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대표 바이오헬스 산업 컨벤션 ‘바이오코리아 2026’이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행사장은 AI 신약개발, 실험실 자동화, 차세대 세포치료제 등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려는 업계 관계자들로 붐볐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약 개발의 속도와 효율이 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현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내놓은 기술과 플랫폼에 대한 참관객들의 관심이 그 어느 해보다 높았다.
특히 개막식 VIP 투어에서는 유한양행, 에스티팜 같은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뿐 아니라 아론티어, 에이블랩스, 루카스바이오 등 기술 기반 바이오벤처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각각 AI 신약개발, 실험실 자동화, 범용 세포치료제라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핵심 화두를 앞세워 현장의 주목을 받았다. 비즈한국은 바이오코리아 2026 현장에서 확인한 세 기업의 경쟁력과 향후 비전을 짚어봤다.
#아론티어 “멀티 모달리티 전략으로 저분자, 항체, ADC, mRNA 등 영역 확장”
아론티어는 새로운 전략의 신약 개발 시 항상 직면하는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전적인 계산화학과 물리학적 계산을 적용한 뒤 실제 실험 데이터와 반복적으로 융합하는 방식의 AI(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저분자 화합물부터 항체, 펩타이드, ADC(항체-약물 접합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등 다양한 모달리티를 다룰 수 있는 설계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아론티어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의 병원은 물론, 셀트리온, 휴온스, 동국제약, 삼진제약, 뉴라클사이언스, 테라젠바이오, HLB파나진 등과 활발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고준수 아론티어 대표는 AI 신약개발 기업의 미래 모습으로 후보물질의 결합력을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 더 포괄적인 멀티모달(Multi-modal) 영역으로 확장 응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AI 신약개발 기업으로서 신약개발을 디자인하고 입증하는 것보다 AI를 활용해 파트너사의 약물 개발 전략을 서포트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다양한 플랫폼 개발에 필요한 AI 모델을 매년 2~3개씩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론티어는 질환 타깃 발굴부터 신약 디자인, 바이오마커 발굴까지 신약 탐색 전 과정을 아우르는 AI 플랫폼을 구축해 파트너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다중오믹스(Multiomics)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표적과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레머디(REMEDY)’, 빠르고 정확한 저분자 화합물 설계를 위한 ‘드럭 디자이너(DRUG DESIGNER)’, 병리 이미지 기반으로 종양 미세환경을 분류하는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패스(PATH)’ 등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항체·펩타이드·인공 단백질 디자인을 돕는 ‘프로틴 디자이너(PROTEIN DESIGNER)’와 개인 맞춤형 신생항원 암 백신 설계를 지원하는 ‘mRNA 디자이너(mRNA DESIGNER)’ 등도 갖췄다.
#에이블랩스 “생산성 30% 높여…아론티어와 AI 자율랩 구축 국가과제 참여”
에이블랩스는 수작업 위주로 진행되던 기존 신약 개발 공정의 병목 현상을 자동화 기술로 타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에이블랩스의 장비는 연구자의 손을 가장 많이 타는 까다로운 전처리 과정을 자동화해 휴먼 에러를 원천 차단하도록 한다. 바이오 실험에 사용되는 마이크로리터(㎕) 단위의 액체를 정밀하게 흡입하고 분주하는 액체 핸들링 자동화 로봇 ‘노터블’과 ‘수터블’ 등을 앞세워 실험실 자동화의 선두주자로도 주목받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신상 에이블랩스 대표는 자동화 장비가 가져올 신약 연구개발의 혁신을 자신했다. 신 대표는 “연구 프로세스 자동화를 통해 연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30~40%가량 절감하고 전체적인 연구 생산성은 3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에이블랩스는 이미 국내 40여 개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에 자동화 장비를 공급하며 레퍼런스를 구축하고 있다. 신 대표는 “자동화 로봇 인프라가 피지컬 AI의 하드웨어 레이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컨트롤 레이어 기술도 입증했다”면서 “이제 이들을 통제하고 판단할 수 있는 ‘AI 두뇌’까지 자체 개발 중”이라고 밝히며 피지컬 AI(물리적 인공지능)를 구축하는 지능형 로봇 기업으로의 진화를 예고했다.
특히 에이블랩스는 아론티어와 손잡고 AI 자율랩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두 기업은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주관하는 산업부 AI 기반 표적맞춤형 의약품제조 자율랩 기술개발사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2029년까지 진행될 이 사업은 AI 자율랩 시스템을 개발하고 제조 실증을 통한 국내 기업의 차세대 모달리티 약물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아론티어의 AI가 목적에 맞는 최적의 ADC 신약 후보물질을 정밀하게 설계하면 에이블랩스의 지능형 로봇이 24시간 쉬지 않고 정밀 검증 실험을 자동 수행하는 방식으로 과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루카스바이오 “대량생산 T세포 치료제 개발, 넥스트 팬데믹 대응 목표”
차세대 세포치료제 전문 기업 루카스바이오는 건강한 사람의 세포를 이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범용 기성품 치료제 시스템 구축에 도전하고 있다. 환자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면역세포) 치료제는 유전자 조작을 거쳐 생산되는 만큼 연간 치료비가 수억 원에 달한다.
조석구 루카스바이오 대표는 다중 항원 바이러스 특이적 세포치료제를 통해 제조공정을 간소화하고 저비용 고효율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세포치료제의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 대표는 “최근에 많은 신약들이 나오지만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고령자에게서 바이러스 감염이 빈발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기억 T세포(Memory T-cell) 치료가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루카스바이오는 LB-DTK, LB-CIK, LB-DSC 등 3종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LB-DTK는 변이 바이러스나 면역저하 환자, 난치성 감염병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T세포를 2개 이상의 바이러스 항원에 면역반응을 갖도록 제조해 현재 CMV 망막염(자가), BKV 출혈방광염(동종), BKV 신변증(자가), EBV 림프질환(자가), 코로나19 등의 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루카스바이오 관계자는 “최근 세포치료제로 CAR-T나 iPSC(유도만능줄기세포)가 주로 언급되지만 한번에 여러 바이러스를 타깃할 수 있는 다중 항원 특이적 플랫폼을 통해 항암 치료 중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을 겪는 암 환자나 출혈성 방광염을 앓는 소아 환자 등 희귀난치성 질환의 미충족 수요를 확실히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카스바이오의 LB-DTK 플랫폼은 향후 다가올지 모르는 넥스트 팬데믹에 대응할 무기로도 기대를 모른다. 루카스바이오 관계자는 “기억 T세포가 체내 투여되면 3~5년 정도 몸 안에서 반응을 하는 만큼 백신 역할까지도 기대된다”면서 “넥스트 팬데믹 후보로 꼽히는 동물 인플루엔자, 변이 코로나바이러스, 살인진드기 바이러스(SFTS) 등을 타깃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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