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삼성 파업 대해부] ④'HBM4 골든타임'에 파업이 가져올 반도체 시장 후폭풍

최소 18조 원 손실, 점유율·신뢰·인력까지 '흔들'…글로벌 D램 공급 3~4% 감소 전망

2026.04.28(Tue) 19:25:08

[비즈한국] 반도체 초호황은 역설적으로 삼성전자 노사에 전례 없는 긴장을 불러왔다. 경쟁사와의 보상 격차에서 비롯한 불만이 임계점을 넘은 사이 세를 불린 과반 노조가 탄생했다.​ 법적 근로자대표 지위를 확보한 노조는 상위 노조에 기대지 않고 임직원 권익만을 챙기겠다는 실용주의를 내세운다. 역대급 실적 속 보상 원칙에 대한 회의, 실리로 무장한 새로운 노조의 등판. 삼성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서 이번 파업은 어디로 향할까.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총파업 예고 시점이 다가오면서 시장의 시선은 산업 리스크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이 멈춰서는 시나리오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사건으로 읽히는 탓이다. 한국 수출 비중의 38.1%(올해 3월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수출 규모가 10%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이 약 0.8%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한 기업의 생산 차질에 그치지 않고 국가 전체의 거시경제 변수로 번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5월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반도체 공급망과 거시경제에 미칠 파급력에 시선이 모인다. 시점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사진=연합뉴스


#1분당 수십억 증발…기술적 복구는 파업 기간의 두 배

 

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가동이 중단될 경우, 생산 손실만 하루 약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파업을 예고한 노조도 최소 18조 원 이상의 손실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 23일 결의대회 당일 밤 10시부터 이뤄진 야간조 웨이퍼 이송량(생산지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생산은 평시 대비 58.1%가량 줄었다. S1(기흥) 라인이 74.3%, S3(화성) 67.8%, S5(평택) 42.7% 등 급감한 수치다. 메모리 생산 실적 지표는 18.4% 감소했다. 집회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였지만, 직원들이 연차를 내고 참여하면서 실제 생산 지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공정의 특성상 손실은 파업 기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극도로 정밀한 장비가 맞물려 돌아가는 클린룸에 비정상 정지가 발생하는 순간 공정 중인 웨이퍼가 전량 폐기된다. 항온·항습 환경 복구에 최소 2~3일이 걸리고, 약액 배관이 굳으면 설비 자체 교체가 불가피하다. KB증권은 파업 발생 시 글로벌 D램 공급이 3~4%, 낸드는 2~3%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번 멈춘 팹의 수율을 정상화하기까지는 통상 파업 기간의 두 배에 달하는 시간이 소요된다. 

 

#“신뢰가 곧 실력”…삼성 공백 틈 경쟁사 반사이익 조명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생산 공백이 공급망 재편 압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반도체 시장에서 공급 안정성은 가격이나 성능만큼 중요한 변수다. 특히 AI 서버용 메모리처럼 납기와 신뢰가 핵심인 영역에서는 작은 균열도 거래 구조를 흔드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더욱 커진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4공장(P4)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23일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반도체 산업, 특히 파운드리와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고객사가 공급업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신뢰와 안정성”이라면서 “(대규모 파업 발생은) 단순히 물량의 이동을 넘어, 삼성이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적기 공급’의 명성에 치명적인 균열을 내는 행위”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은 수년 단위의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받기를 원하는데, 파업에 따라 생산라인이 멈추고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면 리스크 분산을 위해 즉각적으로 TSMC 등 대체 공급선을 검토하게 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반도체 고객사가 공급업체를 바꾸기까지 엄청난 시스템 구축 비용과 공정 검증 시간이 들지만, 일단 한번 전환을 완료하고 나면 파업 종료 후 생산을 정상화하더라도 고객이 다시 돌아올 유인은 매우 낮아진다”며 파업의 영향이 일시적인 매출 하락에 그치지 않고 고착화될 위험성 역시 지적했다. 

 

현재 반도체 업계가 HBM4 양산 전환을 앞두고 주요 고객사 납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기인 만큼 파장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성능 경쟁을 넘어 ‘누가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대만 등 외신도 가격 협상력 확대 등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을 따져보는 모습이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경쟁사인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로의 주문 배분 비율을 높이는 직접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당장의 점유율 문제도 있지만 수주 기회를 놓치면 한 분기 손실에 그치지 않고 향후 2~3년의 시장 지배력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반도체 제작을 생명으로 하고 있는 파운드리 공정 중단은 메모리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김 교수는 “생산 차질이 있는 기업에 제조를 맡기려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는 없을 것”이라며 “메모리는 규격화된 제품을 미리 만들어 쌓아둘 수 있는 ‘기성복’ 시장이라면, 파운드리는 철저히 고객의 주문에 맞추는 ‘맞춤형’ 시장이기 때문에 파업의 타격이 비교할 수 없이 크다”고 짚었다. 

 

지난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개최된 결의대회 현장. 사진=강은경 기자


#1700개 협력사 등 ‘구조적 타격’ 우려

 

파업 리스크가 협력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망에는 약 1700여 개의 소부장 협력사가 연결돼 있다. 평택캠퍼스의 경우 생산라인 하나당 약 3만 명의 고용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가동이 멈추면 협력업체 가동률 저하와 납품 지연으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이 예상된다는 시각이다. 

 

정부 역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차원의 첫 입장을 냈다. 김 장관은 “반도체는 이익이 났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구조”라며 “현 단계에서 어느 정도 이익을 누리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것인가, 미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 사이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쟁의행위 찬성률은 93%를 넘겼다. 노조는 이번 파업에 전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인 2만 명 이상의 참여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파업 대열에는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공정 및 설비 엔지니어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측이 대체 인력을 투입하더라도 정상 가동을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교수는 “메모리 수급이 매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삼성의 이탈 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스마트폰, PC는 물론 자동차 산업(차량용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반도체를 핵심 부품으로 사용하는 전 산업군으로의 여파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핫클릭]

· 수제맥주 1세대의 몰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파산 후폭풍
· 삼성물산, 압구정4구역에 '실사용면적 극대화' 승부수 내놨다
· [15조 원 비만청구서] ③ 위고비·마운자로 급여화, 건보 재정에 득일까 실일까
· [삼성 파업 대해부] ③ [현장]하이닉스가 쏘아올린 '거대한' 공, 삼성을 흔들다
· [삼성 파업 대해부] ② 팝송·셀카 등장한 삼성바이오 노조 집회 "성과급보다 신뢰"
· [삼성 파업 대해부] ① 삼성전자·바이오 성과급 파업, 결정적 쟁점은?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