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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유출 후 셀러들 "매출 급감"…쿠팡 '충성고객' 무너지나

퇴직자 접근 권한 사실상 방치 의혹…셀러 정보 빼내 광고 대행 영업에 이용했단 증언도

2025.12.03(Wed) 15:09:59

[비즈한국]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터지면서 쿠팡이 창사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집단소송 참여자를 모집하는 글이 잇따르고, ‘쿠팡 탈퇴’ 움직임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객 이탈로 매출이 줄었다는 판매자들의 호소까지 나오면서, 플랫폼 전반에 불안한 기류가 퍼지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1위 업체인 쿠팡에서 3천만건이 넘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터질 게 터졌다’ 쿠팡 보안관리 구멍 논란

 

11월 29일 쿠팡은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가 무단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 주문 내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측은 “카드·결제 정보와 비밀번호 등 로그인 정보는 노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출 규모는 2011년 싸이월드·네이트 해킹으로 약 3500만 명의 개인정보가 피해를 입은 이후 최대 수준이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0월 기준 쿠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438만 명에 달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이용자 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쿠팡에서 근무했던 중국 국적 개발자의 대량 정보 유출로 알려지면서, 쿠팡의 내부 통제 체계 전반에 대한 의문이 한층 커지고 있다. 외부 해킹이 아닌 내부자의 무단 접근으로 발생한 만큼, 보안 구조 자체가 취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보안 리스크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문제 제기된 바 있다. 퇴사한 직원들이 여전히 쿠팡 시스템에 접속하거나 내부 정보를 활용해 개인 사업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한 판매자는 “광고마케팅 대행사 중에는 판매업체의 내부 정보를 너무 잘 알고 접근하는 곳들이 있다”며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면 ‘쿠팡 출신이라 내부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이미 퇴사한 인력이 내부 시스템에 이렇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런데도 쿠팡은 이를 큰 문제로 보지 않는 듯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역시 쿠팡의 보안관리 체계 전반에 구조적 결함이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퇴사자(내부자)의 권한은 즉시 회수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러한 보안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정보 유출 후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 정보 활용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개인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 특성상 퇴사자들은 각종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퇴사자 관리는 보안의 기본인데, 이 부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 사태의 출발점 아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는 외부 해킹이 아닌 쿠팡에서 근무했던 중국 국적 개발자가 고객 정보를 유출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집단소송·탈퇴 움직임, 매출 감소에 판매자들은 발동동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쿠팡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하락으로 직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보 유출이 6월부터 진행됐음에도 사태 파악이 5개월이나 늦어진 것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실망과 불신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쿠팡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소비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소송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는 벌써 10여 개가 개설됐고, 일부는 개설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가입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1일에는 일부 이용자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쿠팡을 상대로 1인당 2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간 쿠팡은 근로자 사망사고나 입점 수수료 논란 등 여러 사회적 비판에 직면해왔다. 그럼에도 외형 성장이 지속된 이유는 확고한 ‘충성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켓배송과 무료반품 등 소비자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이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하면서, 각종 논란에도 고객 이탈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은 그간의 논란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플랫폼에 대한 신뢰 기반이 흔들리면서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이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중심으로 쿠팡 탈퇴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의 관심은 쿠팡의 후속 대처에 쏠리고 있지만, 정작 쿠팡 내부에서는 보상안 논의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박대준 쿠팡 대표가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현안 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사태를 지켜보며 가장 초조한 것은 다름 아닌 쿠팡 입점 셀러들이다. 소비자 이탈이 본격화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판매자들이기 때문이다. 한 셀러는 “개인정보 유출 때문인지 전주 대비 매출이 70% 가까이 줄었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심각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셀러들 사이에서 쿠팡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대체 판매 채널을 확보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객과 셀러의 이탈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쿠팡이 직면할 위기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면 주문량이 줄고, 매출 불안이 커지면 셀러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생태계 자체가 약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K텔레콤 해킹 이후 약 60만 명이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쿠팡 사태에서도 일정 수준의 회원 이탈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외형 성장에만 집중하고 정보보호나 소비자 보호에는 소홀한 태도를 보여온 점이 소비자들의 반감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번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2일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쿠팡 고객정보 유출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은 “개인정보 보호를 소홀히 해온 잘못된 관행과 인식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에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업이 스스로 보안 체계를 구축·운영하는 ‘자율보안’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1차 책임은 기업에 있다”며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효성 있는 점검·감독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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