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6년 5월 9일은 단순한 세제 일몰일이 아니다. 그날은 지난 몇 년 동안 시장이 익숙하게 의존해 온 “어차피 또 연장되겠지”라는 기대가 끝나는 날이다. 정부는 2월 12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예정대로 5월 9일에 종료하겠다고 공식 발표했고, 대통령도 1월 25일 직접 “2026년 5월 9일 종료는 2025년 2월에 이미 정해진 것”이라며 재연장 기대를 차단했다.
다만 정부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5월 9일까지 계약한 건에 대해서는 지역에 따라 4개월 또는 6개월의 잔금 납부·등기 기한을 두는 보완책도 함께 내놨다. 즉, 5월 9일은 시장에 충격을 주기 위한 깜짝 규제가 아니라, 이미 예고된 제도의 종료 시점이자, 동시에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구조를 바꾸는 분기점이다.
이 지점에서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오해가 있다. 5월 9일이 지나면 집값이 바로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과장이고, 반대로 규제 충격이 끝나면 곧바로 다시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성급하다. 이미 지금 시장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3월 1주 기준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전세가격은 0.07% 상승했고 서울 매매는 0.09% 올랐지만 강남구와 송파구, 용산구 등 일부 상급지는 조정 흐름이 나타났다.
서울 전체는 오르는데 서울 안에서도 하락 구역이 나오고, 수도권은 강한데 지방은 지역별로 갈리는 전형적인 혼조세다. 이 말은 곧 5월 9일 이후 시장도 “전국 일괄 하락”이나 “전국 일괄 상승”이 아니라, 입지와 수급과 정책 민감도에 따라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오히려 지금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매매보다 전세다. 최근 시장의 핵심 신호는 가격보다 임대차 구조의 변화에서 먼저 드러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6.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세 거래는 줄고 월세와 반전세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월세 비중은 2022년 1월 45.6%에서 4년 만에 20%포인트 넘게 뛰었다.
이것은 단순한 거래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한국의 주택 시장을 떠받쳐온 전세 레버리지 구조가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며, 다주택자의 매도 압박이 강화될수록 임대용 보유 물건 일부가 매매시장으로 넘어가 전세 공급은 더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수요도 함께 줄어든다고 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매매로 전환되지 못한 무주택 대기 수요가 임차시장에 더 오래 머무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래서 5월 9일 이후의 첫 번째 전장은 매매시장이 아니라 전세시장일 수 있다.
여기에 공급 지표는 결코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2월 말 발표된 2026년 1월 주택통계를 보면 전국 인허가는 1만 6531호로 전년 동월 대비 26.4% 감소했고, 서울 인허가는 1226호로 55.9% 줄었다. 준공 역시 전국 2만 2340호로 전년 동기 대비 46.5% 감소했고, 서울 착공은 741호로 63.7% 감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공급은 발표가 아니라 착공과 준공으로 체감된다. 지금 줄어든 인허가와 착공은 당장 오늘의 가격보다 1~3년 뒤의 입주 부족으로 돌아온다. 정부가 아무리 공급 계획을 내놔도 시장은 ‘계획’이 아니라 ‘입주’를 본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5월 9일 이후 매매가 잠시 주춤하더라도 그것이 곧 중장기 하락 추세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공급의 시간차 때문이다.
향후 2년 입주 예정 물량을 봐도 낙관론은 조심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2월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전국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41만 4906가구, 수도권은 22만 954가구다. 서울은 2년 합산 4만 4355가구로, 2026년 2만 7158가구, 2027년 1만 7197가구다. 숫자 자체만 놓고 ‘입주 물량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서울 전체 수요 규모와 선호 지역 집중 현상을 감안하면 이 물량이 체감 부족을 해소할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이 수치는 2025년 12월 말 기준 추정치로, 일정 지연이 반영되면 실제 입주는 더 줄 수 있다. 요컨대 5월 9일 이후 시장을 결정하는 것은 세율 자체보다 ‘팔린 집이 얼마나 임차시장에 남지 않게 되느냐’와 ‘새로 들어오는 집이 충분하냐’인데, 지금까지 나온 수치는 후자에 대해서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금리도 변수지만, 지금은 시장의 방향을 단번에 바꿀 카드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은 2월 26일 기준금리를 2.50%로 유지했다. 물가가 대체로 목표 수준 부근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성장세가 예상보다 양호하고 금융안정 리스크도 지속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한쪽으로는 급격한 금리 인상 충격이 없다는 뜻이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시장을 다시 한 번 크게 밀어 올릴 정도의 완화가 당장 나타나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5월 9일 이후 시장은 ‘금리 급락이 모든 악재를 덮는 장’도 아니고 ‘금리 급등이 일제히 매물을 던지게 만드는 장’도 아니다. 결국 세금 종료 후의 시장은 가격보다 수급, 특히 전세 수급과 지역별 유효수요의 강약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5월 9일 직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다주택자 매물은 한 차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 5945건으로 전월 대비 22.0% 늘었고, 일부 보도는 이를 5월 9일 종료를 앞둔 선제적 거래로 해석했다. 즉, 세제 종료를 피하려는 매도와 그 전에 물건을 잡으려는 매수의 움직임이 이미 앞당겨져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은 5월 9일 직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후에는 계약 가능한 저가 매물이 상당 부분 소진되면서 거래량이 한 번 꺾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가격보다 거래량이다. 5월 9일 직후 시장은 ‘가격 급락’보다 “거래 공백‘이 먼저 나타날 공산이 크다. 살 사람은 더 따져보게 되고, 팔 사람은 세후 수익을 다시 계산하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강남 3구와 용산 같은 토지거래허가제·정책에 민감한 지역은 단기 조정 압력이 더 클 수 있다. 이미 최근 통계에서 이들 지역은 서울 전체 상승 흐름 속에서도 하락 또는 보합을 보였다. 이런 곳은 가격대가 높고 정책 신호에 민감하며, 상징성이 커서 매수자도 관망하기 쉽다.
반면 같은 서울이라도 강서, 양천, 영등포, 성북, 광진, 동대문 등 실수요·갈아타기 수요가 받쳐주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견조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용인 수지, 하남, 동탄처럼 선호 입지와 생활 인프라가 결합한 지역이 버틸 가능성이 높다. 결국 5월 9일 이후 시장의 본질은 ‘서울이냐 지방이냐’가 아니라 ‘정책에 눌린 상징지역이냐, 실수요가 받쳐주는 대체 지역이냐’의 대결이 될 것이다.
셋째, 지방은 더 복잡하다. 전국 평균으로 보면 지방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부산·울산처럼 회복 흐름이 나타나는 곳과 대구·광주처럼 보합권, 일부 도 지역처럼 하락이 이어지는 곳이 공존한다. 미분양은 1월 말 전국 6만 6576호이고, 준공 후 미분양은 2만 9555호로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은 증가했고 지방은 줄었지만 여전히 절대 규모는 지방이 더 크다.
따라서 5월 9일 이후 지방 시장은 ‘세금 종료’보다 ‘입주 부담, 미분양, 지역 일자리, 신규 수요층’의 영향이 훨씬 크다. 서울에서 다주택자 매물이 늘었다고 해서 지방 미분양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서울이 버틴다고 해서 지방 전반이 같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이번 국면은 수도권과 지방의 분화가 아니라 지방 내부의 재분화까지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정상화’라고 부를 수는 있다. 실제로 대통령은 이를 비정상 해소와 예측 가능한 사회 복귀의 문제로 설명했다. 그러나 정상화라는 말이 곧바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도는 의도를 갖고 움직이지만, 시장은 구조를 따라 움직인다.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고 공급이 느려지는 구조 속에서 매매만 눌러 두면, 눌린 풍선의 공기는 임대차 시장과 핵심지 가격으로 이동할 수 있다.
세금이든 대출이든 거래 규제든 결국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충분한 입주와 예측 가능한 공급 일정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몇 달 뒤 더 높은 전셋값과 더 심한 양극화로 돌아온다.
그래서 5월 9일 이후 부동산 시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매매는 잠시 주춤할 수 있지만, 시장의 주도권은 다시 전세와 공급이 쥘 가능성이 높다. 다주택자 매물이 한 차례 출회되며 상징 지역 가격을 눌러도, 그것이 실수요 기반 핵심지 전체의 장기 하락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서울과 수도권 선호지에서는 정책 충격보다 공급 부족의 후폭풍이 더 오래갈 수 있고, 지방은 세금 이슈보다 미분양과 지역경제의 차별화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5월 9일은 하락장의 출발점도, 상승장의 신호탄도 아니다. 그것은 한국 부동산 시장이 다시 한 번 ‘세금의 시간’에서 ‘수급의 시간’으로 넘어가는 날짜다. 그리고 시장을 이기는 정책이 없듯, 수급을 거스르는 구호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정부가 5월 9일 이후 시장을 안정시키고 싶다면, 더 강한 구호보다 더 빠른 공급이 필요하다. 시장 참여자가 5월 9일 이후를 대비하고 싶다면, 뉴스 헤드라인보다 전세와 입주 물량을 먼저 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한 가지다. 부동산 시장은 세율 한 줄로 끝나지 않는다. 세금이 방향을 틀 수는 있어도, 결국 추세를 만드는 것은 수요와 공급, 그리고 그 사이에서 버티는 실수요의 힘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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