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 주요 기업들이 기후 전환 관리 역량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강한 탈탄소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국내 ‘전환금융’ 체계는 구조적으로 미흡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23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주간 세미나에서 영국 런던정경대(LSE) 산하 TPI 글로벌 기후전환센터( TPI Global Climate Transition Centre)와 경제전환전문성센터(CETEx), 녹색전환연구소가 ‘국가 및 기업 전환계획 간 시너지 확대: 한국 사례 조명’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서 안토니나 쉬어 TPI센터 정책부국장은 TPI센터가 해온 글로벌 기업 2016개 기업의 기후행동 평가에서 한국 주요 기업 46개사의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TPI센터의 기업 기후행동 평가는 크게 ‘관리 역량(Management Quality)’과 ‘탄소 성과(Carbon Performance)’ 등 두 축으로 구성된다.
관리 역량은 기후변화를 기업 거버넌스와 경영 전략에 얼마나 잘 통합했는지를 따져 0단계에서 5단계까지로 평가한다. 레벨 1은 기후변화를 인지하는 인식 단계, 레벨 2는 온실가스 측정·관리 등 역량을 구축하는 단계다. 레벨 3부터는 기후리스크 및 기후대응 등을 운영 의사결정에 통합하는 단계이며, 레벨 4는 기후변화를 전략적 리스크로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단계다. 마지막인 레벨 5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구체적인 전환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최고 수준이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 주요 기업 46개사 중 18곳(39%)이 전환 관리 역량 최고 등급인 ‘레벨 5’를 달성했다. 이는 글로벌 평균(16%)은 물론 아시아 평균(14%), 일본(27%), 중국(0%)을 크게 상회하는 우수한 성적이다. 레벨 5 달성 기업으로는 포스코(철강), SK이노베이션(석유·가스) 등이 대표적으로 꼽혔다.
기업의 배출 감축 목표를 파리협정 목표와 비교해 적합성을 따지는 탄소 성과에서도 한국 기업은 강점을 보였다. 한국 기업의 45%가 파리협정 기준을 달성했다. 이는 전체 평균(28%)과 아시아 평균(24%)을 모두 웃돈다. 다만 전체 기업의 18%는 자발적인 기후 공시가 아예 없거나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파리협정 목표에 미달했고, 종합해운기업인 팬오션은 기후 관련 공시가 없거나 부적절했다.
쉬어 부국장은 “기업의 노력이 실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시 규칙, 탄소세, 기후 투자 계획 투명성 등 시장에 확신을 주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며 “또한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부문별 수준으로 세분화해서 기업이 자본 지출을 계획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서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현실화할 전환금융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전환금융은 친환경 산업에 자금을 대는 ‘녹색금융’과는 조금 다르다.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애초부터 저탄소인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녹색금융이라면, 전환금융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해운·항공처럼 탄소 배출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사라질 수 없는 산업이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도록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지금 당장 완전히 녹색은 아니지만, 분명한 감축 계획과 이행 경로를 갖고 탄소 집약적 구조를 바꾸려는 기업’에 돈을 대는 금융이다. 그래서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축 목표의 과학적 타당성, 실행 계획의 구체성, 외부 검증과 사후 공시까지 함께 요구한다.
김정수 ING은행 APAC 지속가능솔루션그룹 이사는 투자자 관점에서는 전환금융이 기존의 녹색금융보다 실행하기 더 까다롭다고 짚었다. 김 이사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 계획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독립적인 제3자 기관의 외부 검증과 사후 모니터링, 투명한 공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오선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의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이 진입, 검증, 공시, 제재 등 모든 단계에서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원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에서 화석연료 활동이 포함된 문제가 있다”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와 같은 고탄소 인프라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핫클릭]
·
[유엔기후주간] 중앙정부는 서두르고, 지방정부는 따라하고…탄소중립까진 먼 길
·
[유엔기후주간] K-GX를 위한 철강·석유화학 탈탄소 해법 머리 맞댔다
·
[유엔기후주간]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 공통 해답은 '재생에너지'
·
포스코·현대제철, 스틸워치 글로벌 탈탄소 평가 '최하위권'
·
[유럽스타트업열전] 전쟁이 흔든 에너지 시장, 다시 떠오르는 '그린테크'
·
[단독] 한국형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확정 "스코프3 포함하되 3년 유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