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대기업은 스타트업에서 그 해법을 찾는다. 내부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신기술을 외부에서 조기에 확보하고, 유망 기술과 새로운 시장을 효율적으로 발굴해 대응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자체 연구개발(R&D) 대비 낮은 비용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협업과 투자는 대기업의 전략적 선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 대기업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IT 기업들까지 자체 벤처 육성이나 스타트업 투자·지원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신기술에 대한 이들의 선구안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모습이다. ‘CES 2026’을 앞두고 혁신상 수상 스타트업들이 대거 참가를 예고하며 국내 대기업이 주목해온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무대 위에 오를 전망이다.
#스타트업·C랩 출신 ‘선전’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은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AI)을 필두로 로보틱스, 디지털헬스, 모빌리티, 공간 컴퓨팅, 스마트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각종 혁신 기술이 총망라될 것으로 보인다.
CES 참가 기업 수에서 미국에 이어 2위 규모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이번에 전체 수상작 중 208개(61.5%)의 제품이 혁신상(11월 18일 1차 발표 기준)을 받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제품군 카테고리별 최고혁신상은 현재까지 30개가 발표됐으며, 그 중 절반인 15개가 한국 기업이었다. AI와 모빌리티, 로보틱스, 반도체 분야가 주목받은 가운데 국내 중견·중소기업들도 AI, 핀테크, 콘텐츠, XR(확장현실) 등에서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AI 점자 프린터 ‘네모닉 닷’을 개발한 망고슬래브와 AI 로봇 기반 사진 촬영 자동화 솔루션 ‘젠시 스튜지오’를 만든 스튜디오랩은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을 거친 스타트업이다.
망고슬래브는 삼성전자 C랩 과제로 출발해 기술 검증과 상품화 작업을 거쳐 분사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메모의 장점을 결합한 스마트 프린터로 시작해, 점자를 몰라도 음성 명령이나 텍스트 입력만으로 점자 라벨을 바로 출력할 수 있는 AI 점자 라벨 프린터 네모닉 닷을 개발했다. 기존 점자 프린터처럼 복잡한 입력이나 PC 연결이 필요 없고,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어 요양보호사나 약사 등 일반 이용자가 활용하기 수월한 제품으로 평가된다.
윤하늘 망고슬래브 부대표는 “점자가 ‘배려’가 아닌 정보를 공유하는 일상의 언어가 되길 바란다”며 “AI 기술로 글로벌 점자 접근성 표준을 새로 쓰겠다”고 밝혔다
스튜디오랩 역시 C랩을 통해 분사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올해 2월 네이버 D2SF(D2 스타트업 팩토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확보한 프리 시리즈 A(pre-A) 투자액은 33억 원이다. 증강현실 및 공간 컴퓨팅 부문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젠시 스튜디오는 AI와 로보틱스 기술, XR 기반 가상 스크린과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지능형 무인 촬영 시스템이다. 사용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자동으로 최적의 촬영 구도와 환경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문 운영자 없이도 최상의 사진을 제공한다. 오프라인 유통·패션 영역에서 활용하기 적합한 솔루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튜디오랩은 LF, W컨셉, GS리테일, 신세계 등 주요 패션 기업을 파트너사로 확보하며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의류 특징을 면밀하게 분석·추출할 수 있는 패션 특화 AI 모델을 자체 구축해 이를 기반으로 쇼핑몰 상세 페이지를 생성하는 ‘젠시’도 주요 솔루션으로 운영 중이다. 스튜디오랩은 현재 부산시와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코레일과 협력하며 공공 부문과의 연계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젠시 스튜디오는 지난해 부산역 실증사업을 거쳐 올해 초 부산역사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AI 기술경쟁력 돋보여, 글로벌 검증 출발점으로
혁신상 역시 AI 기반 기술 스타트업의 약진이 돋보였다. 라이다(LiDAR) 전문 제조 기업 하이보는 초소형 온디바이스 AI 라이다 센서 ‘iTFS-MINI’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제품은 기존 라이다 센서에 NPU(신경망처리장치)를 통합해 외부 서버 없이 자체 AI 연산만으로 실시간 인원 감지와 행동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자율주행차가 주요 기술 흐름이 되면서 핵심 센서 중 하나인 라이다의 중요성이 커졌고 최근에는 로봇 AMR, 무인 매장, 제조 공정 자동화 등 산업용도로 활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중·근거리(20~40m)에 특화된 하이보 솔루션 역시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비식별형 안전 모니터링 솔루션으로 매장이나 공장 등 실내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2018년 설립된 하이보는 삼성 C랩, LG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슈퍼스타트’를 두루 거쳤다. 2021년 프리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해 2022년 제품 양산을 시작했고, 현재 국내외 시장 공략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뉴로티엑스는 AI와 신경자극 기술을 결합해 개인의 생체신호를 해석하고 맞춤형 자극으로 자율 신경 균형을 회복하는 개인화 전자약 플랫폼 기업이다. 카카오벤처스는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회사로 카카오 공동체 소속이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뉴로티엑스는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수면장애 솔루션 ‘윌슬립(WillSleep)’으로 디지털 헬스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윌슬립은 대학병원의 임상 근거와 AI 분석을 기반으로 한 웨어러블 기기다. 카카오벤처스에 따르면 회사의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7개사가 CES 2026에 참가 예정이다. 뉴로티엑스 외에도 XR 및 콘텐츠 분야에서 △레티널 △리콘랩스, 산업 현장 기술 관련 분야에서 △오믈렛 △컨포트랩, 제약 솔루션 분야에서 △포트래이와 AI 기반 육아 플랫폼 △루먼랩 등이 CES 현장에 나간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참가 기업들은 일상부터 산업 현장까지 본질적인 기술 경쟁력을 쌓아온 팀들”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 가치를 검증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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