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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특별법 국회 통과…'규제 없는 진흥' 괜찮을까

타임아웃제·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등 파격 특례…"최소한의 환경 규제조차 빠졌다" 우려

2026.05.07(Thu) 17:32:00

[비즈한국] 인공지능(AI) 산업 핵심 기반 시설인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하는 특별법이 7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인허가 절차를 자동 통과시키는 ‘타임아웃제’​,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아래 담겼다. 화석연료 사용을 부추긴다고 비판받은 ‘​LNG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조항은 막판 삭제됐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일부 정치권은 재생에너지 의무화 등 최소한의 환경 규제마저 빠진 ‘​진흥 일변도’​ 입법이 안전·환경 비용을 미래 세대에 떠넘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력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를 신속히 구축하기 위해 인허가를 자동으로 통과시키고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까지 면제하는 특별법이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김민호 기자

 

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민간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를 저해하는 행정·제도적 병목 현상을 해소해 데이터센터의 신속한 구축과 운영을 지원하고자 제정했다. 기존 ‘지능정보화 기본법’은 일반 데이터센터 규정만 담은 탓에 AI 데이터센터를 세밀하게 지원하기 어려웠다. 또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전력 수급 불안정성은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파격적인 특례 조항…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남겨

 

특별법에는 AI 데이터센터가 조속히 구축되도록 파격적인 특례 조항을 다수 포함했다. 부지 확보부터 전력 공급, 인허가 절차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지원을 포괄한다.  

 

법안 제18조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복합 인허가 사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일괄 신청할 수 있는 체계를 규정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른바 ‘타임아웃제(인허가 의제)’ 도입이다. 관계 기관장이 법정 기간 내에 인허가 거부 통지를 하지 않을 경우, 기간이 끝난 날의 다음 날에 인허가를 완료한 것으로 본다. 행정 지연으로 인한 사업 차질을 막으려는 목적에서다.  

 

법안 제19조는 비수도권에 신축하거나 확장하는 AI 데이터센터에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상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하는 특례를 부여한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대규모 전력 소비 시설이 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 관리하는 제도다. 이를 면제하는 것은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를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유인책(인센티브)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비수도권에 AI 데이터센터 특구를 지정할 근거를 마련했다. 특구 내 입주 기업에는 대체산림자원조성비, 농지보전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이 감면되며, 기반 시설 설치를 위한 재정 지원과 신용보증기금 등의 우선 보증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인프라 구축을 위해 특구 내 토지 취득 비용이나 건축 비용 일부를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건축 및 입지 규제도 완화한다.

 

특별법 입법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자 갈등의 중심이었던 ‘LNG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허용 조항은 심사 과정에서 최종 삭제됐다. 당초 법안에는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LNG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구매할 수 있는 특례가 포함됐다.  그러나 화석연료인 LNG 사용을 법적으로 장려하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배치되며,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다만 행정 절차 간소화를 위한 ‘타임아웃제’ 조항은 유지됐다. 대신 독소 조항이라는 비판을 고려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일괄처리 신청을 검토할 때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심의와 의결을 거치도록 절차적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 인허가 남발을 막고 범정부 차원의 검토를 거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시민사회, 규제 없는 진흥에 우려 표시

 

기후·환경·시민사회단체가 3월 30일 국회 정문 앞에서 AI 데이터센터 진흥 특별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제공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음에도 시민사회와 진보 정치권에선 ‘산업 진흥과 속도’에만 매몰된 이번 입법이 미래 세대에 막대한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전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본회의 반대 토론에 나선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현재의 법안은 대기업 데이터센터의 비용과 위험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법안”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AI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많은 전기와 물을 사용하고 줄일 것인지, 지역사회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의 사회적 합의다”라고 발언했다.

 

지난 4월 30일 녹색전환연구소, 참여연대, 환경정의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문제 진단과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특별법이 지닌 특혜의 부작용과 보충해야 할 점이 논의됐다.  

 

토론회에서는 타임아웃제 도입이 안전과 직결된 인허가 사항을 형식화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고전압 배터리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화재 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막대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소방시설법상 건축 허가 동의에 타임아웃제를 적용하는 것은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선미 참여연대 기획팀장은 “타임아웃제는 관계 기관이 충분한 검토 없이 기간 내에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되거나, 혹은 행정 부담으로 며칠 묶여 있다가 인허가가 남발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는 전력망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자가 발전 계획이나 에너지 효율화 방안을 사전에 검토하는 관리 체계를 무력화한다는 우려를 낳았다. 김철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전력은 총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도권 송전 제약이 문제인 상황인데, 이를 빌미로 비수도권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자가 발전 의무 없이 공공망만 저렴하게 이용하다 사업이 실패할 경우, 그 리스크를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되는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려는 법적 설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법 제16조의 주민 의견 수렴 규정은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에 그쳐 실질적인 주민 참여와 갈등 조정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는 재생에너지 의무화…한국은 ‘환경 기준’​ 빠져


해외에서는 데이터센터의 환경·사회적 부담을 규제로 통제하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라는 이름이 붙지만, 전기·물·토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중공업 시설에 가깝기 때문이다. SK텔레콤 AI 데이터센터의 모습. 사진=SKT 뉴스룸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막대한 전력 소비와 소음 공해로 민원이 끊이지 않으며, 주민 반발에 부딪혀 데이터센터 건설이 중단되는 사례도 속출한다. 칠레와 우루과이에서는 극심한 가뭄 속에 구글이 대규모 물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다 주민과 지방정부의 소송 및 반대 여론에 밀려 물 사용량이 적은 공랭식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의 수많은 서버와 냉각 장비 가동으로 발생하는 소음, 고압 송전선 연결에 따른 전자파 우려, 기기 열 배출로 인한 주변 온도 상승(열섬 현상) 등이 주민 거부감을 키우고 있다. 특별법에 주민 수용성을 고려한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사회는 특별법에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와 에너지 효율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요 선진국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강제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독일은 에너지효율법(EnEfG)을 통해 신규 및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2024년부터 재생에너지 50% 사용을, 2027년부터는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법으로 의무화했다. 싱가포르는 전력과 물 소비 우려로 3년간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면 중단(모라토리엄)했다. 현재는 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인프라 연계를 충족하는 조건에서만 건설을 허용한다. 아일랜드 역시 설계 단계부터 탈탄소화 및 재생에너지 추가성을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개발을 원칙으로 삼는다.

 

데이터센터가 준수해야 할 최소 전력사용효율(PUE)이나 물사용효율(WUE)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관련 기준을 법제화하되, 비수도권으로 데이터센터를 이전하거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에는 전력망 접속 우선권과 인허가 가점을 부여하는 유인책(인센티브)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특별법의 핵심 문제는 진흥만 있고 규제가 제로라는 대목”이라며 “AI도 기후나 환경에 허용하는 한계 범위 안에서 존재해야 하기에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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