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 72%라는 기록을 세우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증에 힘입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 고지를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1분기는 통상 비수기로 분류되는데도 매출과 수익성 모두 이례적 성과를 낸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실적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23일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1분기 매출 52조 5763억 원, 영업이익 37조 6103억 원, 순이익 40조 3459억 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분기 50조 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72%) 역시 모두 창사 이래 최고치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약 2배로 급증하며 수익성 개선 폭이 두드러졌다.
이번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된다. 특히 70%를 넘는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주요 빅테크 기업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삼성전자(43%)는 물론 글로벌 반도체 거물 엔비디아(65%)와 TSMC(58.1%)마저 압도하는 수준이다. 이는 HBM 등 AI용 고수익 메모리 판매 확대와 함께 D램·낸드 가격 급등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실적 배경에는 뚜렷한 수급 변화가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는 통상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강세가 이를 상쇄하며 타이트한 공급 환경이 지속됐다”며 “특히 서버 D램과 엔터프라이즈 SSD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I 서버 투자 확대가 메모리 수요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모델 학습 중심에서 실시간 추론과 에이전트 기반 서비스로 전환되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고성능 SSD 전반으로 수요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메모리 효율화 기술 역시 서비스 규모 확대를 유도하며 결과적으로 총수요를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가격에도 반영됐다. 이번 메모리 가격 상승은 단기적 반등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게 회사의 시각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컨퍼런스콜에서 “AI 기술 발전으로 메모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객들이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다”며 “공급 확대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우호적인 가격 환경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 구조도 빠르게 개선됐다.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4조 3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9조 4000억 원 증가했고, 차입금은 19조 3000억 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순현금 35조 원을 확보하며 투자 여력을 크게 키웠다.
SK하이닉스는 확보한 재원을 기반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용인 클러스터와 청주 M15X 팹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투자와 EUV 장비 확보 등을 통해 중장기 수요 대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공급 안정성 자체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선제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낸다. HBM 분야에서는 공정 기술뿐 아니라 TSV 패키징 등 복합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차세대 D램과 낸드 제품도 잇따라 투입한다. 하이닉스는 10나노급 6세대 공정을 적용한 LPDDR6와 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 321단 QLC 기반 SSD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AI 수요 전반에 대응할 방침이다. 솔리다임과의 협력을 통한 QLC SSD 경쟁력 강화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다만 PC와 모바일 등 일부 전통 수요에서는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감지된다. 세트 업체들의 출하량 조정과 제품 믹스 변화로 단기적인 수요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서버 중심 수요가 이를 상쇄하면서 전체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 전망 역시 비교적 낙관적이다. 공급사들이 신규 팹(Fab) 건설과 인프라 투자를 재개했지만 실제 생산능력(Capa) 확대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AI 기술이 대형 모델 학습 중심에서 실시간 추론과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단계로 진화하면서 메모리 수요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데이터 처리량 증가로 HBM과 서버용 D램, eSSD 등 시스템 전반에서 요구되는 메모리 총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서다. 이 같은 구조적 수요 확대와 공급 제약이 맞물리면서 메모리 업황은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CFO는 “HBM 사업은 성능과 수율, 품질, 공급 안정성을 통합한 실행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HBM4 역시 고객과 초기 단계부터 협력해 일정에 맞춰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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