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세사기 피해자가 3만 5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2023년 전세사기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신용 회복과 금융 지원 등의 제도가 적용되지만, 실질적인 피해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세사기특별법을 개정하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수는 총 664건이다. 그간 전세사기피해자지원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한 건 3만 5909건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세사기 피해주택 4898호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LH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신속하게 매입하기 위해 매입 절차를 일원화하고, 업무처리 기한 등을 설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공동담보 피해자 구제를 위해 보증기관과 협의해 공동담보 피해주택에 대한 무이자 20년 분할 상환 시기를 ‘배당 시’에서 ‘낙찰 시’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건수가 증가하는 만큼 미인정 건수도 늘고있다. 지난해 10월에는 1049건 중 503건 인정, 11월은 1624건 중 765건, 12월은 1375건 중 664건 인정됐다. 인정 건수만큼 불인정, 기각 건수가 나오는 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대부분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미충족으로 부결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국토부에서 인정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는 다음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갖춘 경우 △임대차보증금이 5억 원 이하인 경우 △다수의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임대인이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이 가운데 일부 요건만 충족했을 때에는 긴급복지지원 등 제한적인 지원만 가능하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실제 피해를 입어도 구제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겨났다. 이러다 보니 전세사기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에서도 강화된 지원 방안을 고심 중이다.
지난 2024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보증금 선지급, 후회수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의결됐지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폐기됐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국토부에 ‘선지급 후회수’ 방향을 주문했다. 같은 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 최소 보장비율을 50%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말했다. 피해자가 피해 보증금의 최소 3분의 1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하는 내용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전세사기 피해자와 시민단체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재 특별법을 보완해 △최소보장 방안 △피해자 인정 요건 완화 △신탁사기 피해자와 다세대 공동담보 피해 구제를 위한 배드뱅크 도입 △임대인 동의 없는 피해주택 시설 관리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정부 부처 간 엇박자로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피해자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언급하고, 김윤덕 국토부 장관 역시 최소보장 방안 마련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기재부가 특별법 개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한창민 의원(사회민주당)은 6367명이 전세보증금 1조 2103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선구제, 후회수 등의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원책이 나오는 모양새다. 경상북도 울진군은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된 주민에 생활안전지원금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를 지원한다. 보증 상품에 대한 보증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구시 역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사업을 실시한다. 경기도 안양시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예산을 증액하고, 100만 원 한도로 실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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