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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감정노동의 시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방파제가 된다

전 국민이 '기록 장비'’를 든 시대…업종별 핵심 조항만 익혀도 분쟁은'확전' 대신 '관리'로 간다

2026.01.19(Mon) 15:59:52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자영업, 요식업, 프랜차이즈 운영과 같이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업종은 고객 응대 과정에서 감정 노동을 겪는다. 사진=생성형 AI

 

어느 조직에서나 민원 처리 부서는 흔히 ‘비인기 부서’로 분류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감정 소모와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고, 민원 업무의 본질이 분쟁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는 데에 있으므로, 잘 처리해도 본전이기 일쑤이며 자칫하면 ‘긁어 부스럼’이 돼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으로 분류하는 자영업, 요식업, 프랜차이즈 업종은 대면 영업이 주된 업무이고 소비자와의 직접 접촉이 잦다. 사업 과정에서 고민이 얼마나 많겠는가. 고객 응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로 감정노동에 시달리거나, 이러한 환경을 우려한 젊은 층의 유입이 줄고, 심지어 고객을 상대하던 매니저가 정신과 진료를 받느라 휴직했다는 이야기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물론 분쟁과 갈등의 책임이 항상 사업자에게 있는지 아니면 소비자에게 있는지는 사안마다 다르다.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악덕 사업자 또는 악성 민원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다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 사업자의 관점에서 서술함을 양해 바란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 인플루언서, 언론 보도의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부정적인 게시물이나 보도가 게재될 경우 사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당한 관행에 철퇴를 가한다는 점에서 통쾌할 수 있으나, 사업자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전국적으로 집중 포화를 맞게 되는 셈이어서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사실상 전 국민이 데스크톱 수준의 촬영·녹음·기록 장비를 상시 휴대하게 되었고, 소비자는 음성·영상·문자 등 각종 증거를 매우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자신의 입장을 조리 있게 정리한 문건을 작성하는 일 자체가 상당한 전문성과 노력을 요하는 작업이었으나, AI의 등장으로 이 같은 작업도 불과 몇 분이면 가능해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업자는 소비자 분쟁을 어떻게 예방하고,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인 필자가 보기에 사전 예방은 각 업종의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므로 감히 구체적인 조언을 하기 어렵다. 다만 분쟁이 발생한 이후의 대응에 관해서는 하나의 중요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사업자가 소비자 분쟁을 예방하거나 대응할 때는 공정위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참고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그 기준이 바로 2025년 12월 18일자로 개정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25-14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다. 개정 일자에서 알 수 있듯 기준은 최근까지 거의 매년 개정됐다. 이는 실무에서 매우 빈번하게 활용하고 있고, 거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지속적인 유지·보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행정규칙으로, 이론적으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적용해 온 탓에 사실상 분쟁 해결의 준칙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이를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한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제품 포장지에서 ‘제품 하자·불량 시 공정위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환불해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접해본 경험이 있는 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기준은 PDF 기준 약 138면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업종과 서비스를 망라하고 있다. 예컨대 정수기를 장기 렌탈한 경우 사업자의 귀책으로 서비스 제공을 지연하면 지연 기간만큼 요금을 감액하고, 이러한 지연이 2회 이상 반복되면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물질 혼입이나 수질 이상이 발생한 경우에도 제품 교환 또는 위약금 없는 계약 해지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자가 자신의 업종과 관련된 부분만이라도 숙지하고 있다면, 소비자의 과도한 요구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규정에 근거하여 선제적으로 해결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분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한편 이 기준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해 볼 지점도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 즉 성문법을 중시하는 국가에서는 일단 규정을 제정·시행하면 타당성을 깊이 따지기보다는 규범력을 먼저 인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은 규정을 제때 개정하지 못할 경우 시대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사회를 경직시키는 단점이 있지만, 거래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여준다는 장점도 지닌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기관이 공식적으로 제정한 기준이므로 권위와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고, 실무에서는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최근 등장한 공유경제, 플랫폼 기반 서비스, 신유형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에는 다소 경직된 측면이 드러나기도 한다. 예컨대 유휴공간을 극히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대신 일정 변경 시 중대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서비스 구조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충돌하면서 필연적으로 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설계하고 조정할 것인지는 결코 간단한 과제가 아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고민을 시작하는 순간, ‘장사’는 비로소 ‘사업’이 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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