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 지부)이 1년 만에 두 번째 단독 총파업을 예고했다. 기업은행과 노조는 시간 외 근무 수당 지급과 초과 이익 배분 등을 두고 갈등을 이어오면서 올해 임금 교섭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12월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업은행에 문제 해결을 주문하면서, 노사 갈등의 원인인 총액 인건비 제도가 개선될지 눈길이 쏠린다.
기업은행 노조가 12월 29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전 조합원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23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열고 91% 찬성으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총파업 시기는 신임 행장이 부임한 이후인 2026년 1월 중으로 예정됐다. 기업은행은 2024년 12월 27일 사상 첫 단독 총파업을 벌인 지 1년 만에 다시 파업 사태를 맞게 됐다.
노조는 미지급 임금 지급과 초과 이익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사 갈등의 핵심에는 총액 인건비 제도가 있다. 총액 인건비 제도란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인건비 총액을 정하면 그 안에서 기관이 급여, 수당 등을 집행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기재부 지침에 따라 기타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에 총액 인건비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시간 외 근무 수당이 인건비 한도를 넘을 경우 휴가로 보상하는데, 임직원이 휴가를 모두 소진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임금 미지급이 됐다. 더불어 은행이 초과 이익을 내도 인건비 한도에 따라 이익 배분이나 성과급 지급이 안 됐다.
기업은행의 노사 갈등은 12월 19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 이후 새 국면을 맞았다. 이 대통령이 은행에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임금 체납 문제의 해결 방안을 묻자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시간 외 근무를 줄이는 방향 등의 자구책이 있으나 효과가 크지 않아 노조,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기재부의 총액 인건비 제도 때문에 돈이 있어도 못 주는 공공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을 위반하면서 운영하도록 정부가 강요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정책실에서 챙겨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에도 총액 인건비 제도의 개선 의지를 보였던 만큼 노조의 기대감은 커진 상태다.
기업은행 노조는 금융위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24일부터 금융위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29일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 위원장은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에도 은행과 당국이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 금융위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며 대통령 지시 사항 이행을 촉구하지만 금융위는 침묵하고 있다”며 “총액 인건비 제도를 폐지하고 보상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해 “대통령 지시 이후 열흘이 지났는데 김성태 은행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금융위의 행태는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 경영예산심의회를 열고 그동안 밀린 초과근로 수당을 총 인건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과 노조는 총액 인건비 제도 문제로 임금·단체 협상(임단협)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11월 중순부터 임금 교섭을 위한 실무 회의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있었지만 12월 17일 3차 중노위 조정 회의마저 끝내 무산되면서 노사 갈등은 심화했다. 총액 인건비 제도 개선이 타 공공기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은 상태다.
노조는 중노위 조정이 무산된 날 기업은행과 금융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제소했다. 금융위가 임금·단체교섭을 통제하면서 OECD의 다국적 기업 책임경영(RBC)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이튿날인 18일에는 행장실 점거 농성을 벌였다. 행장실 농성에서 김성태 행장이 노조 측에 ‘금융위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협의가 안 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성태 은행장이 임기 내에 교섭을 매듭짓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자 차기 행장 임명에도 눈길이 쏠린다. 김 행장의 임기는 1월 2일까지로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통상 12월 말에 신임 행장을 임명 제청하나 아직 차기 행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차기 행장은 김 행장에 이어 내부 출신 인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사 대립이 이어질 경우 신임 행장은 취임 직후 총파업 사태를 맞게 된다. 기업은행 노조는 “새 기업은행장 임명과 관련해 금융위나 대통령실에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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