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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영양제] ① 먹는 알부민이 '30만 원짜리 조미료'인 까닭

식약처 인증받은 기능성 원료 '전무'…실상은 계란 분말 배합한 단순 가공식품

2026.04.07(Tue) 11:34:48

[비즈한국] 명절이나 가정의 달이 다가오면 안방극장 홈쇼핑 채널은 기력 회복을 약속하는 건강기능식품들의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된다. 하지만 대형 제약사의 간판과 화려한 마케팅을 앞세워 수십만 원에 팔리는 프리미엄 건강식품 상당수가 실상은 값싼 원료로 만든 일반 가공식품에 불과하다. 비즈한국은 의학적 효능 논란이 불거진 ‘먹는 알부민’ 사태를 시작으로 제약업계의 건기식 꼼수와 기형적인 가격 거품을 낳은 유통 구조의 실체를 살펴봤다.

 

최근 홈쇼핑이나 약국 판촉 현장에서 ‘먹는 알부민’이 가장 인기다. 병원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서 간경변 등 중증 질환자들에게 투여되던 노란색 알부민 정맥주사(IV)에 대한 기대감이 알약과 액상 스틱 형태로 바뀌어 기력 회복이나 만성 피로 해소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앞다퉈 출시한 프리미엄 알부민 제품들의 가격은 1~2개월분에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30만 원대를 훌쩍 넘긴다. ‘부모님의 지친 일상에 활력을 채워달라’는 쇼호스트의 외침에 자녀들은 불효자에서 벗어나려고 선뜻 지갑을 연다. 서울 용산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먹는 알부민 제품에 대해 “알부민은 체내 혈액순환을 돕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등 다른 영양제나 병원 처방약 성분이 몸 곳곳의 제 위치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사람마다 효과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알부민 수치가 떨어지는 고령층에게 효과적이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고가 영양제를 바라보는 의학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의학적 효능이 전무한 단백질 가공품을 고가에 팔아치우는 행태를 놓고 ‘혹세무민’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다.

 

이승훈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달 9일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알부민, 글루타치온, 콜라겐 등을 먹어도 효과가 없는 영양성분으로 강조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 캡처

 

#위장관 통과하면 ‘단백질 사탕’…“조미료 퍼먹는 꼴”

 

의료계가 먹는 알부민 제품을 비판하는 핵심적인 근거는 인간의 생리학적 소화 기전 자체다. 알부민은 간에서 매일 10~15g씩 자연적으로 합성되는 혈장 단백질이다. 혈관 안팎의 수분 균형을 유지하고 호르몬과 비타민, 약물 등을 필요한 조직으로 운반하는 중요한 생명 유지 역할을 담당한다.

 

의료계에서는 알부민 섭취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수많은 아미노산이 결합한 거대한 고분자 단백질인 알부민을 입으로 섭취하게 되면 위산과 펩신, 췌장과 소장에서 분비되는 각종 단백질 분해 효소들에 의해 가장 작은 단위인 아미노산이나 짧은 펩타이드 형태로 완전히 분해된다고 주장한다. 알부민이라는 고유의 형태와 구조를 유지한 채 장점막을 통과해 혈액으로 흡수되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승훈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달 9일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단백질 계열 영양제 열풍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효과 없는 영양제를 꼽자면 단백질 영양제가 제일 어처구니없다”며 “알부민, 글루타치온, 콜라겐 같은 단백질 계열 영양제를 먹어도 결국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해되어 나오는 대표적인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은 MSG와 동일한 성분”이라며 “알부민을 많이 먹으면 조미료를 퍼먹는 것과 동일한 효과”라고 일축했다.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장도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주 전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부민은 영양 상태가 극히 불량한 일부 환자에게 정맥주사로 투여할 때만 의학적으로 유익하다는 것이 전 세계 의학계의 정설”이라면서 “영양 상태가 정상인 사람에게 주사해봤자 득 될 게 없고, 하물며 구강 섭취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의사 권위를 내세워 일반인을 혹세무민하는 사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고기나 생선, 두부 등 일반적인 식사에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체내 알부민 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 시내 한 약국 매대에 '먹는 알부민'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일반 가공식품임에도 약국 한편에 전용 매대까지 마련돼 소비자들의 의약품 오인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최영찬 기자

 

#글로벌 의학 논문도 힘 싣는 ‘먹는 알부민 무용론’

 

글로벌 임상 데이터도 먹는 알부민의 무용론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국제 의학계에서는 경구용과 정맥주사(IV)의 효능을 비교한 임상시험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알부민의 경구 섭취 자체를 치료적 접근으로 보지 않고, 알부민 수치를 높이려면 정맥주사나 환자 스스로 합성을 돕는 ‘분지사슬아미노산(BCAA)’을 처방한다.

 

먹는 알부민 보충제의 한계는 여러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국제학술지 ‘약학 및 과학 저널(JOPS)’에 발표된 우미 파트마와티 연구팀의 임상 결과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 지역병원에서 호흡기 질환자 87명을 대상으로 경구용 알부민을 투여한 결과 투여 전후 환자들의 혈중 알부민 농도 변화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국제 의학계에서는 ‘경구 영양 보충을 통해 알부민 수치를 단기간에 올린다’는 개념 자체에 제동을 건다. 스위스 필립 슈츠 교수팀은 영양 지원을 받은 환자와 대조군 사이에 7일 차 혈청 알부민 농도 변화가 전혀 없었다는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2023년 ‘유럽 임상영양학 저널(EJCN)’에 발표했다. 슈츠 교수팀은 앞서 2022년 세계적인 의학 저널 란셋(Lancet)의 온라인 학술지 ‘eClinicalMedicine(클리니컬메디신)’에도 ‘임상의는 알부민을 영양 개입의 지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라고 실었다.

 

영양 결핍이 심각한 투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알부민의 섭취 효과는 찾기 어렵다. 리우 연구팀은 임상시험 15개, 589명에 대한 메타분석에서 경구 영양 보충제가 혈청 알부민을 소폭 증가시킨다는 연구들의 근거 수준이 매우 낮다는 내용의 논문을 2018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먹는 알부민 제품의 식품유형은 ‘당류가공품’, ‘​혼합음료’​ 등으로 기재된다. 사진=최영찬 기자

 

#주 원료는 계란 흰자 또는 유청단백질

 

현재 제약사들이 고가로 출시한 모든 먹는 알부민 제품 중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공식 인정받은 기능성 원료를 사용한 건기식 제품은 하나도 없다. 엄격한 임상과 과학적 검증을 거쳐 특정 질병 예방이나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원료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들 제품의 식품유형은 ‘건강기능식품’ 대신 ‘혼합음료’나 ‘기타가공품’, ‘캔디류’ 등으로 표기돼 있다. 유일하게 개별인정형 원료로 승인받은 PMO참밀알부민은 풀무원생활건강이 2007년 12월 밀에서 추출한 단백질 성분을 등재한 것으로 급격한 식후 혈당상승 억제에 도움을 주는 건기식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이름에 알부민이 들어가지만 먹는 알부민 제품과는 무관하다.

 

먹는 알부민 제품의 성분표도 실체는 초라하다. 주원료는 대부분 난백(계란 흰자) 분말이거나 유청 단백질이다. 계란에서 추출한 난백 알부민을 주성분으로 배합한 뒤 갖가지 비타민, 타우린 등의 성분을 첨가했을 뿐이다.

 

#제약사들의 ‘의료 후광효과’ 마케팅…기업 윤리 도마 위

 

원가가 턱없이 저렴한 난백 분말을 기반으로 한 건강식품이 30만 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팔리는 이유는 의료 후광효과 마케팅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식약처의 건기식 인증 표시가 없어도 제약사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고 제품명에 알부민이 포함돼 있으면 의약품이나 건기식으로 믿기 마련이다. 제약사들은 이 맹목적인 신뢰를 악용해 값싼 단백질 가공품에 막대한 홈쇼핑 송출 수수료와 쇼닥터 모델료, 화려한 마케팅 비용을 얹어 그 청구서를 소비자에게 내민다.​ 

 

제약사들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이용해 건강식품을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처럼 판매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GC녹십자의 전문의약품 녹십자알부민주5%(250ml). 사진=약학정보원

 

GC녹십자의 경우 소비자의 배신감은 더 크다. GC녹십자웰빙은 ‘어삼 양태반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의 먹는 알부민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관계사 GC녹십자가 혈장에서 추출한 알부민을 성분으로 한 전문의약품 녹십자알부민주 제품 4종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어삼 양태반 프리미엄의 의약품적 효과에 대한 기대치는 한층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GC녹십자웰빙의 네이버스토어 어삼 양태반 프리미엄 판매 페이지에는 실크알부민 복합물 1만 3000mg이 함유돼 있다는 광고문구가 들어있다. 이와 관련해 GC녹십자 관계자는 “GC녹십자웰빙의 먹는 알부민 제품은 업체에 라이선스만 빌려준 것으로 해당 업체가 판매한다”면서 “GC녹십자웰빙에서는 개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먹는 알부민을 둘러싼 과대광고와 소비자 기만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지난 2월 업계에 부당광고 방지 협조를 요청하며 진화에 나섰다. 일반식품 광고가 자칫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으로 오인될 우려가 높다고 판단하고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는 명칭이나 문구 사용을 철저히 금지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위 먹는 알부민 제품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며 효과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관련 규정에 맞춘 정확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면서 “시장에서도 제품의 성격과 한계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꼼수 마케팅은 여전하다. 법으로 금지한 직접적인 질병 치료 효능을 부각하는 대신 ‘활기찬 하루의 시작’, ‘에너지 보충’ 등의 모호한 문구를 사용하며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신약을 개발해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제약사들이 건강에 관심이 많은 고령층의 주머니를 노려 손쉬운 식품 장사에 몰두해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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