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월 28일 이후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을 당한 뒤 중동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란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쿠웨이트, 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이스라엘, 레바논 등 중동 거의 모든 나라에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그리고 드론 공격을 가하는 중이고, 중동은 항공편과 물류가 모두 멈춘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이런 ‘난리통’ 때문에 기자들의 취재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공격을 받고 있는 나라들 중 많은 나라가 ‘K-방산 무기’의 핵심 고객이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 전쟁이 일어나기 전 사우디에서 열린 WDS 2026 방산 전시회에서 우리 방산기업들이 치열하게 국산 무기를 홍보한 바 있고, 지난달에는 마침 강훈식 비서실장이 UAE를 방문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비공개 방산 협력 프로그램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 일어난 이란의 드론, 미사일 공격은 그야말로 또 다른 ‘보도 전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우리 K-방산의 최우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실전에서 우리 무기를 얼마나 잘 쓰고 있는지가 초유의 관심사였는데, 대한민국 방산 수출 역사에서 우리 무기가 실전에 투입된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실전 투입 무기는 우리가 연평도 포격전에서 사용한 K9 자주포와 필리핀과 태국이 실전에 사용한 FA-50(T-50) 정도일 뿐이다.
이런 보도 전쟁의 결말은 결국 ‘천궁-2 96% 요격’ 뉴스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여러 단독 보도가 나온 끝에 실제로 국회를 통해 천궁-2 미사일이 UAE를 향해 발사한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했으며, 요격 성공률이 96%에 달하고 60여 발의 미사일을 사용한 것이 발표되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천궁-2가 UAE에서 실전에 투입되었다는 보도가 나올 즈음,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천궁-2가 UAE군이 아닌 민간 회사원들에 의해 운용되었다는 글이 나왔고, 언급하기도 민망한 별명으로 회사 대표를 호칭하는 글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관련 회사의 공식 발표 내용에서도 이 내용을 부정했을 뿐만 아니라, 필자의 취재로도 확인된 사항이다. UAE에 천궁-2 운용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민간인과 군인이 파견된 것은 맞으나, UAE군은 실전이 터지자 작전 권한이 없는 외국인들을 군부대에서 소개했고, 숙소에 대기 명령을 내렸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UAE군이 천궁 운용을 한국 민간인들에게 맡겼다는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 우선 UAE군은 천궁 작전 운용 능력 확보의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천궁-2의 레이더를 작동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임무에 대해서 이미 숙달한 상태였다. UAE군이 아주 무능한 ‘중동 군대’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마치 한국 직원이 없으면 자신들이 구매한 미사일 발사도 못 한다는 식의 추측 보도를 한 것은 현지 취재 및 방위산업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해당 회사의 노조가 이번 사건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냈지만, 이 역시 통신선 연결 등 부수적인 지원 활동을 했다는 주장이지, 실제로 한국 민간인이 무기를 작동해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을 보도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일파만파 퍼져 마치 민간인이 미사일을 작동해 남의 나라 전쟁에 참여한 것 같은 인식이 퍼졌고, 일종의 밈(meme)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단순히 이런 보도가 사실관계를 정정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법으로는 형법 11조 사전(私戰)죄에 해당돼 무거운 처벌을 받고, 국내 기업이 마치 국제규범을 위반한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다. 성급한 보도로 국제 제재를 받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다가 교차 검증 없는 단일 소스로만 보도하는 것, 사실과 가깝지만 추측을 사실처럼 쓰는 것도 문제다. 필자 역시 신속 보도, 단독 보도를 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입장이라 이런 위험성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적어도 서로 두 개 이상의 소스, 혹은 서로 다른 소스로 검증해야 하는 기본에는 충실해야 하고, 보도 내용이 공익적이지 않더라도 최소한 부당한 재산상 피해가 일어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중동 수출 과정에서 엠바고 이슈로 수출이 좌절되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이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전죄라는 중요한 죄와 관련된 잘못된 뉴스가 퍼지는 것에 대해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후속 사고가 생길 것이 우려되어 무거운 마음으로 비판하는 글을 쓴다.
K-방산은 자랑스러워할 우리 한국의 자산이자 자부심인 것도 맞고, 우리 K-방산 수출 소식이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체크해도 검증될 수 있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한 번만 더 검토하고 보도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김민석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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