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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데이' 사건의 진짜 원인, 스타벅스 내부 목소리 들어보니…

이틀에 한 번꼴 너무 잦은 프로모션에 검수 구멍…정용진 과거 행보까지 겹쳐 '일파만파'

2026.05.19(Tue) 14:56:58

[비즈한국]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한 ‘탱크데이’ 이벤트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5·18이라는 날짜에 ‘탱크’라는 제품명과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겹치면서 기업의 역사 인식과 내부 검수 체계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분노가 폭발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뒤늦게 사과하고 프로모션을 중단했지만 반감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결국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해임되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 마케팅 사고를 넘어 조직 책임론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스타벅스코리아의 구조적 피로가 드러난 사건으로 본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카드 혜택, 굿즈 판매, 앱 이벤트 등을 포함해 총 222개의 프로모션을 했다. 단순 계산하면 이틀에 한 번꼴이다. 지난달에만 ‘더초데이’, ‘럭키 스타벅스 데이’ 등 16건의 이벤트가 동시에 돌아갔다. 매출과 방문 빈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상시 프로모션 체계가 굳어지면서 개별 문구와 일정의 사회적 맥락을 점검하는 내부 검수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용산구 스타벅스 매장. 논란이 된 탱크 텀블러는 현재 찾아볼 수 없다.  사진=윤채현 기자

 

#의도 없었다지만, 우연이라기엔 이상한 날짜와 문구

 

비즈한국 취재를 종합하면,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에서는 ‘탱크’라는 명칭 자체의 논란을 두고는 억울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이름은 스타벅스코리아가 국내 정서를 겨냥해 임의로 만든 표현이 아니라, 미국 본사에서 출시된 특정 텀블러의 고유 제품명이라는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 굿즈 중에는 국내 자체 제작 상품뿐 아니라 미국 본사의 직수입 제품도 상당수 포함된다. 내부에서는 이번 프로모션 역시 해외 제품 유통 일정과 맞물려 진행됐을 뿐,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겨냥한 기획은 아니었다는 해명이다.

 

가령 ‘4·16 미니 탱크데이’ 논란에 대해서도 비슷한 설명이다. 정기적인 상품 입고와 글로벌 프로모션 일정이 우연히 겹쳤을 뿐, 세월호 참사라는 사회적 비극을 의도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한 것은 아니라는 것.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제품명은 본사에서 정해진 것이고, 국내에서 특정 날짜를 노려 기획한 행사는 아니었다”며 “전사적 캠페인이나 대형 프로젝트가 아닌 이상 세부 문구까지 대표에게 일일이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탱크’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라는 날짜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까지 더해졌다는 점에서 의문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제품명과 일정이 우연히 겹쳤다는 회사 측의 해명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만큼은 이렇다 할 해명이 없다. 이 문구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이 은폐성 발표에 썼던 말로, 단순한 우연이나 말장난으로 보기 어렵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표현은 한국 사회에서 국가폭력과 권위주의의 거짓 해명을 상징하는 말로 남아 있다. 이런 문구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프로모션에 쓰였다는 것은 의도가 있건 없건, 기업 내부의 역사적 감수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타벅스 탱크 텀블러. 논란이 벌어진 이후 현재는 품절 상태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이틀에 한 번꼴 이벤트, 검수가 따라가기 힘든 수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에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상시 프로모션 체계가 있다.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가진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매출은 커피 자체보다 굿즈, 앱 리워드, 카드사 제휴, 시즌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모션 장치에 더 크게 기대는 양상이다. 실제 스타벅스코리아는 텀블러, 머그, 다이어리, 가방 등 MD 상품을 수시로 출시하고 특정 기간 소비를 유도하는 이벤트를 반복해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운영 방식이 매출과 앱 이용률, 재방문율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관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행사가 많아질수록 개별 이벤트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행사명, 문구, 이미지, 날짜, 제휴사, 제품명, 글로벌 표기, 국내 정서까지 모두 따져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속도와 물량이 우선되기 쉽다. 특히 스타벅스코리아처럼 본사 제품명과 국내 마케팅 문구, 외부 제휴 프로모션이 복잡하게 섞이는 조직에서는 검수 체계가 조금만 느슨해져도 사고가 날 수 있다.

 

​소홀한 내부 검수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대표나 임원이 모든 문구를 직접 검토하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민감한 날짜와 표현을 걸러내는 최소한의 검수 시스템은 작동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18, 4·16, 광복절, 삼일절처럼 한국 사회의 집단 기억과 연결된 날짜에는 별도 확인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사·폭력·참사·고문 등을 연상시키는 표현 역시 일반적인 행사보다 더 꼼꼼하게 검토했어야 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문구와 일정 검수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검사 도구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시스템이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에 불과하다고 본다. 오타나 반복 표현은 걸러낼 수 있지만 특정 날짜와 역사적 기억이 결합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맥락까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한 번 걸렀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최종 검토 단계의 긴장감을 낮춘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스타벅스코리아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책상에 탁’ 같은 문구의 경우 사회적 파장을 진지하게 고려했다기보다 일종의 재미 요소나 가벼운 표현으로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설마 문제되겠어’라는 안일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팀장급이나 임원급 선에서 일정과 문구를 명확히 걸러냈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초코 찰떡 파이와 블론드 원두 등 커피 외에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윤채현 기자


#소비자가 진짜 문제 삼은 것은 ‘탱크’가 아니라 ‘총수’

 

이번 사태가 더 크게 번진 배경에는 그룹 총수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과거 행보가 자리한다. 정 회장은 과거 SNS에서 ‘멸공’ 발언을 반복해 논란을 빚었다. 2021년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했고, 2022년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글을 올렸다. 2023년에는 보수 성향 개신교계 행사인 ‘빌드업코리아’에 축사 영상을 보내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정용진 회장의 과거 발언과 신세계그룹의 이미지, 스타벅스코리아의 검수 부실 논란이 5·18이라는 날짜와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와 맞물리면서 소비자 반감이 커졌다. ​소비자들은 이번 ‘탱크데이’ 논란을 단순한 하나의 실수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회사 측은 의도한 기획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논란은 개별 이벤트를 넘어 신세계그룹 전반의 이미지 문제로 번졌다. ​

 

스타벅스코리아는 과거에도 대형 악재가 터질 때마다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진 교체라는 방식으로 위기를 수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머 캐리백 유해 물질 검출 사건’이다. 당시 실무 책임자였던 수석부장급 인사가 경질됐고 송데이비드호섭 당시 대표도 임기를 2년 넘게 남기고 조기 퇴진했다. 이번에도 손정현 대표가 해임되면서 스타벅스코리아는 다시 ‘CEO 잔혹사’를 반복하게 됐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와 관련된 하위 실무자들을 대거 문책하기보다는 대표이사를 포함해 검수 과정을 소홀히 한 팀장급이나 임원진을 대상으로 중징계나 좌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인적 쇄신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특정 개인의 문구 실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과도한 프로모션 구조, 민감한 날짜와 표현을 걸러내지 못한 조직 문화와 더불어 총수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결합했다는 점에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19일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정 회장은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던 어제,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가 있어서는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을 진행했다”며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안을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오신 모든 분들의 고통과 희생을 가볍게 여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그룹 전체의 역사인식과 감수성 부족을 인정하며 발생 경위와 승인 절차 조사, 전 계열사 마케팅 콘텐츠 검수 과정 재점검, 심의 절차 정비, 전 임직원 대상 역사·윤리 교육을 약속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은 결국 개별 브랜드의 마케팅 사고를 넘어 신세계그룹 전체의 의사결정 체계와 리스크 관리 기준을 재점검하는 문제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윤채현 기자

cogusz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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