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용자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된 쿠팡이 지난 몇 년간 정치권이나 법조계 인사를 대규모 영입해 대관(對官)을 강화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문제 발생 시 해결보다는 조용히 덮는 것에 주력하기 위해 대관 역량 강화에만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관은 정부기관이나 입법·사법기관을 상대하는 업무다. 이들은 정치권 및 사정기관에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고, 필요할 경우 기업의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대관 조직은 대외적으로 ‘사회공헌팀’ ‘대외협력팀’ ‘CR팀’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 대기업은 대관 조직을 강화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쿠팡은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 단기간에 수많은 대관 임직원을 영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대통령비서실,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국회 보좌관 출신 등 25명이 쿠팡 취업 가능 판정을 받았다.
#쿠팡의 강남 사무실 정체는?
쿠팡은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비밀 사무실을 운영 중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도 강남 사무실에서 종종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면 박 전 대표가 이 사무실에서 대관 담당 임직원을 질책했다는 소문도 있다. 공교롭게도 강남 비밀 사무실이 세간에 알려진 후 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했다.
비즈한국은 18일 쿠팡의 강남 비밀 사무실로 알려진 건물을 방문했다. 이 건물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위치했다. 부동산등기부에 쿠팡이 임차 계약을 맺은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임차 계약 등기는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쿠팡 사무실은 건물 9층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무실 문틈으로 쿠팡 로고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문이 닫혀 있고, 호출을 했음에도 관계자는 만나지 못했다. 인근 사무실 직원이나 건물 관리인에게 물어도 모두 “자세한 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쿠팡은 수도권 곳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송파구 본사 외에 선릉, 판교에도 사무실이 있어 직원은 상황에 따라 사무실을 자유롭게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이들 사무실은 대외적으로 공개돼 있다. 선릉과 판교 사무실은 건물에 쿠팡 간판이 붙어 있고, 쿠팡 홈페이지에도 주소가 나와 있다.
반면 강남 사무실과 관련한 정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건물 외벽이나 안내판을 살펴봐도 쿠팡 간판이나 이름은 없다. 9층 사무실 입구에도 명패가 없어 빈 사무실로 오인할 정도다. 검찰은 최근 수 일에 걸쳐 쿠팡 본사를 압수수색했는데, 강남 사무실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한국은 강남 사무실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쿠팡 관계자는 “입장은 따로 없다”고 전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쿠팡 대관
쿠팡 전현직 주요 임원에는 대관 출신이 적지 않다.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박대준 전 쿠팡 대표, 김명규 쿠팡이츠서비스 대표, 민병기 쿠팡 부사장 등이 모두 대관 경력이 있다. 정치권 출신인 조용우 쿠팡 부사장(전 조국혁신당 당대표 비서실장)이나 검찰 출신인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 등도 눈에 띈다.
대관은 공개적인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실체가 외부로 드러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 최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월 쿠팡 대관 담당 임원과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쿠팡이 당시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 원내대표에게 국감 증인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제가 주문한 파스타는 3만 8000원이었고, 쿠팡 대표에게 대관 조직을 늘리고 특히 국회를 상대로 지나치게 대관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서 주의를 주었다”며 “국정감사 증인은 상임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정의당은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업 대표와 식사 자리를 가진 것만으로도 이미 이해충돌 소지가 있으며 윤리적 정치적으로 부주의한 행동”이라며 “김 원내대표는 오찬을 누가 결제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3만 8000원이든 70만 원이든 피감기업과 식사한 자리에서 결제 주체는 자리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정보”라고 지적했다.
정작 이번 해킹 사태와 관련해서는 쿠팡 대관 조직이 큰 힘을 못 쓰고 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17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하자 국회 정무위원회는 김 의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주요 정당은 연일 쿠팡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았고, 검찰도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여론도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킹 사태가 수습된 후 쿠팡의 대관 조직에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재계 관계자는 “쿠팡이 최근 뜨고 있는 기업이라지만 기업 규모에 맞게 대관팀을 꾸려야 하는데, 그 정도로 많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며 “대관이나 홍보를 강화해도 작은 사건이면 모를까 큰 사건을 무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7일 쿠팡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었지만 김범석 의장이 불참해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유관 국회 상임위원회가 모두 참여하는 연석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8일 “과방위, 정무위,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함께 참여하는 연석 청문회를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쿠팡 대관 조직의 활동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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