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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고용 없는 산업경쟁력은 허구" AI 전환기, 노동의 역할을 말하다

비용 장벽이 준 '골든타임'이 기회…단순 반복 노동 넘어 설계자 역할 찾아야

2026.04.13(Mon) 17:32:12

[비즈한국] “고용 없는 산업경쟁력은 의미가 없고, 산업경쟁력 없는 고용도 존재할 수 없다.” 산업 효율성과 노동의 공존이라는 역설적 과제 앞에서 산·학·관이 머리를 맞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과 피지컬AI·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장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술 전환을 어떻게 일자리의 ‘기회’로 바꿀지를 두고 국회에서 논의의 장이 열렸다.

 

AI 전환기를 맞아 효율성 극대화와 고용 안정성 관련 논의가 사회 전반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13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강은경 기자


AI가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전환기를 맞아 효율성 극대화라는 산업적 요구와 고용 안정 등으로 요약되는 노동적 가치의 충돌이 핵심 난제로 부상했다. 13일 오전 국회 ‘AI 전환과 노동의 미래: 일자리 위기인가, 기회인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기술을 단순히 노동 대체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노동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행사에 참석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AI를 통해 고위험 사업장을 적시에 파악하고 취약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고용노동부가 AX(AI 전환)를 주도한다는 의미”라며 “AI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노동의 문법이 어떻게 바뀔지를 제시했다. 사진=강은경 기자


#‘다크 팩토리’ 현실로…인간 노동 형태 달라져야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무인공장(‘다크 팩토리’) 운영 플랫폼 ‘카이로스(KAIROS)’ 사례를 언급하며 노동의 문법이 어떻게 바뀔지를 제시했다. 카이스트와 AI 기반 자율제조기술 스타트업 다임리서치가 함께 개발한 카이로스는 물류·조립·검사 등 서로 다른 기술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통합 제어 체계다. 장 교수는 다임리서치의 대표이기도 하다. 핵심은 가상 공간에 실제 공장을 똑같이 구현한 ‘디지털 트윈’이다. AI 에이전트가 로봇들의 경로가 겹치지 않게 길을 터주고 협업 시나리오를 실시간으로 결정하며 사람은 설비 이상 시 AI와 음성으로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장 교수는 그리스어인 ‘크로노스(정량적 시간)’와 ‘카이로스(결정적 타이밍)’에 비유했다. 기계의 속도에 맞춰 반복 작업하던 크로노스적 노동은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은 맥락을 파악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설계자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사람은 이제 설계, 모델링, 운영 계층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AI 시대에는 AI와 함께 내가 원하고 내 의지만 있다면 스스로 직무를 전환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AI가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의 기회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대표는 현장의 실무적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짚었다. 사진=강은경 기자


피지컬AI 스타트업 디든로보틱스의 김준하 대표는 현장의 실무적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짚었다. 디든로보틱스는 조선소나 건설 현장처럼 산업 재해 위험이 높고 인력이 부족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피지컬 AI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병목인 ‘손(Hand)’의 가격 문제를 거론하며, 하드웨어 양산의 기술적·경제적 난제가 여전해 실제 산업 현장 도입 전까지 인간과 AI가 상생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할 물리적 시간이 어느 정도 확보돼 있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현재 로봇 손 하나에 7500만 원 정도이고 전신 팔다리까지 합치면 최소 3억이 넘어가는 가격 조건에서 일반적인 공정 작업을 대체하는 건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이 지체 시간이 우리에게는 준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대표는 “로봇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산업 현장에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사이에 인간과 AI, 그리고 휴머노이드가 상생할 수 있는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소 현장의 사례를 들어 “​현장 작업자들이 ‘내 자식은 이 현장에서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사람이 더 이상 들어가선 안 되는 척박한 산업 현장부터 로봇이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AX 시대 고용·노동 연착륙 전략 논의 본격화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술 낙관론 너머의 구조적 과제들이 도마에 올랐다. 

 

AI가 미치는 영향이 단순한 일자리 숫자의 증감을 넘어,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와 분배 정의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박수민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AI 기술이 진공 상태가 아닌, 이미 고착화된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라는 렌즈를 통해 투영된다는 점을 짚었다. 박 박사는 “AI 기술이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굴절시키거나 확대할 수 있다”며 “포용적 전환을 위해 노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생산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거버넌스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상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박사는 노동자의 숙련이 데이터화되는 과정에서의 보상 문제를 제기했다. 우 박사는 “피지컬 AI가 학습하는 모든 숙련도는 노동자에게서 나왔지만 이에 대한 보상이나 대책은 전무하다”며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나누기 위해 로봇세나 디지털세 같은 세제 개편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고, 이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할 집단재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장은 지난 3년간의 데이터를 근거로 “AI 활용으로 근로 시간이 약 1.5시간 감소한 반면 이것이 생산량 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상당 부분 개인의 여가로 향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활용에 따른 경제 전체 생산성 기여도는 약 1.0%로 추정된다. 오 팀장은 “이 같은 정보 불일치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은 더 적은 인원을 고용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어 결국 일자리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참관객들이 전시된 로봇. 사진=최준필 기자

 

김동희 한국경영자총협회 팀장은 생존을 위한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며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주문했다. 김 팀장은 “AI 시대에는 노동의 양보다 질과 방식이 변화하므로 경직적인 노동 규범을 혁신해야 한다”며 “한 직장에서의 안정이 아닌 노동 시장 전체에서의 지속 가능한 고용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전한 김형민 좋은일자리 사업부장은 기업 규모별 디지털 격차 문제를 지적했다. 김 부장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재직 청년들은 인프라와 교육 기회 부족으로 개인의 의지에만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정부 차원의 AI 역량 바우처 지원과 함께 기술에만 몰입하기보다 인간다운 역량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키울 수 있는 직무 재설계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 부처들은 AX 시대의 연착륙을 위한 정책 의지를 표명했다. 김형광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은 현재 수립 중인 ‘산업 전환 고용 안전 기본 계획’의 5대 핵심 축을 소개했다. 주요 과제로는 △실시간 AI 기술 현장 모니터링 체계 구축 △청년층 특화 등 직업 훈련 패러다임 혁신 △이익의 공평한 분배를 위한 조세 체계 검토 △AI 기반 창업 및 신규 일자리 창출 지원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강화 등이 포함됐다. 

 

권순목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인공지능정책과장은 “산업 정책의 완성은 결국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제조 현장의 AX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로봇·AI 시스템 관리자 등 현장 종사자가 의지를 갖고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직무 수요를 발굴해 일자리를 지켜내겠다”는 설명이다. 

 

최우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안전신뢰지원과장은 막연한 공포감을 경계하며 세밀한 접근을 당부했다. AI의 파급력을 단일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정밀하게 분석해 정책적 대응 우선순위를 정하자는 의미다. 최 과장은 “이달 말 출범할 ‘인공지능 사회정책 포럼’을 통해 기술이 사회 전체의 효익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좌장을 맡아 토론을 이끈 김주영 의원은 “AI 전환 과정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회에서도 입법과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노동의 미래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와 국회 ‘내일의 공공과 에너지·노동을 생각하는 의원모임’, 고용노동부가 공동주최하고 과기정통부와 산업부가 후원했다. 김정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이학영 국회부의장, 조정식·어기구·박해철·박홍배·김태선 의원 등이 참석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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