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SG닷컴이 배송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새벽배송을 맡은 CJ대한통운의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비용 효율화 등을 이유로 SSG 새벽배송을 다단계 위탁 구조로 운영 중인데, 현장 기사들 사이에서는 수익 감소와 근무 환경 악화가 지적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산 지연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배송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SSG에서 CJ대한통운으로, 다시 소규모 업체로 재위탁
최근 SSG닷컴은 창립 12주년을 맞아 대고객 선언을 발표하고 배송, 품질, 멤버십을 중심으로 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배송 경쟁력 강화다. SSG닷컴은 CJ대한통운과의 물류 동맹을 바탕으로 배송 서비스를 고도화해 온라인 장보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SSG닷컴의 배송 경쟁력 강화 전략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다단계 위탁 구조로 운영되는 새벽배송이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SSG닷컴과 CJ대한통운은 2024년 6월 물류 협약을 맺고 배송 협력을 확대해왔다. 현재 CJ대한통운은 SSG닷컴의 새벽배송과 트레이더스 배송 등을 맡고 있다. 다만 SSG 배송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CJ대한통운 대리점 기사들이 담당하진 않는다. CJ대한통운이 물량을 외부 운송업체에 넘기는 위탁 방식으로 운영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SSG 새벽배송은 택배 기사들이 아닌 별도의 운송협력사가 담당하고 있다”며 “택배 기사들은 주간 근무 중심이기 때문에 새벽배송 수행이 어렵고, 비용 효율성 측면도 고려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단계 위수탁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CJ대한통운으로부터 물량을 받은 업체가 이를 다른 운송업체나 화물주선사업자에 넘기고, 이들이 다시 기사나 소규모 운송업체에 재배정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2~3단계 이상의 위탁 체계가 만들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재위탁이 반복되면서 실제 배송을 수행하는 기사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 구조 왜곡이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단계를 거칠 때마다 수수료가 빠지는 구조라 현장 기사들은 낮은 단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재위탁 단계가 늘어날수록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SG 새벽배송을 하고 있는 한 기사는 “현재 새벽배송 기사들은 착당 단가(배송 가구당 수수료 부과)를 받고 있다. 여러 박스를 한 집에 배송해도 수수료는 가구당 2540원 수준”이라며 “하지만 원청에서는 박스 단위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중간 단계를 거치면서 기사들의 몫이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산 지연에 기사들, 입차 거부…CJ “운영상 문제”
다단계 위수탁 구조가 현장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송 지연 등이 운수사 평가에 반영되는 구조인 만큼, 운수사는 기사에게 시간 준수를 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현장 기사들의 배송 시간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SSG 배송 기사는 “폭설 등 악천후 상황에서도 배송을 나가야 하고, 사고가 나면 비용을 기사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배송을 제때 못 해 용차(일시적으로 외부 기사를 불러 투입하는 방식)를 쓰는 비용까지 기사 몫이 된다”며 “보통 4시간에서 4시간 30분 이내에 배송을 완료해야 한다.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다 보니 상당한 부담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낮은 단가와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최근 기사 이탈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서는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용차 투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용차는 단기 인력이라 고정 기사보다 단가를 높게(통상 착당 5000원 수준)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고정 기사보다 용차 기사가 더 많은 실정”이라며 “용차 비중이 늘수록 운수사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정산 지연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SSG 배송 기사는 “최근 운수사들도 계속 바뀌고, 정산 지연도 생기고 있다”며 “현재 운영 중인 업체는 지난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기사들이 새벽에 입차를 거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지금도 정산받지 못한 금액이 남아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정산 지연 사례를 다단계 위수탁 구조의 위험 신호로 보고 있다. 위탁 단계가 겹겹이 이어지는 구조에서 대금 지급 지연이나 운영 불안정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배송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결국 배송 경쟁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배송 협력업체 중 한 곳에서 운영상 문제로 2월분 수수료가 지급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안을 파악해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으며, 문제 해결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다단계 위수탁 구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최종 입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2024년 11월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택배업계 재위탁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생활물류서비스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재위탁 제한 취지의 조항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외되면서 2025년 11월 본회의를 통과한 최종안에 담기지 않았다.
윤종오 의원실은 “지방이나 현장에서는 영세 업체 간 물량을 나누는 경우도 있어 일률적인 재위탁 금지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현장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후 관련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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