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63년 만에 본래 이름을 되찾은 노동절을 맞아 노동계는 대규모 집회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양대 노총은 지난 1일 전국 각지에서 집회를 열고 ‘노동 기본권 보장’과 실적에 걸맞은 ‘공정 보상’을 요구하며 정부와 경영계를 압박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과 SK하이닉스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 직접 교섭 요구 등 임금·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올해 노동절은 1963년 ‘근로자의 날’로 명칭이 바뀐 지 63년 만에 이름이 복구된 첫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이 집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역시 오후 3시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2026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해 약 1만 명이 참여했다. 양대 노총은 한목소리로 “노동 기본권 보장과 불평등 해소”를 촉구하며 노동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산업재해 문제도 전면에 부각됐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에서 노동절 대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사망 사고를 규탄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해당 물류창고 앞에서 교섭 촉구 집회 도중 화물차를 막던 조합원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연대는 창원 경남경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대회를 진행했다. 화물연대와 BGF로지스는 수차례 교섭 끝에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노동절의 또 다른 축은 ‘공정 보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다. 특히 반도체와 바이오 등 수출 주력 산업에서 갈등이 표면화되며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은 2011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연차휴가 사용과 휴일 근무 거부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파업에는 조합원 약 4000명 중 28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과 1인당 3000만 원 수준의 격려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재무 여력과 투자 계획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지난해 말부터 13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생산 공정 특성상 중단 시 전체 물량 폐기 가능성이 있는 바이오의약품 산업 특성상 피해 규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회사는 전면 파업에 따른 손실액을 최소 6400억 원 규모로 추산한다. 노사는 오는 4일 고용노동청 중재 아래 재협상에 나설 예정이지만, 타결 여부는 불투명하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 물류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는 지난달 30일 청주 SK하이닉스 3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이들은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이 극심하게 차별되고 있다”며 성과 배분 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내년에도 SK하이닉스 임직원들에게 고액 성과급 지급이 예상되는 반면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성과 배분 기준이 형평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7조 원,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했다. 임직원들은 영업이익의 10%를 배분하는 PS(초이익분배금) 제도를 통해 1인당 수억 원대의 보상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500만~600만 원 수준의 상생장려금과의 격차를 지적하며 “찬란한 성과를 함께 만들어냈음에도 하청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하고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가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을 강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노동 안전·공정 보상·보편적 보호’를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두의 노동절 거리축제’에서 “일하러 나가서 다치지 않고, 일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의 존엄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의 요구는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성과 배분, 원·하청 관계, 산업재해 책임 등으로 쟁점을 다층화하는 모습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단체교섭 범위와 책임 주체를 둘러싼 논의 역시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노동절 기념식은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개최됐다. 1일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과 기업, 공정과 혁신,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진짜 성장을 실현하겠다”며 “친노동은 반기업, 친기업은 반노동이라는 이 낡은 이분법을 깰 때 우리는 비로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 노동계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장, 경영계에서는 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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