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쿠팡은 고객 정보 유출자를 특정하는 등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정부와 협의 없이 발표했다는 이유로 정부와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쿠팡의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언급할 정도다. 쿠팡은 오는 30~31일 국회 연석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청문회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쿠팡의 영업정지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쿠팡은 25일 고객 정보 유출자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이날 “유출자를 특정했고, 고객 정보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가 회수됐음을 확인했다”며 “현재까지 조사에 의하면 유출자는 약 3000개 계정의 제한된 고객 정보만 저장했고 이후 이를 모두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이어 “유출자는 맥북 에어 노트북을 물리적으로 파손한 뒤 쿠팡 로고가 있는 에코백에 넣고 벽돌을 채워 인근 하천에 던졌다고 진술했다”며 “유출자가 제공한 지도와 설명을 바탕으로 잠수부들이 해당 하천에서 맥북 에어 노트북을 회수했으며 회수된 기기는 유출자의 진술 그대로 벽돌이 담긴 쿠팡 에코백 안에 들어 있었고, 일련번호 또한 유출자의 아이클라우드 계정에 등록된 일련번호와 정확히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쿠팡의 입장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우선 쿠팡은 지시를 내린 정부 기관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쿠팡은 11월 18일 약 450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했지만 11월 29일 발표에서는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말을 바꿨다. 12월 25일에는 “3300만 고객 계정의 기본적인 고객 정보에 접근했고, 약 3000개 계정의 고객 정보만 실제 저장했다”고 다시 입장을 바꿨다.
진실과 별개로 정부에서는 이번 쿠팡의 발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조사 중인 사안을 쿠팡이 일방적으로 대외에 알렸다는 이유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쿠팡의 발표 후 “현재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정보유출 종류 및 규모, 유출경위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 중에 있는 사항”이라며 “쿠팡이 주장하는 사항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쿠팡은 26일 “쿠팡의 조사는 자체 조사가 아니었으며 정부의 지시에 따라 몇 주간에 걸쳐 매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였다”며 “23일 정부의 요청에 따라 쿠팡은 정부와의 협력 사항을 포함해 조사 세부 내용에 대해 추가 브리핑을 실시했고, 이후 25일 쿠팡 고객들에게 조사 진행 상황을 안내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정기관이 나섰다. 쿠팡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고 했지만 정작 사정기관은 쿠팡에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쿠팡과 어떤 형태의 협의나 사전 조율도 없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국정원) 역시 “쿠팡 사태와 관련해 쿠팡 측에 어떠한 지시를 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어떠한 지시를 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와 쿠팡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25일 쿠팡 사태 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장관급 회의를 열었다. 또 30~31일 예정된 국회 청문회에 외교통일위원회를 추가하기로 했다. 당초 쿠팡 청문회에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5개 상임위원회가 참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쿠팡의 미국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외교통일위원회도 추가된 것이다.
정부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쿠팡 영업정지 가능성도 언급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위원장은 19일 KBS ‘뉴스라인W’에서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은 앞서 17일 청문회에서 쿠팡 영업정지 관련한 질문에 “공정위와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현장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쿠팡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 분위기에서는 정부가 쿠팡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더라도 이를 반대할만한 정치세력은 찾기 어렵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6일 “(쿠팡은) 정부와 수사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피해는 제한적이라며 스스로 결론을 내렸는데, 이는 진상 규명에 대한 협조가 아니라 셀프 면죄부 선언과 다름없다”며 “쿠팡은 로비가 아닌 무거운 책임으로 답해야 하고, 정부는 원칙에 입각한 정교한 대응으로 국익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시민사회나 노동계에서도 쿠팡을 옹호하기는커녕 영업정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전부터 높은 노동 강도로 인해 노동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쿠팡이 밝힌 자체조사 내용에 대해 쿠팡의 조사는 국가 수사 체계를 무시하고 증거 인멸의 우려까지 있는 행위”라며 “정부는 쿠팡에 대해 영업정지를 비롯한 가장 높은 수준의 제재를 시행할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노동을 제물 삼아 미국 자본을 살찌우는 쿠팡의 기만적 경영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쿠팡은 혁신과 성장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본질은 노동자의 희생 위에 이윤을 쌓는 반노동·살인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재계에서는 쿠팡이 이번 청문회에서 진실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하면 실제 영업정지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2월 17일 열린 쿠팡 청문회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참석하지 않아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또 쿠팡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면 정부의 권위에도 손상이 간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쿠팡에 대한 제재가 없으면 한국과 미국 정·관계에 로비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특히 쿠팡은 미국 기업으로 미국 정·관계에 막대한 로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냥 넘어가면 한국 정치권보다 미국 정치권이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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