지원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보안·인프라 투자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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