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정비사업 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4구역 재건축사업이 본격적인 시공자 선정 절차에 돌입하는 가운데, 시공자 선정 입찰지침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건설사에게 대안설계 인허가 실패에 따른 사업 지연 책임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한편, 시공자 선정 입찰 서류별로 규정이 모순되는 오류가 발견되면서 입찰지침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거나 미숙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4구역 재건축조합은 오는 19일 2026년도 제2차 대의원회를 열고 시공자 선정 계획서 및 입찰안내서(안)를 의결한다. 이번 입찰지침에는 시공자 선정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하고, 공사비 지급 방식을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 형태로 제안하도록 했다. 조합은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이달 27일 입찰 공고를 낸 뒤 오는 5월 시공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압구정4구역 재건축사업 예정공사비는 2조 1154억 원(3.3㎡당 1250만 원)으로 입찰보증금만 1000억 원에 달한다.
해당 안건은 앞서 지난 6일 열린 2026년도 제1차 대의원회에서 부결됐다. 이날 대의원들은 기존 입찰지침(안)에 빠졌던 책임준공확약서 제출과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 조건 등을 삽입해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책임준공확약은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를 제외하고 시공사가 정해진 기간에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약속을 말한다. 통상 위반 시 시행사 대출을 인수하는 조건을 수반한다.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은 분양 수익이 발생할 때 공사 진행률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번 입찰지침(안)을 두고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안설계 인허가 책임 및 비용부담 확약서 제출 규정이 대표적이다. 조합은 향후 입찰에서 건설사가 제안한 대안설계가 건설사 귀책사유로 인허가 심의에서 불허(반려)되거나, 조건부 통과된 내용을 이행할 수 없어 사업 시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건설사가 재설계 비용을 부담하고, 사업 지연 일수만큼 지체상금을 내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토록 했다. 미이행 시 입찰보증금을 몰수하는 등 조치도 포함했다.
대안설계 인허가 책임 확약서는 무리한 대안설계를 막기 위해 최근 일부 조합이 도입한 자구책이다. 대안설계란 건설사 등이 발주자가 제시한 원설계에 기능과 효용을 보강해 제안하는 설계안을 말한다. 최근 일부 정비사업장은 대안설계로 인허가가 늦어져 사업이 지연되는 일을 막고자 책임준공확약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확약서가 단지 가치를 높이는 창의적인 대안설계를 막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압구정4구역은 사업 지연시 계약상 지체상금을 물게 해 제재 수준도 강한 편이다.
한편에서는 압구정4구역 입찰지침이 미숙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19일 열리는 조합 대의원회 회의자료에 담긴 시공자 선정 계획서(안)에 따르면 조합은 합동홍보설명회에서 입찰자별로 회사소개 및 홍보영상을 설명할 기회(20분 이내)를 허용한다. 하지만 같은 회의자료에 담긴 시공자 선정 입찰 안내서(안)는 건설사가 합동설명회에서 회사소개 및 홍보동영상을 30분 이내로 할 것을 홍보 지침으로 삼는다. 합동설명회 홍보 시간을 규정한 조합 시공자선정계획서와 입찰안내서가 서로 배치되는 셈이다.
모순되는 입찰지침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선 대의원회 자료에 담긴 시공자 선정 입찰 안내서(안)에 따르면 압구정4구역 시공자는 굴토공사 시 실제 지질상황이 조합이 제공한 지질조사보고서와 다른 경우나 이로 인한 공법 변경 시에도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 없다. 반면 같은 회의자료에 담긴 도급계약서(안)는 앞선 경우에 수급인이 계약금액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경우 양측은 계약상 설계변경 조항에 따라 산출된 금액 범위 내에서 계약금액을 협의해 조정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압구정4구역 대안설계 인허가 책임 확약서는 ‘사업 지연 시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이주비, 금융비용 등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압구정2구역에 비해서도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안설계 인허가 실패에 대한 책임을 과도하게 물 경우 건설사는 대안설계를 제안하지 않거나 원안설계와 사실상 차이가 없는 대안설계를 낼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입찰지침에서 발견된 오류들은 건설사들이 어떤 내용을 신뢰하고 입찰할지 혼선을 줄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윤수 압구정4구역 조합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대안설계로 인허가가 늦어지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조합원들은 창의적인 대안설계를 원하지만 어디까지나 통경축이나 스카이라인 등 결정 고시를 받은 정비계획 한도 내여야 한다”며 “당장 입찰지침에서 발견된 오류들은 확인 후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는 올해 정비사업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이번 달 압구정4구역을 시작으로 상반기엔 5구역, 하반기엔 3구역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가장 먼저 시공자를 뽑는 4구역은 공사비가 2조 1154억 원으로 수주 결과가 나머지 구역 수주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이 수주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정비사업 최대어(2조 7489억 원)였던 2구역은 현대건설이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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