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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대표 연임 딜레마' 둘러싼 한미약품그룹 4자 연합 '셈법'

"박재현 버리면 모녀 고립, 안 버리면 신동국 굴욕"… 사라진 명분에 진흙탕 싸움 양상

2026.02.25(Wed) 14:54:56

[비즈한국] 한미약품그룹이 다시 한번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번 분쟁에서 가까스로 봉합됐던 한미사이언스 4자 연합(송영숙·임주현·신동국·킬링턴 유한회사) 구도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거취 문제로 인해 균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사이언스 4자 연합(송영숙·임주현·신동국·킬링턴 유한회사) 구도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거취 문제로 인해 다시 균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최영찬 기자

 

이번 갈등은 박재현 대표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부당한 경영 간섭 및 사내 성추행 문제 연루 임원 비호 행태를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동국 회장은 즉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를 반박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존중한다면서도 자신은 대주주이자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전체 주주를 위해 전문경영인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점을 강조한 것. 여기에 박 대표가 사전 연락 없이 찾아와 연임을 부탁했다는 사실까지 밝히자, 사태는 진실 공방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두 사람 모두 독립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명분으로 내세우는데, 내달 열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치열하게 권력투쟁을 벌이는 것으로 본다. 이들의 주장이 모두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표를 포함한 한미약품 주요 임원들은 사내망과 성명서를 통해 신 회장의 경영 간섭을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박 대표는 신 회장을 찾아 자신의 연임을 부탁했다. 적법한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제쳐두고 모회사의 최대주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독립경영을 외치면서도 뒤로는 대주주 권력에 기대려 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을 향한 비판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신 회장도 월권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기타비상무이사로서는 이례적으로 회사 내부에 개인 집무실을 두고 있다. 개인 공간이 생긴 만큼 임직원으로서는 신 회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미타워 17층에 위치한 이 공간은 당초 회의실로 이용되었는데 현재 신 회장 혼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들어 2~3주에 한 차례씩 회사에 나오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주 한 차례 회사를 방문해 운영 현황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와 신 회장의 충돌로 인해 불안정하게나마 유지되던 한미사이언스 4자 연합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박 대표의 연임 여부는 사실상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에 달려 있다. 한미약품 이사회를 통해 박 대표 연임 안건이 올라오면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 결정을 통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게 된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내부 역학관계를 보면 신 회장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신 회장은 본인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29.83%에 한양정밀이 가진 6.95%까지 확보한 최대주주다. 하지만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10명 중 신 회장 측 인사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은 대표이사인 김재교 부회장과 사외이사·감사위원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경영 고문 정도에 불과하다. 이사회 절반인 5명은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 글로벌 담당 부회장 측, 나머지 2명은 창업주 차남인 임종훈 사장 측 인물이다.

 

신 회장은 지난번 임종윤·임종훈 형제와 경영권 분쟁에서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을 지지하면서 사모펀드 라데팡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기관 킬링턴 유한회사와 함께 4자 연합을 꾸렸다. 4자 연합은 공동 의사결정 협의회를 운영하며 주요 사안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을 지지한 박재현 대표와 신 회장이 충돌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내부 표결 셈법이 복잡해졌다.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신 회장의 편에서 박 대표 연임에 반대표를 던진다면 향후 신 회장의 한미약품그룹 장악력은 더욱 굳건해질 전망이다.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인 데다가 핵심 자회사인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에도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모녀로서는 지지세력은 물론 한미약품 통제력까지 잃을 수도 있다.

 

한미약품 직원들이 본사 로비에 신동국 회장 규탄 직원 서명지(왼쪽)와 비판 문구가 적힌 피켓을 비치해놨다. 사진=최영찬 기자

 

반대로 모녀가 박 대표를 끌어안기로 결정한다면 신 회장과 불편한 관계에 놓일 수 있다.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신 회장이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해 공개 저격한 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머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신 회장으로서는 앞선 분쟁에서 대립했던 임종훈 사장과 손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회장 측이 임종훈 사장 측 이사 2명의 지지를 확보하면 이사회 안건 표결에서 동수로 만들어 한미사이언스가 어떠한 결정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한미사이언스 의결권 행사가 무력화된다면 한미약품 지분 11.29%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과 37.18%의 소액주주가 박 대표 연임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다만 한양정밀이 보유한 지분을 포함해 9.1%가 넘는 한미약품 지분을 손에 쥔 신 회장이 유리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모녀가 지난해 9월 신 회장을 상대로 600억 원 상당의 위약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내부 주도권 싸움을 놓고 긴장관계에 있는 만큼 박 대표와 신 회장의 갈등까지 더해진 현재 상황에서 향후 4자 연합의 결속력은 걷잡을 수 없이 약화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내달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부의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쏠릴지 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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