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완주’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달리기할 때의 완주 말고, 전북특별자치도에 위치한 완주(完州)군 말이다. 아마 산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대둔산을 떠올릴 거고, 절 좀 다니는 이들이라면 벚꽃길이 아름다운 송광사가 생각날 거다. 아니면 특산품인 딸기? 소문난 관광도시 전주시가 지척이라 그런가, 완주는 여행지로의 존재감은 희미했다. 적어도 2019년까지는 그랬다.
완주가 여행지로 급부상한 시작은 BTS다. 2019년, BTS는 완주 아원고택을 찾아 ‘서머 패키지’를 촬영했고, 촬영 기간 내내 완주의 소소한 곳들을 방문했다. 이후 전국, 아니 전 세계 ‘아미’들이 완주를 ‘BTS 힐링 성지’로 꼽았음은 물론이다. 아미뿐일까. 그토록 존재감이 없던 곳을 BTS가 찾았다는 사실만으로 일반인들의 궁금증도 치솟았다. 그리고 요즘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또한 완주 아원고택과 소양고택을 이안대군(변우석)의 사저로 선택했다. 완주가 얼마나 매력적인 곳이길래 BTS와 (드라마지만) 대군의 선택을 받은 걸까.
#아원
우리 아(我)에 정원 원(園) 자를 써서 ‘우리 모두의 정원’이란 뜻을 담은 이곳은 전통 한옥과 현대적 건축의 뮤지엄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입장부터 남다르다.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좁고 기다란 입구를 통해 들어서면 미디어아트가 전시된 매표 공간이 나오고, 빛을 통해 시시각각 분위기가 달라지는 명상적인 느낌의 갤러리를 통과해 고택으로 들어서는 수순이다. 직접 입장해보면 드라마에서 처음 대군 사저를 방문한 평민 성희주(아이유)의 심정에 이입하게 될 것. 그래서인지 유독 드라마에서도 아원의 입구를 자주 비춘다.
갤러리를 지나 좁은 계단을 올라와 밖으로 나오면 아원고택이 나온다. 경남 진주의 250년 된 고택과 전북 정읍의 150년 된 고택, 그리고 전남 함평의 서당 등을 이축해 조성한 곳으로, 만휴당, 사랑채(연하당), 안채(설화당), 서당과 미니멀한 누드콘크리트 별채 두 채로 이뤄져 있다. 앞서 말했듯 대군 사저는 아원고택과 함께 인근의 소양고택이 혼재해 나오는데, 드라마에 자주 담긴 아원의 스폿은 만휴당. 1화에서 휴가 중이던 이안대군이 고고한 자태로 책을 읽고 난을 치던 곳을 기억하는가? 4화에서 성희주와 민정우 총리(노상현), 사저 가신들이 어린 왕 이윤(김은호)와 함께 투호놀이를 하던 곳도 이곳이 배경이다.
드넓은 대청마루에 앉아 맞은편 종남산의 그림 같은 풍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왜 이곳이 ‘만사를 제쳐놓고 쉼을 얻는 곳’이란 만휴당인지 실감하게 된다. 이안대군처럼 기품 있는 자태로 차를 마셔도 좋고, 공무에 지친 어린 왕이 즐겁게 놀았던 것처럼 동심으로 돌아가도 좋겠다.
아원은 계절별로 마주하는 차경(借景: 자연 풍경을 정원·실내 공간의 배경으로 이용하는 조원법)이 일품이라, 누구와 와도 만족도가 높을 곳이다. 따끈한 누룽지와 삶은 계란, 계절반찬 등 완주 로컬푸드로 차려지는 소박하고 정갈한 조식과 다도 타임, 고택 뒤편의 대나무 숲길 산책도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 아원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려면 연하당이나 설화당에 숙박하는 걸 권한다. 만휴당보다 고지대에 위치해, 종남산과 만휴당을 한 프레임에 담아 감상할 수 있기 때문. 개인적으로 2021년 여름과 2025년 가을, 그리고 올봄까지 총 세 번 아원고택을 찾았는데,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곳은 여름의 연하당이었다. 누마루에 앉아 고즈넉한 야경을 보며 술 한 잔 음미하던 시간은 여전히 생생하다.
숙박이 아니어도 아원고택을 즐길 순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원갤러리를 찾을 수 있고, 아원고택 역시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반인 관람이 가능하다(아원갤러리&아원고택 입장료 1만원, 음료 별도). 다만 아원은 방문과 숙박 모두 8세 미만의 어린이는 입장 불가한 노키즈존이니, 방문 시 참고할 것. 또한 숙박 시에도 TV와 냉장고가 없으니 자연과 더불어 명상과 쉼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소양고택
역시 이안대군의 사저로 모습을 비추는 소양고택도 아원 근처에 위치해 있다. 고창과 무안의 180년 된 고택 3채를 이축한 한옥스테이로, 숙박 외에 재즈 공연, 아트페어, 북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한다. 이미 완주 미디어아트 페스타와 지역형 야간관광 콘텐츠인 축제인 ‘별빛주막:소양점’이 이곳에서 진행된 바 있는데,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후문. 아원고택이 시원한 뷰가 돋보이는 고즈넉한 분위기라면, 소양고택은 자연 속에 폭 안긴 듯한 위치와 곳곳의 섬세한 조경이 어우러지며 보다 아기자기하고 단아한 멋이 돋보인다.
소양고택은 성희주가 어깨에 그릇을 올린 채 신부수업을 받는 장면이나 야구장에 가기 전 옷을 갈아입고 걸어 나오는 장면 등 사저 내 야외 공간으로 자주 등장한다. 정돈된 잔디 마당에 촘촘히 배열된 디딤돌을 따라 걸으면 나도 대군이나 대군부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지도! 다만 숙박을 하지 않으면 내부를 즐길 수 없다. 드라마의 감성을 담뿍 즐기려면 여일루나 제월당, 혜온당에서 머물 것을 추천한다. 특히 여일루는 편백나무 욕조에서 여유로운 스파 테라피를 즐길 수 있다. 영유아와 함께 묵을 예정이라면 가희당만 예약 가능하다는 점, 참고하자.
숙박할 계획이 없어도 함께 운영하는 두베카페나 독립서점 플리커 책방을 찾아 아쉬움을 달랠 순 있다. 숙박객의 조식 공간이기도 한 두베카페는 연중무휴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낮은 담장 너머로 고택을 감상할 수 있는 야외 테라스뿐 아니라 앞마당에 조성된 수로 공간과 징검다리 등 감각적인 오브제와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카페 전체가 포토존으로 인기만점. 소양고택의 체크인 공간이기도 한 플리커 책방은 완주 1호 독립서점으로, 숙박객이 아니어도 사전 예약(유료)으로 경험할 수 있다. 한옥의 여백을 느끼며 조용히 책과 차를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
오성한옥마을 입구에서 위봉폭포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저수지 ‘오성제’. 아미들이 ‘BTS 모바일 스탬프 투어’로 꼭 찾는 곳으로, 둑 위에 홀로 서있는 소나무에서 사진 촬영은 필수다. 오성제 옆에 멋스럽게 자리한 ‘오스갤러리’는 아원의 대표가 운영하는 갤러리와 카페로, 별장풍의 외관부터 계단식 정원을 통유리창으로 즐기는 내부 뷰까지 독특한 건축미가 돋보인다. 조선 숙종 때 쌓은 포곡식 산성인 ‘위봉산성’도 BTS 서머 패키지에 담긴 곳. 성 안의 위봉사와 위봉폭포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아원이나 소양고택에서 숙박한다면 인근 식당 ‘기양초’를 저녁식사 장소로 많이 찾는다. 다슬기 부추 돌솥밥을 포함해 부추를 주요 메뉴로 한 건강한 음식을 여럿 선보인다. 자녀와 함께라면 완주군 삼례읍에 위치한 ‘삼례문화예술촌’도 추천한다. 일제시대 곡물창고를 지역 문화예술 재생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으로, 미술전시, 공연예술, 문화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리모델링을 마친 제2전시관이 실감형 미디어아트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정수진의 계정공유] '신이랑 법률사무소' 법정물에 오컬트 섞었는데 왜 따뜻하지
·
[정수진의 계정공유] '세이렌', 죽음의 노래를 부르는데 아직 홀리지가 않네
·
[정수진의 계정공유] '극장의 시간들', 우리가 극장으로 향하는 애틋한 이유
·
[정수진의 계정공유] 로망 이뤄주는 구독형 로맨스 '월간남친', 거부할 수 있겠어?
·
[정수진의 계정공유] '언더커버 미쓰홍', 아직 세상에는 연대가 필요해
·
[정수진의 계정공유] 마냥 응원을 던지고픈 청춘들의 사랑 '파반느'





















![[현장] 카카오, 보고 듣고 말하는 멀티모달 AI '카나나-o' 공개](/images/common/side0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