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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조선업이 끌고 집값이 밀었다" 울산만 홀로 오르는 이유

임금 상승과 인구 유입으로 커진 수요…입주 물량 급감에 매매·전세 시장 함께 강세

2026.04.06(Mon) 11:46:44

[비즈한국] 지방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만이 홀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울산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1.57%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2.16%)에 이어 당당히 2위를 기록하였다.

 

대구가 0.34% 하락하고, 광주와 대전이 각각 0.29%, 0.08% 뒷걸음질 치는 상황에서 울산만이 예외적 강세를 구가하고 있으니,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들이 맞물려 빚어낸 필연적 귀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은 결국 도시의 경제적 생명력을 따라간다. 일러스트=생성형 AI


#조선업의 귀환, 도시 경제 전체를 흔들다

 

울산 부동산 강세의 핵심 동력을 찾으려면 가장 먼저 조선업의 부활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2010년대 중반, 수주 절벽과 저유가, 중국의 맹추격이라는 삼중의 위기 속에서 울산 경제는 협력업체의 줄도산과 수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실직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당시 울산의 아파트 시장도 이 구조적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하며 장기 침체의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간 바 있다.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암모니아 추진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한국 조선사들이 독보적 경쟁력을 발휘하면서, HD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한 울산 조선 클러스터가 전례 없는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0% 가까이 증가한 2조 375억 원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실적 개선을 넘어, 수만 명에 달하는 조선소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과 성과급 지급으로 직결되었으며, 그 돈이 지역 소비 시장 전반에 흘러들면서 울산 경제 전체에 뜨거운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한·미 양국이 추진 중인 조선 협력 프로젝트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수혜가 울산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시장 참가자들의 장기 기대심리도 견고해지고 있다. 미국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 참여와 에너지 인프라 관련 수주 확대가 가시화되면서, 울산의 조선 산업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 의존 구조를 벗어나 안보·에너지라는 거대한 시대적 수요와 맞닿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실물경제 지표가 이를 명확히 뒷받침한다. 지난해 4분기 울산의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2%로, 전국 광역시 가운데 단연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전은 -0.2%의 역성장을 기록했고, 부산·대구·광주는 모두 0%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3분기에는 울산의 성장률(3.8%)이 서울(3.6%)을 앞지르는 이례적 상황까지 연출됐다. 경제가 살아나자 가계 소득이 늘고, 늘어난 소득이 주택 구매력으로 이어지며, 실수요 중심의 매수세가 시장을 받쳐 올리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공급의 역설: 호황의 시기에 집이 사라지다

 

수요 측면의 활기만으로는 현재의 가격 상승 속도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공급 측면의 구조적 제약이 상승 압력을 더욱 가파르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울산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3년 8882가구에서 지난해 4215가구로 반토막 났으며, 올해 3507가구, 내년 3201가구로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에서 울산의 인구 규모를 고려하여 추산하는 적정 입주 물량이 연간 약 5400가구임을 감안하면, 현재의 공급 수준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부족 상태라 할 수 있다.

 

공급 부족의 뿌리는 역설적이게도 지난 조선업 불황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대 후반 분양 시장이 얼어붙자 건설사들은 울산 신규 사업을 기피하기 시작했고, 인허가와 착공이 동반 감소한 결과가 지금 울산의 입주 물량 급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설 사업의 특성상 기획·설계·인허가·착공·준공까지 최소 3~5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의 수요 급증에 공급이 단기간에 대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전국적인 공사비 급등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까지 맞물리면서 신규 사업 진출에 소극적인 건설사들의 태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공급 부족의 여파는 분양 시장의 온도 변화에서도 선명하게 확인된다. 울산 민간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3월 평균 1.91 대 1에서 올해 3월 4.96 대 1로, 불과 1년 새 세 배 가까이 치솟았다. 미분양 물량도 지난해 1월 3811가구에서 올해 1월 1402가구로, 단 1년 만에 63.2%나 급감하였다. 시장의 흡수 능력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방증이다.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 남구 삼산동 세양청구마을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4억 2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하였다. 불과 석 달 전인 지난해 12월 같은 면적대가 3억 48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사이에 7200만 원이 오른 것으로 연환산 상승률이 30%에 육박한다. 울산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지난해 7월부터 37주째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것이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상승 추세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전세시장도 함께 오른다: 수요의 보편성

 

아파트 매매가격뿐 아니라 전세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점은 현재 울산 부동산 시장의 수요가 매우 광범위하고 건강한 기반 위에 서 있음을 잘 보여준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울산 아파트 전세가격은 1.87% 상승하여, 세종(1.92%) 다음으로 전국 2위를 기록하였다.

 

전세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울산에서 실제로 살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조선업 호황에 따른 이주 근로자 유입과 신규 채용 인력 증가가 주거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해석에 부합한다.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세가율이 높아질수록 실수요 매수 전환의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세 수요의 강세는 매매 수요를 떠받치는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하며, 양 시장이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울산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투기 수요가 아닌 실수요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수요에 기반한 가격 상승은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이 강하며, 급격한 변수가 없는 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조선업 종사자들의 임금 상승이 직접적인 구매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신규 분양 청약 또는 기존 주택 매수의 실질적 동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승 추세는 단순한 유동성 장세나 기대 심리에 의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리스크 요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선박 발주 감소,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 금리 환경의 변동, 그리고 무엇보다 울산 경제의 조선업 단일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취약성은 언제든지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신규 진입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되어 수요 기반 자체가 서서히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주 물량이 향후 수년 치 이상 확보된 상황에서 공급 부족이 최소 3~5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울산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타 지방 도시들과 뚜렷이 차별화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의 사례는 우리에게 매우 근본적인 교훈을 남긴다. 부동산은 결국 도시의 경제적 생명력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지방 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대에, 정부 보조금이나 행정 특혜가 아닌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과 고용 창출이 도시를 살리고, 그것이 주거 수요를 만들어내며, 부동산 시장을 지탱한다는 사실을 울산은 지금 몸소 증명하고 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3040 부린이 처음 부동산 투자(2026)’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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