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소버린(주권) AI’를 강조해온 네이버가 정부 주도의 국가대표 AI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반면 LG는 가장 높은 점수로 1차 관문을 통과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당초 정부는 1차 평가에서 4곳을 선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두 팀을 탈락시켰다. 추후 ‘패자 부활전’을 통해 1개 팀을 추가 선정할 예정인데 우선 네이버클라우드는 재도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장 앞선 LG…현장 투입 가능한 ‘실전형 AI’ 인정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15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1차 평가 결과 5개 컨소시엄(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엔씨소프트) 가운데 LG AI연구원과 업스테이지, SK텔레콤 등 3개 사가 2차 단계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유력 후보였던 네이버클라우드와 엔씨소프트(NC AI)는 낙마했다.
이번 1차 단계평가는 △벤치마크 40점 △전문가 35점 △사용자 25점 등의 항목을 중요도에 따라 차등 배점해 평가를 진행했다. AI모델 성능(AI Frontier Index)과 실제 현장 등에서의 활용 가능성과 모델크기 등의 비용 효율성, 국내외 AI 생태계 등으로의 파급효과·계획 등을 포함한 사용성·파급효과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됐다.
특히 LG AI연구원은 세 가지 평가항목에서 모두 최고점을 득점하는 성과를 거두며 약진했다.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엑사원(EXAONE)’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범용 챗봇보다는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도메인 특화’ 모델을 지향해 왔다. 이번 평가에서도 LG는 바이오, 화학, 제조 등 전문 데이터 학습량을 기반으로 한 ‘특화 성능’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반면 네이버클라우드의 경우 ‘독자성’ 평가가 결정적이었다. 네이버는 오픈소스 활용으로 인한 외부의 통제,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 앞서 네이버는 모델 인코더 기술 개발 과정에서 중국 알리바바의 AI 모델 큐웬(Qwen) 오픈소스를 가져와 활용한 것이 문제가 되면서 독자성 논란이 불거졌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불필요한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5개 컨소시엄이 각 항목 당 받은 세부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의 AI 모델은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됐다”면서 “여러 전문가 평가위원들이 독자성 한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미 만들어진 가중치를 사용하는 것은 타인의 학습 경험을 무임승차 하는 것에 가깝다”며 “글로벌 기준에 맞는 라이선싱 전략에 따라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모델을 설계하고 학습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오픈소스 활용이 일반화돼 있지만,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검증된 오픈소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더라도 가중치를 초기화한 후 학습, 개발 수행하는 것이 모델의 독자성 확보를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시각이다.
#네이버의 탈락, 무엇이 발목 잡았나
자주적인 한국형 AI 역량을 강조해온 네이버클라우드의 탈락은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국내 최초로 독자적인 초대규모 AI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정부가 요구한 ‘특정 도메인에서의 깊이 있는 해결 능력’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차별점을 부각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와 함께 통과한 SK텔레콤과 업스테이지의 생존 전략도 뚜렷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통신사 특유의 방대한 인프라와 ‘에이닷’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은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 데이터 처리 노하우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멀티 대규모언어모델(LLM) 전략을 통해 자사 모델뿐만 아니라 앤트로픽 등 글로벌 모델과의 하이브리드 운영 능력을 보여준 점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작용했다.
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도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에서 선전했다. 업스테이지는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에서 ‘솔라(Solar)’ 모델을 통해 경량화와 고성능을 동시에 잡는 전략을 구사했다. 파라미터(매개변수) 수는 적지만 성능은 빅테크 모델에 버금가는 효율성을 증명해, 비용 대비 효과를 중시하는 이번 평가의 취지에 부합했다는 평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총 2개 정예팀을 선발할 계획이다. 또 예정과 달리 두 팀이 탈락한 만큼 기존 탈락 기업과 후발 주자 모두에게 재도전 기회를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총 4개 정예팀을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번 입장을 통해 추가 공모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류 차관은 “사업을 시작한 지 4개월 반 만에 5개 정예팀의 모델 모두 미 비영리 연구기관 에포크 AI(Epoch AI)의 ‘주목할 만한 인공지능 모델'로 등재되는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 가급적 많은 기업들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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