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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북한 '자폭 드론병사', 과연 막을 수 있을까

김정은, 우크라이나전 '자폭 돌격' 공개 지지…우리 군의 인지전 대응 필요

2026.05.01(Fri) 22:09:43

[비즈한국] 지난 4월 26일 김정은은 평양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선 전사 북한군 추모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는 유가족은 물론 러시아 국방장관과 하원 의장까지 참석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전선에서 흔들림 없이 자폭과 자살 공격을 선택한 영웅들을 칭송하며 ‘우리 군대 충성심의 정점’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그동안 우크라이나·한국·미국 정보 당국이 추적해 온 이른바 ‘북한군 자폭 지시’를 북한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발언이라 할 수 있다.0

김정은에 환호하는 특수부대 병사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의 이 발언은 지난 1월 20일 한 방송국이 방영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군’에 등장한 북한군 포로의 충격적인 증언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포로는 적의 공격을 받고 승산이 없을 때 동료들이 자폭을 선택했으며, 심지어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포로로 잡힐 수 있는 부상병을 직접 사살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믿기 어려웠던 이 증언이 김정은의 발언으로 사실상 확인된 셈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북한군의 전투 정신이 투철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양 당국이 병사들의 뇌리에 심어 놓은 ‘공포의 인지 장벽’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과거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자살 돌격 ‘옥쇄(玉碎)’가 현대 기술과 결합해 우크라이나라는 낯선 땅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군 파병 부대가 보여 주는 자폭 행위의 기저에는 ‘불굴의 정신’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된 극단적인 세뇌 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은 파병 전부터 병사들에게 ‘포로가 되면 잔인하게 고문당한 뒤 죽임을 당하거나, 본국에 남은 가족들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갈 것’이라는 공포를 주입한다. 그 결과 병사들에게 자폭은 선택이 아니라, 남겨진 가족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군사적 의무’로 변질된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제국주의 일본군이 ‘전진훈(戰陣訓)’을 통해 ‘살아서 포로의 치욕을 당하지 말라’고 강요했던 것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지금의 북한군은 스마트폰과 드론이 난무하는 현대전 한복판에서 이러한 중세적 인지 통제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군사 전문가들이 이를 ‘인간 기뢰(Human Landmine)’라고 부르며 경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북한군의 이러한 행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현대전의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른 ‘인지전(Cognitive Warfare)’ 관점에서 보면, 이는 평양 당국이 이미 승리한 전투다. 인지전의 목표는 적의 뇌(Brain)를 전장으로 삼아 판단력을 흐리게 하거나 특정 행동을 강요하는 것이다. 북한은 자국 병사의 뇌 속에 ‘포로=파멸’이라는 알고리즘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드론이 투항을 권유하는 메시지를 보내도 북한군 병사가 이를 거부하고 자폭하는 것은, 그들의 인지 체계가 외부의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도록 폐쇄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심리전(PsyOps) 수준을 넘어선, 인지적 방어막(Cognitive Shield)이 작동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러한 적의 ‘극단적 인지 방어막’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마땅치 않다. 북한군의 이런 행태는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설계된 전 생애 이데올로기 통제(Lifetime Ideological Control)의 산물이기 때문에 극히 견고하고, 동료 감시 체계(Peer Surveillance)가 강력해 집단 내 압력도 상당하다. 게다가 지금까지 우리의 심리전 전략은 인지전 개념과 분리되어 왔다. 적의 인지 체계와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수단은 없이, 투항 권고와 포로 수용 시 이점을 전단지나 확성기 같은 재래식 매체로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실전에서 우리 병사들이 북한군의 자살 돌격이나 부상자 사살 같은 비윤리적 행동을 직접 목격할 경우, 실전의 충격과 긴장감과 맞물려 전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 육군 전쟁대학원(Army War College)조차 현 세대 청년들의 비판적 사고와 개인주의 성향이 기존의 정훈 교육에 심각한 도전이 된다고 지적할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도 기술과 경험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첫 번째 기회는 북한군의 ‘인지적 방어막’을 뚫을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고정관념과 달리 북한에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북한군이 러시아군을 모방해 텔레그램으로 지휘 통제를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소통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지전·심리전·사이버전이 결합된 ‘다영역 인지전’을 활용해 개인 스마트폰에 침투하고 맞춤형 정보를 전달하는 ‘정밀 타격 인지전’ 기술을 고려해 볼 만하다. ‘에어드롭’이나 ‘퀵셰어’ 같은 공개 프로토콜을 분석·활용해 표적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AI로 가공한 맞춤형 자료를 주입하는 ‘AI 기반 사이버 인지전’ 역량을 키운다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두 번째 기회는 유사한 적과 맞서 온 미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의 일본군 자살 돌격, 한국전쟁의 중국군 ‘인해전술’, 베트남전과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자폭 테러’처럼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적에게 큰 피해를 입어 왔다. 이 과정에서 미군은 장병들이 이러한 적에 심리적으로 대응하는 프레임을 꾸준히 연구해 왔다.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미군이 도출한 핵심 프레임은 ‘전술적 통제 가능성(Tactical Manageability)’이다.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 비이성적이고 광신적인 행동을 하는 적은 미지의 존재가 아니라, 화력과 작전으로 대응 가능할 뿐 아니라 예측 가능한 패턴을 지닌 전술적 행동이라는 점을 교육해 온 것이다.

또한 적의 자살 돌격이 ‘숭고한 행위’가 아니라 체제의 절망과 착취의 증거임을 논리적으로 인식시키고, 집단 결속(Unit Cohesion)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이런 적을 상대하는 데 효과적임이 미군의 여러 사회심리 연구에서 밝혀졌다. 전우가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전우를 필요로 할 때 서로 도울 수 있다는 신뢰 관계에서 비롯된 안정감과 소속감이,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적의 행동이나 위기 상황에서 버텨 낼 힘을 준다. 이는 전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부대 운영의 합리성 확보, 부대 내 문제의 신속한 식별과 투명한 해결 등 ‘조직 문화 개선’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평양의 공포 정치가 병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서 ‘자폭 쇼’를 벌이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적의 창칼을 막는 방패만큼이나, 적의 뇌 속에 이식된 광기를 도려낼 정교한 메스가 필요하다. 과거의 전쟁 역사와 미래의 기술은 ‘심리전과 인지전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군이 지금이라도 이를 추진한다면,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핵잠수함만큼 강력한 전력이 될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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